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은 코카, 사회당은 펩시콜라?
        2007년 08월 13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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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한국 진보정치세력을 대표해 원내에 진출하고 첫 번째 치루는 대선이다. 그런데 이른바 진보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2002년보다, 2004년보다 덜하다. 진보 위기론이 그저 ‘론’이 아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진보정치세력은 2007년 대선에서도 한국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과 범여권 어느 누구도 한계에 도달한 87년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을 제출하지 않는 지금,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은 지난 7월 13일, “진보진영의 혁신과 대안사회의 전망 제시를 위해 정책교류와 연속 토론회 등을 개최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진보대연합 원칙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제출된 진보진영의 혁신과 대안사회 전망의 내용은 반공과 냉전의 53체제, 민주화의 미완성에 그친 87체제, 신자유주의 과두제의 97체제를 넘어서 새로운 국가운영원리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당을 중심으로 공화주의와 공화국 이념에 대한 재해석이 진행 중이고,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과두제의 일부였던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과두제의 일부"

    내용상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비전 2030과 한국사회당이 제출한 새로운 국가운영원리 –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국민으로서의 권리 확장(배제 없는 통합)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공화주의 원리 – 가 경쟁 지점에 서 있다. 친노 진영과 진보정치세력에서 각각 전개되고 있는 대안 논의는 한나라당의 선진화론이나 대통합민주신당의 두뇌의 혼돈 상태보다 질서정연하고 공세적이다.

    그런데,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이와 같은 논의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을까. 논의의 결과 아무리 좋은 결실을 맺었다 한들, 그것을 유권자가 알 수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2007년과 2008년의 정치적 격변기에 그 결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진보대연합 논의의 과정에서부터 진보의 위기 상태, 97년 이후 10년 간 한국의 진보진영을 정치적으로 대표해왔던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넘어서는 것이 절박한 문제로 등장한다. 2008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의석수가 4~6석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인 현재의 상태는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2008년에 첫 원내 진출을 노리는 한국사회당에게도 위기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선 경선후보가 8월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재밌는 말을 했다. 금민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콜라 시장을 혁신하고 싶어 한다. 민주노동당은 코카콜라, 한국사회당은 펩시콜라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당은 펩시콜라가 아니라 세븐업(seven-up)이다. 우리는 탄산음료시장을 혁신하려고 한다”고 했다.

    콜라시장이 아니라 탄산음료시장 혁신이 관건

    진보대연합이 콜라 시장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어떻게 지분을 나눌 것인가의 논의로 진행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민 후보가 한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2007년 대선이 양강 구도가 될 때, “2% 이하의 먼지를 가지고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이 두 개로 쪼개니 세 개로 쪼개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장을 넓히는 문제가 대선이 13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진보정치세력에게 관건이다. 민물 낚시터에서 참치를 낚아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참치를 낚으려면 당연하게도 큰 배로 갈아타고 태평양으로 나가야 한다.

    진보정치세력에게 지금 필요한 큰 배는 ‘진보정치의 혁신과 대안사회의 전망의 내용’이다. ‘민주노동당 + 한국사회당’이라는 덧셈의 정치는 지금 필요한 큰 배가 될 수 없다. ‘민주노동당 × 한국사회당’으로 2017년 집권의 출발점을 확보하고, 향후에는 ‘진보정치혁신 × @’의 정치를 전개해야 한다.

    시장을 넓히는 문제는 대화의 상대를 넓히는 문제다. 코카콜라 시장 밖에 누가 있는가를 생각하는 방식의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노동사회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민주노총만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은 진보정치세력 필패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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