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후보 주택정책 2002년 수준 맴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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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23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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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상정 지지자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권영길 후보의 주택정책 – 1가구 1주택 법제화 및 3채 이상 유상몰수와 무상주택 공급 – 을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 정책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글을 진행하겠다.

1. 인용 통계에 대해

올바른 정책수립의 핵심은 올바른 기초 자료에 있다. 때문에 심상정 후보는 역대 보수정권의 정책이 통계자료의 수집 단계부터 왜곡되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폭로하고, 실질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을 위해서는 국가 통계부터 혁신되어야 함을 제시한바 있다. (레디앙, 2007.08.08 "통계 혁신 없이 양극화 해소 없다")

권영길 후보의 이번 주택공약에 사용된 기초 자료는 ‘2005년 행자부 통계’이다. 그런데, 심상정 후보가 지난 6월 발표했던 ‘택지국유화’ 공약 보도자료에 포함된 ‘다주택 가구의 비거주용 주택 통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각주로 붙어있다.

“정책내용 행자부가 2005년에 발표한 보도자료 ‘세대별 주택 및 토지보유현황’에 따르면 다주택 보유 가구수와 주택수가 각각 887,180가구와 1,486,732호로 이들이 보유한 비거주 주택수가 1,486,732호로 나타남. 그러나 이 통계는 조사대상 주택수가 11,193,602호로 2003년 행자부 및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비해 203~251만호가 적어 신뢰도가 떨어짐.” (2007.06.04 “점진적인 택지 국유화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하겠습니다”)

90조의 채권을 발행해서 60만 호의 3주택 이상 소유 가구의 비거주용 주택을 유상매입, 무주택 서민에게 무상분배 한다는 권영길 후보의 공약이 기반 한 것은 2005년 행자부 통계이다. 그러나 이미 6월, 심상정 후보는 세박자 주택정책을 발표하며, 바로 권영길 후보가 기초 자료로 사용한 이 통계자료를 ‘신뢰할 수 없는 자료’로 규정하고 있다.

주택문제에 접근하는 관점, 정책 내용 이전에 심상정 후보와 권영길 후보사이에는 정책수립의 기반이 되는 기초 자료에 대해서 상이한 평가가 존재하는 셈이다. 심상정 캠프가 ‘다주택 소유 가구의 비거주용 주택 수량에 대한 심각한 누락이 존재한다는 평가로 기초자료 가치를 부정한 ‘2005년 행자부 통계’의 신뢰도에 대해 권영길 캠프는 어떤 검토와 평가를 했는지 궁금하다.

통계자료의 의미와 신뢰도에 대한 논쟁이 보수세력과의 논쟁에서 첫 단계였던 경우는 비일비재 했다. 때문에 당내 경선 후보들이 정책수립과정에 있어 어떤 기초자료를 어떤 해석과 평가를 거쳐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본선 전투력‘과 무관한 일이 될 수 없다.

2. 채권발행 vs 영구채권

권영길 후보의 ‘비거주 주택 유상몰수-무상분배’와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는 주택-토지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물론이요, ‘(강제)매입’의 대상, 정책 수립에 사용한 기초 통계도 다르다. 하지만 정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채권’ 형태로 충당한다는 것은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채권이라고 다 같은 채권이 아니다. 발행액수도 90조(권영길) 대 150~200조(심상정)로 차이가 나지만, 무엇보다 채권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에서 다주택 소유자의 택지의 (강제)매입에 대한 보상수단으로 ‘영구채권’을 제시한 반면, 권영길 후보는 채권을 발행한 재원으로 비거주용 주택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심 후보가 제시한 영구채권은 주택 임대를 통해 노후보장 수단으로 삼는 중류층 가구에게는 그리 큰 충격이 없지만, 택지 및 주택거래 차액을 목표로 한 투기목적 다주택 소유주에게는 재기불능의 타격을 준다.

나아가 강남훈 교수는 지난 정책토론 당시 <레디앙>에 게재한 보충 설명을 통해 영구채권이 지대상승분을 흡수하는 기능까지 하게 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채권에 대한 이자는 6년 정도는 가변적으로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고정시킵니다. 지대는 경제성장과 인구집중에 따라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채권에 대하여 지불되는 이자는 6년 정도 이후에는 고정시키면서 사용료는 매년 올리면 지대 상승분을 정부가 흡수하는 것입니다. …”

반면, 권영길 후보가 제시한 주택매입 보상은 토지가격이 포함된 상태이며, 기본적으로 현 주택소유주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 된다. 주택으로부터는 빠져나간 유동성이라고 해도 이는 다른 자산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며, 나아가 ‘1가구 2주택’ 이내라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권후보의 발표대로라면 주택을 매입하는 시점에서 주택가격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충분히 다른 고가 주택의 매입자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자체 순수한 과잉유동성으로 경제를 압박할 소지 또한 충분하다.

