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 받아 힘들지만 꼭 이깁니다"
    2007년 08월 16일 06: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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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홈에버 목동점 2∼3층 주차장은 차들로 꽉 차 있었다. 4층까지 올라가서야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매장 안은 한가했다. 1층 매장은 물론 식료품점이 있는 지하 2층 매장도 손님이 거의 없었고, 계산대도 3∼4개 정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홈에버에서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해 인근에 온 차들이 홈에버에 주차한 것 같았다.

지하 2층 식품매장. 한 홈에버 점원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쇼핑카드 2개에 가득 실린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쇼핑카트에는 해산물, 우유 같은 신선식품은 물론 가전제품과 욕실용품까지 갖가지 물건이 잔뜩 실려 있었다. 민주노총 불매운동에 참가한 노동자가 쇼핑카트 2대에 물건을 싣고 그냥 두고 나간 것이었다. 

정문 사용금지 방송 후 손님들 서둘러 나가

   
  ▲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홈에버 목동점에서 1천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랜드퇴출 박성수회장 구속 1천선봉대 발대식’을 갖고 매장 봉쇄 투쟁을 벌였다.
 

“지금 정문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나이키 쪽 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안내방송이 연이어 나왔다.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가전제품 판매 매장의 한 점원은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오늘 데모하러 왔나봐”라고 말했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매장 안에서 왔다갔다 하며 쇼핑하러 온 손님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층마다 10여명의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는 듯했다. 또 용역경비로 보이는 흰색 남방을 차려입은 덩치 큰 사람들이 무전기를 들고 주변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1층 나이키 매장을 통해 밖으로 나오자 ‘민주노총 선봉대’ 노동자들이 매장 주차장 쪽 출입구와 주차장을 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홈에버 점원들과 용역경비들은 두 줄로 늘어서 손님들을 들여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밖에 있던 노동자들은 "불매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매번 새나가는 ‘보안 유지’

   
 
 

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3시 강남 뉴코아에서 1천 선봉대 발대식과 매장 봉쇄를 진행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한 계획이었고, 비상회의를 통해 목동 홈에버로 장소를 긴급하게 바꿨다.

이어 1시 경 목동역에 집결하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다시 오목교역으로 장소를 바꾼다는 ‘보안 유지’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어떻게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이미 경찰은 홈에버 목동점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 홈에버 본사를 비롯해 인근 지점들의 간부들까지 목동점에 집결해 있었다.

날씨는 말 그대로 폭염이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등판은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이랜드 퇴출 박성수회장 구속 민주노총 1천 선봉대’에 참여하기로 한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어느새 7백여명에 이르렀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이 싸움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투쟁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물러설 수 없다"며 "비정규직이 마음 놓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1천명의 선봉대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사회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운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노동자 생존권 사수투쟁의 숭고한 사명을 뼈 속 깊이 인식하며 오늘부터 이랜드 투쟁 승리를 위한 1천명 선봉대가 강고한 투쟁에 돌입한다"며 "15개 산별이 단결하여 조직한 1천 선봉대는 이랜드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투쟁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보장하는 자랑스러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과 주요 산별노조 위원장들의 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주차장 쪽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홈에버 본사와 각 지점에서 파견 나온 관리자들과 용역경비들이 민주노총 선봉대와 충돌이 벌어진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사측에 "집회를 방해하지 말고 매장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으나 200여명의 사측 관리자들과 흰 남방을 입은 용역경비들은 계속 집회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충돌은 점점 커졌고, 여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은 20분이 지난 5시 5분까지 이를 방치하기만 했고, 싸움이 더욱 확산되자 그제서야 나섰다. 격렬한 충돌은 회사 관리자들이 주차장 안쪽 매장으로 들어간 후에야 간신히 진정됐다. 선봉대는 더욱 늘어 1천여명에 육박했다.

   
 
 

18일 민주노총 5만명 전국 동시다발 노동자대회

7월 1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이랜드와 뉴코아노조 조합원들은 이날도 당당한 모습으로 맨 앞에서 열심히 투쟁을 벌였다. 파업이 50일에 이르고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파업투쟁을 이탈한 조합원이 없을 정도로 잘 버티고 있다.

뉴코아노조 정 모(30) 조합원은 "임금을 전혀 못받고 있는 상태에서 많은 어려운 조합원들은 노조에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며 "8월 안에 끝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천 선봉대 투쟁과 함께 18일 5만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전국동시다발 노동자대회를 열어 이랜드 비정규투쟁의 승리를 결의하며, 21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랜드투쟁의 승리를 위한 결의를 모아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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