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싸우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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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06일 01: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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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6일. 휴가가 끝물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주에 이어 여름 휴가가 한창이다. 이랜드그룹 비정규직과 연세의료원 파업 등 노동자의 투쟁에는 휴가가 없지만 그래도 휴가는 휴가다. 1년에 한번 노동자가 지친 일상을 피해 쉬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텔레비전과 교통 방송에는 연일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로 인해 고속도로와 휴가지가 북새통이라고 한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향하면서 고속도로 정체로 짜증이 나는 분들께 휴게소 한 곳을 소개한다. 바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 부근의 망향 휴게소다. 망향휴게소노조은 휴게소에서 식당, 청소, 종합안내를 맡고 있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 자신이 받은 징계 내용이 적힌 몸 벽보를 두르고 투쟁하고 있는 망향휴게소 조합원들.(사진=노회찬 의원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인 이 노조는 조합원 37명의 조그만 노동조합이다. 그런데 조합원 37명 중 36명이 지난 7월 19일 징계를 당했다. 조합원 1명을 제외한 모든 조합원이 징계를 받은 셈이다. 징계 내용도 6명 해고 정직 23명, 감봉 4명 견책 3명등으로 중징계가 다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노조는 망향휴게소 쪽이 오는 11월 건물 증축 완료를 앞두고, 눈엣가시인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4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수십 명의 용역경비가 망향휴게소에 전격 투입됐다.

    이들은 노조의 항의로 용역경비의 수는 줄었지만 이들의 주 업무는 시설 경비보다 조합원의 미행과 감시라고 노조는 밝히고 있다. 6월 중순부터는 매년 사측과 계약을 맺고 휴게소 내에 입주한 식당과 농산물 매장 대표들의 시비와 욕설, 성추행, 성폭력 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점포 사장들의 이같은 파렴치 행위에 조합원들이 항의할 경우 용역 경비들이 나타나서 위협을 가했다. 사진 채증과 녹취를 시도했으며 사측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마찰을 두고 업무 방해와 폭력, 폭언, 지시 불이행이라며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7월 19일 대량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노조는 현재 해고자를 중심으로 종합안내소에서 출근 투쟁과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다른 조합원들은 자신의 징계 내용이 적힌 몸 벽보를 두르고 일을 하고 있다. 사용자측은 노조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종합안내소의 전원과 컴퓨터 랜선을 끊어버려 휴게소 안내방송, 고속도로 교통 상황, 고속도로 카드 발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용자측이 이렇게 징계를 내린 표면적인 이유는 물론 사규 위반이다. 그러나 노조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용자측이 노조를 무력화시킨 후 용역업체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으로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연맹도 사측에 의한 이번 징계와 일련의 부당노동행위가 “망향휴게소의 신축공사 완료 후 개장 시점인 11월 이전에 조합원 전원을 해고한 뒤 외주화 등 비정규직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해고 된 조합원들은 망향 휴게소 종합 안내소로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사용자측이 이른바 ‘용역깡패’라고 불리는 경비업체 인원을 동원해 거의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 조합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 이용길 민주노동당 전 충남도당 위원장이 ‘내려가는 길’에 들러 조합원들을 만나고 있다.(사진=노회찬 의원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여자만 있으니까 용역깡패가 졸졸 따라다니며 폭언을 일삼는다. 종합안내소에 남성 조합원이 연대하러 오면 또 조용해진다.”고 말했다.

    간혹 공공운수연맹 조합원들(특히 화물연대 조합원)이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는 길에 연대집회를 열기도 하지만 조합원들은 항상 용역 경비업체의 감시 속에 불안한 마음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망향휴게소 이경순 위원장은 “그냥 오셔서 차나 한잔 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투쟁이 길어지니까 조합원들도 지치고 있거든요. 오셔서 커피 한잔 드시고 "수고한다. 고생한다" 한 마디면 저희가 이 투쟁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너무도 쉬운 연대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노동자들이여. 망향휴게소에 한번 들러보자. 종합안내소 문을 열고 들어가 “고생하십니다. 투쟁하고 있다는 소식 듣고 들렀습니다. 차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라고 운을 떼보자. 망향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79㎞ 지점으로 성환 휴게소와 천안 삼거리 휴게소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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