주택-토지 문제는 한편으로는 주거복지의 실현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상승효과로 증폭되는 자산투기경제, 자산버블경제의 순환을 끊는 문제이기도 하다. 권영길 후보의 정책은 후자의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책이 전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3. 순비용이 되는 주택매입재원

분명 집 부자들의 비거주용 주택을 매입해서 무주택 서민에게 무상분양 한다면 주거복지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택안정은 상당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투입재정 자체는 ‘순비용’일 수 밖에 없다.(권 후보는 ‘초과소유부담금’은 모두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사용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심상정 후보의 택지 국유화 정책과 비교한다면, 권 후보와 심 후보 모두 비거주용 주택의 매각을 강제하는 부담금 제도를 제시하지만,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 정책은 그에 더해 택지보상 ‘영구채권 이자재원을 택지 사용료 수입으로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한다는 내용을 명시, 택지국유화 및 공공주택 확대에 대한 일정 부분의 재정지출을 보전할 방법을 제시한다.

분명 민주노동당의 정책 대부분이 복지재정의 OECD 평균 수준으로의 증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재정지출의 일정한 증가 및 재조정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유사한 목적을 겨냥하는 특정 정책에 있어 투입재정이 가능한 순비용이 덜 되는 것이 나은 것 역시 분명한 것이다.(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결합된 북유럽식 복지체제가 그 3분의 2정도를 사용하는 미국식 단순 소득보조 체제보다 훨씬 재정효율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이미 앞서 지적했듯, 심상정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정책개발에 사용한 기초 자료 자체가 다르다. 심상정 후보가 택지국유화 정책을 입안하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주택가격 중 택지비용은 높게는 56%에서 낮게는 15%, 수도권 평균 29%, 지방은 15%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다주택 소유 가구의 비거주용 주택 통계를 심상정 후보가 사용한 2003년 행자부 자료 및 2005년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계산한다면, 권영길 후보가 주장하는 다주택 소유가구의 비거주용 주택매입에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도 심상정 후보가 제시한 택지보상 영구채권 비용의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최소 300조에서 최대 800조의 재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경우 현재 정부의 채권 발행액을 기준으로 채권발행 여유분에 근거한 권영길 후보의 정책은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 된다.

4. 무상분배의 공정성 문제

하지만, 이 부분을 제쳐놓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는 가장 단순한 문제로, 현재 무주택 서민 가구의 숫자가 권영길 후보가 유상몰수-무상분배하겠다는 60만 호 보다 한참 많은 657만여 가구에 이른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하방, 쪽방,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 조건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층만 따져도 68만 가구 이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 이외에, ‘차상위 계층’도 적지 않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당연히 무상주택의 공급 대상자가 누가 될 것인지, 뒤집어 말하면 누가 제외될 것인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투기목적의 큰 주택을 국민주택 규모로 나눈다는 혁명기 러시아식, 또는 쿠바식 해법이 그대로 적용될 리도 없다. 대상 주택이 땔나무나 석탄으로 난방을 하던 20세기 초 러시아의 주택이 아니라, 크기에 맞춰 배관설비가 된 현대식 아파트라면 난해한 건물 개보수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것도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추경예산’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나아가 이후의 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해도 만일 주거빈곤층과 주거 차상위계층 에게 모두 무상주택을 공급하지 못했다면, 그 일부 역시 ‘무상 분양’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계획되지 않은 추가적 재정지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설령 기반 한 통계자료가 옳다고 하더라도 역시 재정충당 문제는 애매해지는 셈이다.

무릇 정책은 보편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이라면 이는 수혜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정합성을 지닌 정책이라면 복지수요에 대해 충족해야 할 필요량을 산출하고 그 실현을 위해 소요되는 재정계획 및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의 ‘비거주용 주택 유상몰수-무상분배’ 공약은 반대로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의 숫자’에 정책형태를 맞춘 결과, 정확히 어떤 대상자의 어떤 필요를 충족하는지 조차 불투명하고, 형평성 논란을 겪을 수 있는 정책이 되었다.

