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조원을 하수구에 버려선 안된다
        2007년 08월 13일 1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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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성 질병 예방 및 하천 수질 개선을 위한 하수정책은 1976년 청계천 하수처리장(15만 톤/일, 현 중랑하수종말처리장)을 시작으로 급격히 진행되었다.

    88 서울올림픽을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수처리장이 신설되었고 ‘89년 맑은물공급종합대책(총리실), ’92년 4대강별수질보전계획(환경부), ‘93년 맑은물공급종합대책(환경부), ’94년 수질관리개선대책(총리실), ‘96년 물관리종합대책(총리실), ’97년 4대 강 물관리종합대책(정부합동) 등 물 관련 대책을 거치면서 하수정책이 추진되었다.

    하수도 정책은 특히 ‘89년 수돗물 중금속오염, ’91년 페놀사건, 94년 수돗물 악취사고, 물고기 떼죽음 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하수처리장 신설을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단기간 내 하수도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 하수처리장 확충에 우선 투자한 것이다. 최근에는 하수처리장 중심에서 하수관거 정비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하수도 보급률은 선진국보다 높지만…

    2005년 기준 전국적으로 294개 하수처리장에서 하루 2천2백만 톤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은 10년 전에 비하여 3.7배 증가하였고 처리능력 역시 2배 늘어났다.

    그에 따라 하수도 보급률도 증가하였는데 2005년 말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83%다. 조건은 다르지만 같은 OECD 국가인 프랑스(79.1%), 캐나다(74.3%), 일본(64.0%) 보다 높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하수도 보급률만을 보면 대한민국은 하수처리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선진국이다.

       
      ▲ 지난 7월 19일 열린 환경운동연합, 물포럼코리아 주최 하수관거 국책사업 개선방향 토론회.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 정비 원년’으로 선포했다. 하수관거 실태조사를 해보니 하수관거 8.6m당 한 곳씩 불량이었다. 하수처리장은 계속해서 건설했지만 관거가 부실해 오염된 물은 빠져나가고 맑은 물이 유입되는 등 심각한 부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인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0년까지 33조원 규모의 하수관거 정비 국책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수와 하수를 분류식으로 정비해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높이자 했던 당초 목적은 사라졌다.

    우기 시 하수관의 깨진 틈새로 빗물이 들어와 하수처리장 용량의 두 배가 넘는 양이 유입돼 처리를 못한 채 상수원과 하천으로 방류하게 만들었다. 처리되지 못한 오염된 물에는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생분뇨도 포함되어 있다.

    하수관거정비사업 평가시스템부터 갖춰야

    더욱 심각한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려 했던 선 시행부터 부실함에도 제대로 된 평가조차 없이 하수관거정비 국책 사업이 계속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불명수(I/I) 검증기준이 문제가 있다 하여, 곧바로 QA:QC(품질관리:보증/검사) 검증기준으로 바꿔 추진한 것이다.

    실제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에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7조 4천억 원의 예산이 사용되었는데 그 중 2005년, 2006년에만 5조 원이 넘게 결정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불명수(I/I) 검증기준 뿐만 아니라 QA:QC 검증기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수관거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하수관거 검증기준과 관련하여 매우 이견이 많은데, 환경부는 국책사업으로 예산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예산집행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수관거 정비 사업은 2020년까지 국비와 민간자본 33조원을 투자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부실 검증 시스템의 효과를 철저하게 평가해야 한다.

    현대의 도시에서 맑은 물의 시작은 곧 제대로 된 하수처리부터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제대로 가동을 못하거나 태생적인 부실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불행히도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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