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공약 '큰 거' 내놓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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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03일 0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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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세 명의 후보의 공약을 보면서 2004년도 총선 때의 공약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의 총선과 대선 혹은 지방선거를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선거와 공약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내가 짧게 경험한 선거 공약 가운데 아방가르드적 요소와 대중적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가장 튼튼했던 것은 민주노동당의 2004년도 총선 공약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런 공약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튼튼한 공약 체계가 이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활발한 원내 활동이 기반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정당들의 ‘베껴가기’ 원본이 된 민주노동당 공약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심지어는 이제는 문을 닫은 자민련까지 2004년도 민주노동당 총선 공약은 수없는 ‘베껴가기’의 원본이 되었고, 정치학이나 행정학의 많은 논문들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런 공약의 틀이 분석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은 2004년도 공약들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새롭지 않고, 전위적이지도 않다는 약점들이 있다. 한 마디로 ‘눈에 띄는 발전’이 지난 3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현실이 현재 3명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빈약한 진짜 이유인 셈이다.

사실 속내를 털어보면 3년 동안 민주노동당 내부는 정파 놀음하고 조직 싸움하느라고 공약이나 정책틀에 대해서 차분하게 생각해볼 기회나 여건이 없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2002년과 2003년에는 민주노동당에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자료와 정보들을 제공하는, 그야말로 매우 튼튼하고 강력한 당 바깥의 ‘정책 풀’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앙상해진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세 명의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 중에는 ‘파워풀’한 것은 거의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눈길을 잘 돌리지 않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숨어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항변을 할 수도 있고, 진짜 함의를 ‘오해’해서 그렇다고 각 선거 진영의 정책 담당자들은 얘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들이 숨겨져 있다면, 그것을 더 전면으로 배치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작업이 지금쯤은 진행돼야 한다. 그런 정도의 작업도 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국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노무현 패거리들의 실날같은 역전승을 희망하는 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혹은 진보정당이 존재의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겠는가?

파워풀한 공약이 안 보인다

현재의 공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약점은, 가끔은 서울중심주의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지방토호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런 종류의 흐름을 반전시키거나 그런 철학을 보여줄 지방에 대한 공약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서, "아니 이것도 있다"라고 할만한 공약들이 몇 가지 있는 한데, 이건 분명히 2002년 대선 때의 열린우리당 공약과 비교해도 역사적인 퇴보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그 시절에 ‘분권화’라는 아주 강력한 담론을 들고 나왔다. 그래봐야 결국은 행정수도 이전 외에는 실제 공약은 없었지만, 이 분권화라는 담론이 2002년 대선 국면을 뒤흔들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 체계에 대해서 서울중심주의라고 내가 평가한 가장 큰 이유는 분권이라는 강력한 담론에 대해서 대항할만한 뭔가가 없었기 때문인데, 권영길 후보의 경우는 로컬푸드를 비롯한 농업 공약에, 그리고 노회찬 후보의 경우는 농촌에 관한 일부 공약들에 묻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심상정 후보의 경제 비전에는 이런 게 없다. 물론 세 명 모두 "지방은 어쩌란 말이냐?"라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큰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하자"라고 할 것이 아직 없다.

이런 약점들이 전체적으로 세 명이 제시한 공약들이 그저 책상 위에서 좌파들이 머리나 굴리면서 만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지난 4년을 요약하면, 분권이라는 형태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신이 결합되면서 "몰아주기"와 "흩뿌리기"가 이상하게 결합된 ‘균형발전’이라는 틀로 지방은 지방대로 망하고,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이 생겨난 것이 확실하다.

생태, 노동, 농업 결합시키는 큰 그림 제시 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틀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화려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더라도 국민경제의 양극화와 불균형 그리고 사회적 균열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녹색당의 경우라면, 현 시점은 생태교부금과 생태적 조세개혁 같은 큰 조세체계의 변화와 노동정책, 그리고 농업정책까지 결합시키는 큰 그림을 제시할 때인데, 그런 틀이 민주노동당에서도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난 아직 확신은 없다.

예전에 행정자치부가 가지고 있던 정주사업에 관한 예산들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균형발전기금으로 전환되면서 이걸 산업자원부가 가지고 가느니, 혹은 농림부가 가지고 가느니, 하면서 이상하게 공전하다가 결국 골프장과 도로 그리고 카지노 같은 곳으로 가버렸다. 이게 현재의 정책 현실이며, 이런 정도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과 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만약 내가 지금 녹색당의 대선후보의 공약을 짜야하는 입장이라면, 이런 큰 조세틀에서 시작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부금 체계,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발적 발전과 지역별 특성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종의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개편,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합시켜서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일을 할 것이다.

지방 사람들에게 민주노동당은 희망인가

그러나 세박자 경제든, 아니면 7공화국이든, 이런 틀은 내 틀이 아니기 때문에, 난 이 틀 내에서 "노무현의 분권은 거짓말이었다"라고 정책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프레임을 짜낼 자신은 없다. 이건 프레임을 만든 사람들이 답변을 해야 하고, 논리도 그들이 개발해야 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 지방도시의 중소 자영업자들 혹은 소작으로 계절별 고용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이런 사람들에게 경부운하가 답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과연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왜 이들에게도 이 정당이 희망인지, 그런 것들이 응당 경제비전이라고 자신들이 부른 정책의 맨 머리에 한 부분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한 블록의 질문들에 대해서 살짝 세부 공약으로 처리하거나 비워놓고 가는 현재의 상태로 도대체 선거가 치러질 것인가? 한나라당에서는 개발 공약이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그들 식으로 여기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올 것이고, 열린우리당 역시 레저타운이니, 클러스터니 또 수많은 개발공약들을 들고 나올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세박자든, 7공화국이든,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내야 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답변하지 마시기 바란다. 국민들의 90%는 현실적으로 이 정당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고, 그들이 내놓는 공약이 자신의 삶과 중요한 관계가 있을 때에 비로소 한 번이라도 쳐다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경제의 ‘부유세’ 해당되는 뭔가를 내놓을 때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역경제의 ‘부유세’에 해당하는 뭔가를 지금쯤은 내놔야 하는 시점인데, 경제를 아느니, 모르느니, 이게 더 선명하니, 아니니, 이런 얘기들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노회찬 후보의 7공화국론이 집권전략이라고 하는 말이 공허한 이유가, 현실적으로 앞으로 5년간 변화하게 될 국민경제에 대한 진짜 틀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자,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들은 현재의 서울중심주의와 쓰러져가는 지역경제에 대해서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나에게 대답할 필요는 없다. 그 답을 국민들에게,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 답답하고도 재미없는 경선 구도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많은 좌파들은 민주노동당의 경선이 퇴행적일뿐더러 재미없다고 난리인데, 정작 자기들만 안에서 치고받는 ‘우리만의 리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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