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 둘 낳고 늦바람 난 내가 만난 '엄마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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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10일 03: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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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민주노동당 서구위원회 당원 차은남입니다. 대구시당 총무국장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원 동지들에게 커밍아웃 좀 하려고요. 제가 애 둘 낳고 늦바람이 났습니다. 웬 바람이냐고요? 바로바로 세박자 심바람 !!

    왜 심바람이냐구요? 뭐 알려진 좋은 이유 많잖아요…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가장 맞는 사람, 당당하고 능력 있고, 정책 좋고 … 전태일 동지를 가슴에 안고 거침없이 철저하게 일관되게 노동자의 계급성을 가지고 살아온 진정성 있는 사람 등등…

    거기다 좀 더 개인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지의 이유라기보다 부끄러운 제 고백에 가까울 것 같네요,,, 부디 조회수가 적길 바라며 한 글 적습니다.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네요 … 뭐 부드러운 커피한잔, 써원한 캔맥주 하나 옆에 놓고 보시는게 덜 지루하실듯 ^^

    처음 대구시당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거두절미 "택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3살, 5살 된 두 아이를 데리고 감히 어떻게…’ 하지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일에 대해서 약간 불나방 기질이 있는지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활동을 시작… 지난 5.31지방선거, 한미 FTA 저지 투쟁 등등… 바쁜 나날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이제 애 둘 딸린 그저 아줌마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퇴물 취급하며 그렇게 패배감에 절은 나날으로 부터 탈출했으니까…

    그런데 한 일 년여가 지나고 나니 솔직히 힘들어 지더라. 애 둘을 자연 분만으로 순풍 순풍 낳던 체력도 저하되고, 늘 바쁜 엄마 때문데 두 아이는 엄마표 ‘사랑 닝게루’가 필요하다고, 점점 말썽꾸러기 장난꾸러기가 되어가고… 외국에 살았으면 무기징역 수준의 아동학대 엄마가 되어가고… 여러 날을 고민했다. 결론은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온전히 엄마로 돌아가자.’

    그러나 마음은 더 힘들어 지고… 그러던 어느 날 심상정 미니 홈피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났다. 바로 ‘ 엄마, 심상정.’ 바빠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엄마 심상정… 늘 강철 같은 사람이라는 이미지 속에 만나지 못했던 그녀. 엄마 심상정… ‘나처럼 많이 힘들어 하고 고민하고 갈등했겠구나.’

    10년 뒤 심상정 나이가 된 내 모습을 보았다. 지금처럼 어느 구석에서 열심히 피켓을 만들고 있을른지, 집회나 투쟁의 현장에서 지금보다 더 거친 싸움닭, 욕쟁이 아줌마가 되어 싸우고 있을른지, 아님 우짜다 금뺏지 가슴팍에 달고 의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을른지…

    그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소중한 일이고, 그렇게 내가 필요한 일에 묵묵하지만 심상정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계속 주어진 위치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모든 여성 동지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갱년기가 와도 씩씩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심상정’이 편안한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한번도 심상정을 개인적으로 본적은 없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 그 자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좋은 힘이 되어 주었다.

    엄마 차은남, 활동가 차은남이 별개가 아니라 잘 조화를 이뤄 좀 더 성숙한 내가 되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심상정의 발전도… 그렇다고 해서 슈퍼우먼 되거나, 지금처럼 아이들을 대하고 싶지는 않다. 가족들의 배려와 함께 활동하는 동지들의 배려, 그리고 나의 배려가 필요하다.

    아참 오늘 1인시위 … 비가 엄청 왔다. 하느님도 박성수 같은 나쁜 놈 돈 먹은 게 슬펐나 보다. 엄청나게 비를 뿌렸으니까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를 만났다. “왜 홈에버 가면 안되요?” 여차저차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적인다. 그리고 손님이 들어갈 때마다 나에게 와서 말한다. 매우 안타까운 듯이 “손님이 들어가요, 또 들어가요.. 들어가면 안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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