우석훈 교수가 <레디앙>에서 권 후보의 경제공약을 분석하며 평한 ‘뭔가 전도되어 있다’는 평가는 여기에도 적용이 가능할 듯싶다.

5. 올해는 2007년 이다

“…첨에 가서 한 일이 경제학자들 불러다 대통령(후보 노무현) 놓고 토론시키고, 그 담에 시민이랑 내가 경선준비했지. 그땐 지금처럼 정책 정교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TV토론에 나올 질문에 후보 답변 만들어주는 거지. 2분짜리 답변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엄청 발전한 거지. 지금은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거든. 그때는 답만 있었지. 이명박은 딱 5년 전 수준이야, 답만 만드는. …" (오마이뉴스, 2007.08.10, 정태인, 왜 유시민과 헤어졌나)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은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며 ‘정책정당’이라는 자부심을 한껏 세운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서 필요한 수준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그것을 선도한 것이 바로 민주노동당임은 자부해도 된다.

그러나 그 자부심을 지키고 나아가 표로 연결하려면 마찬가지로 2002년 수준까지는 추격해온 이명박의 한나라당, 그 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면모를 보일지 모르는 ‘도로열우당’계 정치세력에 대해 한 단계는 앞서 나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임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유시민은 아예 책을 출간해가며 ’선진통상국가+사회투자국가론’을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이 사람, 저 사람들로부터 정확히 사회투자국가론과 어떻게 다른지 애매하다는 평가를 들어온 것이 권영길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는 적잖이 권 후보의 공약에서 일부 당내 인사 및 ‘개혁진보 성향’의 당외 인사들이 참여한 ‘새사연’의 영향이 엿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총론적, 정치적 평가를 빼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의 상수인 주택문제에 대한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2002년 ‘부유세-무상교육, 무상의료’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우리는 소수 정당이다. 한나라당, 도로열우당의 정책의 허구성을 열심히 비판한다 해도, 우리의 정책이 그들에 비해 앞선 점이 없어 보인다면, 그래서 어차피 ‘듣기만 좋은 말’로 똑같이 치부된다면, ‘대세론’에 대해 저항할 매우 중요한 수단 한 가지를 잃게 되는 것이다.

2002년도 2004년도 이미 지나갔다. 필요한 것은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 역시 실력과 신뢰도를 검증받을 수밖에 없는 2007년 오늘의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는 업그레이드 된 정책과 주장이다. 최소한 주요 쟁점에 대한 정책과 공약에서는 당이 여전히 발전하는 중이라는 사실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대선 3수’에 도전하는 권영길 후보라면 다른 측면에서 참신함, 혁신과 발전의 면모를 보이려 한층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의 정치적 승리에 복무하는 대선주자로서의 보여야 할 면모이다.

권영길 캠프와 그 지지자들이 자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해온 삶에 대한 인간적 신뢰’는 당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주장이다. 소수당 고착을 넘어가기 위해 꼭 획득해야 하는 부동층, 관망층 나아가 진보정당으로 꼭 함께 해야 하지만 소원한 여러 서민대중을 획득하는데 그것은 부차적인 것조차 안된다.

그들에게 보여야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고, 이렇게 쇄신하고 있으며 이렇게 그들의 삶을 책임질 능력을 배양하고 있음이다. 여전히 2002년 수준의 정책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권영길 후보의 자세에 대해서는 결례를 무릅쓰고 ‘안이하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마디 더 하자면, 본선에 가면 그동안 나온 좋은 정책을 다 모아서 쓰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경선에 임하는 후보가 할 말이 아니다. 경선은 당의 승리를 일궈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검증’하는 자리이다. 후보와 그와 함께 하는 캠프의 정책생산 능력은 그 중요한 검증요소의 하나이다.

나아가 정책개발은 그것은 경선 후보와 캠프가 당의 대선 투쟁에 기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명에 해당한다. 즉 ‘좋은 정책은 나중에 다 모아서 쓰면 된다’는 말은 실상 ‘후보 자격 검증기피’에 준하는 발언이다. 경선 후보자로 있는 동안 해야 하는 것은 더 좋은 정책을 생산해서 당의 무기고를 누가 더 풍부히 할 수 있는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 때문에 당원들의 돈으로 경선캠프에 선거운동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정책시계가 여전히 2002년을 맴도는 권영길 후보의 상황을 고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경선투표는 시작되었다. 더 이상 남은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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