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선본, 당 기관지 기획 강력 반발
        2007년 08월 09일 07:5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인 주간 ‘진보정치’가 대선후보자 지상청문회를 실시해 13일자 당원판(335호)에 게재할 예정인 가운데, 노회찬 후보측이 지상청문회의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편집위원회 재심의 결과에 따르기로

    노 후보측은 ‘진보정치’의 이번 기획이 절차적 하자가 있고, 내용적 공정성도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유보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진보정치’는 ‘편집권 독립’을 내세우며 노 후보측의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
     

    노 후보측과 ‘진보정치’는 9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문성현 대표, 김성동 사무총장, 이용대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협상을 벌여, 10일 오전 9시 기관지 편집위원회를 소집해 이번 기획에 대한 재심의 절차를 거친 후 그 논의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따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편집위원회에는 노 후보측도 참석해 ‘진보정치’의 질문 항목에 대한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지 편집위원회는 당내 인사 15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필요시 편집위원장이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진보정치’의 지상청문회 기획안

    앞서 ‘진보정치’는 지난 4일 세 후보 선본에 질문지와 함께 공문을 보내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대선후보 지상 청문회를 실시해 오는 8월 13일 당원판 주간 진보정치(335호)에 게재할 예정"이라며 8일 오전 10시까지 답변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후보자별 질문지는 공통 질문 3개와 개별 질문 7개로 구성되었으며 △이메일을 통해 모집된 당원들의 질문 △각 후보가 자신 혹은 다른 후보에게 하는 질문 △당 중앙선관위의 질문 등을 취합한 것 가운데 선별해 지난 3일 최종 확정했다고 ‘진보정치’는 밝혔다.   

    이렇게 선별된 질문 가운데는 후보자의 재산문제나 과거의 정치적 행적 등 민감한 문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정치’는 "언론에 보도됐거나 공식 발언 또는 복수의 증인 등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확인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진보정치’는 불성실 답변시 제재 방안으로 ‘무응답’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로 처리하고, ‘동문서답 또는 주제를 비껴가는 답변’에 대해서는 "정정을 요구하고 반영이 되지 않을 경우 <편집자 주>가 삽입되며 일부는 임의적으로 편집된다"고 밝혔다.

    특히 ‘허위 답변’의 경우 "당 중선관위의 검증절차에 기초한 제재조치가 뒤따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확인 재보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선관위 주관의 공식 검증 절차는 아니다"

    ‘진보정치’의 지상청문회에 대해 심상정, 권영길 후보측은 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9일 현재 권 후보측은 답변서를 이미 보냈으며, 심 후보는 이날 중 답변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진보정치’의 이번 기획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질문 자체에 응하지 않았다. ‘진보정치’의 방침대로 하면, 끝내 답변서를 보내지 않을 경우 노 후보에 대한 모든 질문 항목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로 처리돼 기사화된다. 

    노 선본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진보정치’의 공문에는 이번 지상청문회를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중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적인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진보정치’가 이번 기획의 공식성을 부여받기 위해 중선관위의 명의를 사실상 도용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지상청문회에 중선관위가 관여한 수준을 보면 ‘공동 진행’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백현종 선관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진보정치’의 이번 지상청문회는 당 선관위가 주관해서 실시하고 그 내용을 ‘진보정치’에 게재했던 과거의 검증 절차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치’로부터 공통 질문 3개와 후보자별 개별 질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응한 것이 전부다. 의제 선정이나 기획 등은 ‘진보정치’ 편집위원회가 했다"면서 "공동 주관이라기보다 단순한 업무협조로 봤다. 회의 소집 없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질문을 보낸 것도 그래서다"고 했다.

    신석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도 "지상청문회는 ‘진보정치’가 한 것이다. 우리(진보정치)가 주도하고 선관위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선관위가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당원판 이번 호에 경선 관련 공보물을 싣겠다고 해서 나머지 지면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지상청문회였는데, 우리가 마치 무슨 의도를 갖고 이번 기획을 추진한 것처럼 몰아붙여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정 경선" vs "편집권 독립"

    노 선본이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지상청문회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노 선본은 "위원장의 판단과 정보 수준에 따라 타 후보자의 질문과의 형평성,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또 "노회찬 후보의 개별 질문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질의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유권자로 하여금 믿게 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선본은 ‘진보정치’의 이번 기획이 모종의 정치적 의도를 띠고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맥락에서, 투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게재되는 이번 지상청문회가 노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 선본의 한 관계자는 "당원의 35%가 ‘진보정치’를 통해 당의 소식을 접한다"고 했다.   

    노 선본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신석진 위원장은 "권 후보나 심 후보측으로부터는 질문 내용과 관련해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노 후보측은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직 절차의 문제만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노 선본은 당 대선준비위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진보정치’의 이번 지상청문회는 유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호는 당의 경선비용으로 제작되는 것인 만큼 당 대선준비위의 통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건은 ‘편집권 독립’과는 상관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신석진 위원장은 "선거 시기에 당 기관지가 이번과 같은 기획을 해도 되느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노 후보측과 진지하게 토론할 용의가 있다"면서 "편집권 독립에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노 후보측이 얼마 전 문성현 당 대표에게 지상청문회의 유보를 요청한 것에 대해 "부당하게 편집권을 침해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불씨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기 힘들어

    양측의 이 같은 팽팽한 입장은 10일 기관지 편집위원회의 재심의 결과에 따르는 것으로 일단 타협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은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노 후보측은 지상청문회의 결과를 게재한 ‘진보정치’ 335호가 당초 예정대로 인쇄, 배포될 경우 앞으로 남은 당의 공식 선거일정에 불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사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편집위원회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양측이 아직 합의한 게 없고, 결정된 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도 양측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