• 투표율 고공행진…지역별 온도차
        2007년 08월 24일 08: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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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첫 경선 투표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투표에 돌입한 제주의 경우 24일 아침 9시 15분 기준으로 투표율 78.25%를 기록하고 있어 당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당직자 선거를 할 경우 3일 째가 되는 날 평균 투표율 30~35%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어 21일부터 선거를 시작한 광주 전남의 경우 광주 64.66%, 전남 56.21%를 육박하고 있으며, 22일부터 선거를 시작한 대구 경북의 경우 대구 38%, 경북 37.91%를 기록하고 있다.

       
      ▲ 슈퍼 3연전의 지역인 대구에서 후보들의 합동기자회견 모습.(사진=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슈퍼 3연전으로 불리는 이 지역들의 분위기가 서로 온도 차이는 있지만,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이 보여주는 것처럼 당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 시기적으로 보면 ‘비포(before) 3연전’인 이 지역들의 세 후보 선본들은 제 각기 다른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나름의 선전을 주장했다.

    뜨거운 제주

    세 후보 선본이 저마다 1위를 자신하고 있는 제주는 높은 투표율이 말해주듯 선거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제주도당 지형철 사무처장은 "제주가 전체 선거의 바로미터가 되는 정치적 상징이 있는 만큼 이 곳은 전반적으로 들떠있는 분위기이다"면서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세 후보 모두 1위를 자신하는 박빙 지역인지라 자연스레 판세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이 높아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고무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세 후보 중 가장 자신감을 보이는 곳은 심상정 선본이다. 심상정 제주 선본의 강봉균 선대본부장은 “평소보다 투표율이 높게 나온 건 사실이지만 당초 예상했던 투표율보다는 높지 않아 조직이 있는 심 후보가 우세할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1위를 한 심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일 뿐"이라며 "그간 중립을 표하거나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부동층도 심 후보에게 지지를 표하고 있어 더욱 힘이 솟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노회찬 제주 선본의 김영심 선대본부장은 "자체 내부 조사 결과 투표를 꼭 하겠다는 평당원이 많았고 과거 공직자 선거와 달리 이번 투표에 상당히 관심이 높았다"면서 "평당원들과 함께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재미있는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고 있다"며 상기된 분위기를 전했다. 

    권영길 선본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권영길 제주 선본의 김혁남 조직부장은 "처음에는 50%이상의 대세를 확신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30~40% 정도로 박빙의 승부 끝에 권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것 같다"면서 "부동층이 많았는데, 그 분들의 표심이 권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 같지 않아 전반적으로 선본 분위기가 초반에 비해 다운됐다"고 전했다.

    냉탕? 온탕? 광주-전남

    이어 전통적으로 자민통 세력이 강세로 알려진 광주 전남에서도 각 선본마다 체감하는 현장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심상정, 노회찬 선본은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반면, 권영길 선본은 높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선거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광주시당 이대행 사무국장은 "육지에서 처음 개표를 하는 광주 결과가 나머지 지역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역”이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던 분들도 이번 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과반수 투표율을 넘기기 위해 애를 먹었던 과거에 비하면 대단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심상정 광주 선본의 관계자는 "투표율이 대단히 높아 놀라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자민통의 조직이 잘 정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광주는 제주처럼 바람직한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 솔직히 이변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선거 분위기가 주는 긴장감도 덜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광주 선본의 관계자도 "선거 초반에만 해도 신명나는 축제 분위기로 인해 자민통 당원들의 반응이나 지지도 폭넓고 다양했으나, 자민통 조직 지지 결정 후 서로 경계하고 불편해하는 분위기"라며 "과연 기존의 절대적인 지역세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권영길 광주 선본의 관계자는 "투표율이 보여주듯, 자발적 지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선거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투표율이 어느 특정 선본의 유불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면서 "세 후보 가운데 권 후보 지지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광주 정신에 걸맞은 진보 진영의 총단결과 반미 자주 평등에 적합한 후보가 선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뚝뚝한’ 대구-경북

    앞서 투표를 시작한 제주나 광주 전남과 달리 대구 경북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당 서승엽 사무국장은 "아직은 활동 당원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가 형성돼있으며, 일반 당원들의 경우 제각기 지지 그룹을 확정한듯하나 겉으로 의사를 적극 표출하지 않는 등 선거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았다"면서 "두 지역과 달리 적잖은 부동층이 남아있는 지역으로 각 선본이 부동층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구 선본의 강신우 본부장은 "선거 분위기가 아직 바닥까지 확산되지 않았다. 투표율이 높지만 아직은 각 후보들을 강하게 지지하는 그룹들이 투표를 하고 있으며 시간이 더 지나야 선거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주변에 확산될 것“이라며 “대구 경북은 2강 1중이 아닌, 3강 구도로 확실히 다져지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회찬 대구 선본의 장태수 상황실장은 "대구는 ‘무뚝뚝한 양반’이 모여 있는 곳이라 지역 특성상 선거를 치를 때도 원래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하다"면서 "지금과 같은 투표율의 속도라면 노 후보가 유리하다고 본다. 대구 경북은 노회찬, 권영길 2강 구도의 축이 당내 흐름으로 형성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대구 경북 선본의 이영재 선대본부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투표율이 낮고, 또 투표 기간에 주말이 껴있어 슈퍼 3연전 중 가장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당원들의 관심도가 높긴 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지역이 아닌 만큼, 조용히 조직표를 단속하고 부동층을 설득하는 저인망 형태의 운동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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