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관계 진전 염두, 남한변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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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09일 07: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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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부와 북한당국은 8월 28일~30일 2차 남북 정상회담(북남 수뇌회담)을 개최한다고 동시에 발표하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북미 축에 비해 비중이 미미하였던 남북 축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의 형성을 남북이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이번 정상회담에선 지난 6.15 공동선언의 성과를 토대로 평화(군비축소, 군사현안)와 번영(경제협력, 경제공동체)을 합의하고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김만복 국정원장(왼쪽 두번째 부터)와 김양건 북한 통일선전부 부장 등 수행원들이 정상회담 합의 후 찍은 사진.(사진=국정원 제공)
     

    평화와 번영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 주도

    다소 전격적이라 표현해야 할 이번 정상회담 합의 발표를 보건대 준비가 매우 구체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정부 당국의 발언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차례 논의들이 이뤄진 바 있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것은 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6자회담 진전 없이 남북 정상회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 때문에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북한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적 지렛대가 없는 조건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남북협력을 축으로 한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형성에 미리 나서지 못한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오면서, 남한과의 관계에는 중점을 두지 않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가 진전이 되기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들이 지금껏 나온 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대미 중심 전략 역시 한반도 내부의 평화동력 형성을 미룬 것으로 비판할 수 있다.

    남한 소외론과 정상회담 필요성 증대

    그러나 어찌되었건 지난 해 11월 미국의 정책 전환 이후 상황이 반전되어 2.13합의의 체결과 2.13합의 초기 조치의 이행까지 이뤄진 상태이다. 그 과정에서 남한 내부에선 남한 소외론이 제기되었고, 자연스럽게 남북축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구여권 대선주자들에 의한 이벤트성 정상회담론은 사실 정상회담의 여건 마련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혔듯이 북한이 종래의 부정적인 태도를 일변,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정상회담 합의에 중요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남한의 차기 정권 출범 이전에 남북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이다. 만약 관련국들의 희망대로 연내 핵 불능화가 이뤄진다면, 내년에는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래, 북한은 부시 정권의 임기 내에 상당한 수준으로 상황을 진척시키길 원하고 있다.

    남한 차기 정권 단속용?

    북한으로선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발목을 잡아선 곤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선 이전에 남북관계를 상당히 진척시킴으로써 차기 정권이 이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북한의 주요 목적이 아니겠는가?

    북한은 그 과정에서 분명 올해 초 신년사에서 노골적으로 밝힌 反한나라당 전선까지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남북관계를 뒤로 돌리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지닌 정치적 상징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북미 협의를 활성화시키는 등 국제 여건을 유리하게 하고자 함이다. 북한은 이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인터넷 판이 “국제적 판도에서 벌어지게 될 대국들의 외교적 각축전에서 밀려나는 일이 없이 북남조선이 대담한 공세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대미 접촉에 나설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언급하여 핵폐기를 전제하였으나, 북한의 핵 불능화와 남북 정상회담을 근거로 북미 종전선언에 적극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6자 외무장관회담 등에서 6자회담의 훼방꾼으로 지목한 일본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 남한으로부터 새로운 실리를 확보하는 것 역시 고려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정상회담 합의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북한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 불능화나,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북한의 의도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핵문제 해결과 남북협력 병행 원칙 복원

    정상회담 합의 사실이 발표된 지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정상회담의 의제이다.

    그러나 의제에 앞서 재삼 강조되어야 할 것은 남북협력과 핵문제 해결을 병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노무현 정권은 취임 초기에는 남북관계와 핵문제 해결의 병행을 정책으로 채택하였지만, 곧이어 핵문제 해결에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는 우를 범해왔다.

    그 결과 남한은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별다른 지렛대를 가지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소극적으로 언급한 ‘공정한 중재자’의 기능조차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오류는 2.13 합의 이행과 쌀, 비료를 지원하는 연계하는 것에서도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선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상당 수준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남북관계와 핵문제 해결을 병행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에서 평화, 통일, 교류협력, 이산가족의 문제를 다루었다. 김대중 정권의 기능주의적 햇볕정책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하여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같은 인도적 사안들을 중시해왔다.

    이런 식으로 쉬운 것을 먼저 해결하고, 어려운 것을 나중에 해결하자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협력의 효과가 정치군사에 파급될 때까지 기다리기에 한반도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추상적 선언 그친다면 남남 갈등 가능성

    그러기에 김대중 정권의 정책이 평화를 창출하는 정책이라기보다 현상유지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협력의 진전이 정치군사적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 못하였기에, 첨예한 군사적 대결과 경제협력이 공존하는 모순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정상회담을 계승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우려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기 말 노무현 정권으로선 북한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경제협력 등에 대한 분명한 성과를 얻고자 할 것이다. 그래야 대선에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대선을 코앞에 둔 정상회담에서 차기정권이 결정해야 할 사안들까지 결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북미대립을 중심축으로 인식하는 북한으로선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하자는 추상적 통일방안을 근거로 남한으로부터의 실리 획득을 고려할 수도 있다. 특히 과거사 문제라 할 이산가족 문제나 납치자 문제 등에 대해 북한은 쉽게 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상호 처지가 다른 조건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되기에 신중한 입장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익숙하게 예상된 의제들을 가지고 추상적 선언을 도출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정상회담의 정파적 이용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남한 내에서의 남남갈등 역시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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