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세욱 유언을 지키려 입당한다”
        2007년 08월 10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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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빗속에서 그를 만났다. 과거에는 민주노동당의 공격 대상이었고, 근래에는 FTA 반대 투쟁의 전도사이며, 2007년 8월 9일 민주노동당 당원이 된 정태인.

    그는 “허세욱 동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입당했다”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대선준비위 한미FTA 저지사업본부장으로 일하게 될 정태인은 대선 후에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지난 11년 동안 빚으로 남아 있던 ‘박현채 평전’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한다.

       
     
     

    – 그동안 민주노동당 일을 하면서도 입당을 하지는 않았는데, 입당을 하게 된 특별한 일이 있었나?

    = 허세욱 동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다. 동작 지역위 강연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나오니 택시가 한 대 앞에 와 서더라. 강연을 들은 택시노련 조합원이라며 계속 FTA 이야기를 나누고 했는데, 나중에 돈을 안 받으며 “차비 안 받는 거라도 도와 드려야죠”라고 하더라.

    며칠 후 관악 지역위 강연에서 다시 그를 만났고, 분신하고 난 후 그가 허세욱임을 알았다. 관악 강연 때 허세욱 동지가 내게 왜 입당하지 않냐고 채근했었다. 내게는 그 말이 허세욱 동지의 유언인 셈이고, 이제 그 유언을 지킨다.

    박현채 선생은 92년, 우경화하는 김대중과 결별했다. 나도 이제 유시민 등 민주화운동 친구들과 헤어진다.

    요즘 한미FTA를 반대하는 강연을 320번 정도 다녔다. 지역에 가보니 강연 듣는 사람 절반이 민주노동당원이더라. 한미FTA 반대 투쟁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이고, 민주노동당의 발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입당한다.

    – 민주노동당에는 심각한 정파 갈등도 있고, 입당 결심이 쉽지 않았을텐데.

    = 성격상 조직에 속해 일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당원이 되기는 처음이다. 정부에서 일할 때도 열린우리당 당원은 아니었다. 정파 문제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친한 사람들이 NL 계열에 많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이든 화석화된 운동권 사람들과는 안 맞는 게 많은 것 같다.

    – 한국에서 당원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객관적이지 않다”는 둥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데.

    = 심상정 후보를 돕기로 했을 때부터 신문 기고문 청탁이 안 들어오더라. 이제 당원이 됐으니 방송 출연 같은 데에도 제약이 있지 않을까 싶다. 홍세화 선생은 민주노동당 당원이면서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지 않나. 감수할 게 있다면 감수하겠다.

    – 민주노동당 당원이 된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과의 완전한 절연이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하겠는가?

    = 지금이라도 한미FTA 중지시키는 게 살 길이다. 지금 캐나다, 멕시코 등과도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 중인데, 우리 나라는 그처럼 많은 협상을 진행할 실무 능력도 정보 분석력도 없다.

    모든 FTA를 일단 중지시키고, ‘선진경제권과의 동시 다발적 FTA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에서 일할 때 ‘선진경제권과의 동시 다발적 FTA 전략안’이 올라오기는 했는데, 간단히 반대만 하고 넘어 갔었다. 내 실책인 것 같다. 더 강력히 반대했어야 했다.

    –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떤 의제를 앞세우는 것이 좋을까?

    = 한미FTA에 확고히 반대하는 국민이 30~40% 정도 된다. 이 표만 다 모아도 집권하는 것 아닌가. 이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믿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이 FTA에 반대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그 이후 대안까지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누가 보더라도 실현 가능하고, 더 잘 살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의 ‘평등’, ‘연대’ 가치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이 선명성 경쟁이 되면서 현실에서 더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오래 전에 민주노총 정책국장 되는 게 꿈이라 말했던 적도 있는데.

    = 전노협에서 민주노총으로 넘어갈 때 당시 김유선 정책국장 등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그때 영국으로 유학가면서, 돌아와서는 정책국장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제 민주노동당에서 일하게 됐다.

    – 대선 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

    = 한미FTA 반대 투쟁이 일단락되면 평당원으로 돌아가 FTA와 민영화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그리고 11년 동안 빚으로 남아 있는 ‘박현채 평전’을 써야 한다. ‘글로벌 시대 민족경제론’도 발전시켜야 하고 ….

    지난 몇 년 동안 “유시민은 정치를 했고, 정태인은 정책을 했다.” 그런 구분이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민주노동당에서는 그런 구분이 통용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정치는 정책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정태인이 사상과 생활의 거처를 찾게 될지, 그에게 또 한 번의 떠남을 안겨주게 될지는 민주노동당식 정치, 특히 어이 없고 분통 터지는 정치에서 그를 얼마나 자유롭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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