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치된 이랜드 수배자 구출 소동
        2007년 08월 17일 12:0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경찰이 민주노총에 항의시위를 하러 온 이랜드 관리자들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총 앞에 집결했다가 이랜드 수배자를 긴급 납치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간부 4명이 경찰을 막아 수배자를 ‘구출’해내고, 노조 간부들과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17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 뒷편에 있는 중마루 공원에 이랜드 관리자들과 매장 업주, 뉴코아 일부 노조원 등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15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중 일부는 뉴코아노조 조끼를 입었고, 곧바로 민주노총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이랜드 관리자들은 민주노총 앞에서 이랜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주노총 물러가라", "영업방해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건물 진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건물 입구와 도로에 전투경찰을 배치했다.

    노동조합 초기에 함께 했던 조합원들이 항의시위 대열에 끼어있는 것을 발견한 뉴코아노조 박명수 조합원은 분을 참지 못하고 경찰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사측 관리자들 가까이에 섰다. 그는 "회사는 노동조합 조합원을 이용해 부당노동행위를 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회사 이름으로 하라"고 요구했다.

       
      ▲ 17일 오전 10시 30분 경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뉴코아노조 박명수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복경찰 "저 놈이 박명수야 잡아"

    박명수 조합원은 "당신들이 입고 온 투쟁조끼의 의미가 뭔지 아느냐"고 호통쳤다. 사측 관리자들과 한참 말다툼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한 참가자가 "명수야 참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사복경찰이 "저 놈이 박명수구나"라며 그의 팔을 확 잡아끌었다.

    그가 재빨리 민주노총 건물로 몸을 날리려고 하는 순간, 그 사복경찰은 전투경찰들에게 “저 놈 막아", "빨리 잡아", "들어”라고 소리쳤다. 그는 10여 명의 경찰들에게 사지가 들린 채로 영등포2동 파출소 쪽으로 끌려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금속노조 조모 부장과 민주노총 박모 노조간부 4명이 경찰에게 수배자 납치를 강력히 항의하며 온 몸으로 이를 막아섰다. 경찰의 손을 빠져나온 박명수 조합원은 재빨리 담을 넘어 민주노총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몸을 숨겼다.

    바로 이때 사무실에 들어오다 이 광경을 목격한 금속노조 이장주 문화국장이 민주노총 건물을 향해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건물 안에서 이 소리를 들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각 연맹 간부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고, 수배자 납치에 항의하며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 민주노총 간부들이 항의하는 모습
     

    항의시위하던 이랜드 관리자들 ‘멍’하니 구경

    순식간에 100여명의 노조 간부들이 건물 앞으로 집결했고,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불법 촬영을 하고 있는 경찰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건물 앞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노동자들의 항의와 몸싸움은 20여분간 계속됐고, 결국 경찰이 계단 아래로 내려간 후에야 가까스로 정리가 됐다. 민주노총에 항의하러 왔던 이랜드 관리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구호도 외치지 못한 채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정신을 차린’ 이랜드 관리자들은 다시 20여분간 구호를 외쳤다. 그들은 곧바로 건물 뒤편 공원에 모여 조끼를 벗은 후 유유히 사라졌다.  

       
      ▲ 이랜드 사측 관리자들과 항의시위자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