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체사상 글 포교행위' 성명서 삭제 파문
        2007년 08월 03일 07: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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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게시판에서 북한 관련 문건을 내려야 한다는 정보통신부 공문에 항의하는 내용의 민주노동당 공식 성명서가 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 약 2주 만에 삭제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무총장과 대표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발표된 성명서였다는 게 삭제의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당 게시판의 북한 찬양 게시물을 ‘종교집단의 포교행위’로 규정한 내용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성명서를 삭제한 실재 이유와 그 처리 절차를 놓고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찬양문건’은 주체사상 포교활동…종교 자유 인정해야"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20일 ‘정보통신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 게시판의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정보통신부의 공문에 대한 항의 성명서였다.

    앞서 정통부는 지난달 18일 민주노동당 및 19개 단체에 보낸 공문에서, 이들 사이트의 게시판에 "불법 북한 선전게시물이 상당수 게시"되어 있고, 그 내용은 "북한체제를 옹호하고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부자를 노골적으로 찬양"하고 있다면서, 이들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발하여 형사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성명서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종교집단의 포교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걸어 처벌한 역사는 없다"면서 "당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일부 ‘북한찬양 문건’은 사회과학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사상 관련 문건이 아니라 주체사상에 대한 신앙 고백 내지는 포교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찾는 시민들이 이 글들을 보고 국가 전복을 꾀하거나 무장 혁명을 준동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체사상에 대한 종교적 경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일인지를 확인하는 훌륭한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을 정도"라면서 "정보통신부는 온라인 공간에서 종교의 자유마저 박탈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성명서는 윤현식 당 정책연구원이 작성해 대변인실을 거쳐 당 명의의 공식 성명서로 발표됐고, 이후 지난 2일까지 당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조회수도 당 성명서로는 비교적 많은 편인 300회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성명서에 대한 문제가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갑자기 기타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는 성명서에 대한 한국진보연대(준)의 항의 공문이 당에 접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평양 주체사상탑의 야경 모습.(사진=뉴시스)
     

    한국진보연대(준) "성명서 내용 배타적이고 일방적"

    ‘한국진보연대(준) 자주통일위원회’는 이날 보낸 공문에서 "북측 공식입장을 담은 발표문에서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시물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 ‘북한 찬양문건’으로 통칭하면서 ‘신앙고백 내지는 포교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매우 자극적으로 평가"했다면서 "북측의 공식 입장을 포함한 북 관련 내용들을 종교적 맹신의 수준으로 폄훼한 매우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이 북의 체제와 제도, 사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명서의 판단과 입장이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이라면, 이미 표방한 원칙에 대한 부정이며, 새로운 입장의 표명"이라면서 "이에 대한 귀 당의 입장에 대해 정중히 답변을 요청한다"고 적고 있다.

    최고위 논의 결과, 성명서에 일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있었고, 특히 사무총장과 대표의 결재 없이 발표된 것이 문제였다는 것으로 결론났다. 회의 후 성명서는 바로 삭제됐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당의 공식 성명서는 총장과 대표의 검토를 거쳐서 발표돼야 하는데 개인 의견이 나갔다"면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경위를 조사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절차의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당의 이름으로 발표된 모든 성명서는 총장과 대표의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내 기억으로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총장과 대표의 검토를 거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절차 무시한 건 최고위…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이번 성명서를 작성한 윤현식 정책연구원은 당 최고위가 ‘절차’를 문제 삼은 데 대해 "일일이 총장과 대표의 결재를 거쳐 성명서를 내야 한다면 급박한 사안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면서 "대변인실을 기계적으로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고위가 절차를 문제 삼고 있는데 정작 절차를 무시한 건 최고위"라면서 "성명서를 작성한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과정 한 번 거치지 않고 어떻게 당의 공식 성명서를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성명서에 대한 한국진보연대(준)의 비판에 대해서도 "북의 공식 문건, 혹은 주체사상을 사상적, 공식적으로 평가한 문건이라면 ‘종교’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면서 "당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은 ‘북한이 최고다.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자기 확인과 독백의 내용이다. 한국진보연대가 말한 ‘북측 공식입장을 담은 발표문’은 단 한 건도 없다. 당 게시판을 제대로 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사 몇 명 두고 있는 시민단체도 외부의 비판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외부의 문제제기가 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성명서를 삭제하는 식이라면 당의 실무자들이 어떻게 신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최고위 결정에 대해 니용과 절차의 양면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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