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 민중대회는 집회가 아니다"
    2007년 08월 02일 07:25 오전

Print Friendly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의 ‘간판 상품’이 소개됐고, 상대 후보들은 이 ‘간판 상품’을 과녁으로 해서 비판의 화살을 쏘았다. 심상정 후보의 세박자경제론, 노회찬 후보의 7공화국, 권영길 후보의 1백만 민중대회가 그것들이다.

<레디앙>은 해당 정책 입안의 책임자급 참모들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토론 과정에서 상대 후보 또는 비판적 논자들이 제기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인터뷰에 응한 정책 담당자들이 이에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다.

따라서 인터뷰 내용이 논쟁적으로 진행된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이번 기획의 목표는 각 후보 진영의 ‘간판 상품’에 대한 풍부하고 친절한 설명에 있다. <편집자 주>

– 먼저 1백만 민중대회 제기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 1백만 민중대회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다. 미디어 선거만으로는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을 깔고 있다.

이는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92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방송 광고가 도입됐다. 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TV토론이 처음 시도됐다. 그 때부터 소위 미디어 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 민주노동당 내 선거전략통으로 평가받는 문명학은 현재 권영길 캠프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현재 환경으론 미디어 통한 대중과 소통 힘들어"

미디어 선거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나타난 경향이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언론이 제4의 권력이 됐다.

‘권력은 <조선일보>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끌여들였기에 가능했다.

그를 통해 보수언론의 영향력을 일부 상쇄했고, 조선일보 반대운동 같은 것으로 보수언론의 전횡에 대한 반감을 조직했다.

그래서 노 후보는 미디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인터넷의 부상으로 민주노동당이 덕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미디어 선거의 주인공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대선에서 증명됐다.

당시 권 후보는 3백만표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일부 분석에도 불구하고 1백만표 수준에서 표가 묶였다. 당에 대한 지지율과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라는 게 일치하기 힘들다.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당시 선대본부장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지역구에서 출마한 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7%에서 묶였다.

그 이후에도 지역에서 출마한 당의 후보들은 지지율 5%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가장 오래된 방식인 대중집회 방식을 최대한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요구를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디어와 대중투쟁, 지상전과 공중전을 병행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리고 1백만 민중대회를 제기하게 된 배경이다.

– 현재의 불리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원내 5당으로 떨어졌다. 현재의 모습대로 12월 초까지 가면 각 당의 후보가 TV토론에 다 나오게 된다. 후보가 난립하면 미디어의 관심은 범여권 후보의 합종연횡에 놓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이나 민주노동당 후보의 얘기는 그냥 잠겨버릴 것이다.

미디어는 재밋거리를 좇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지금 당 후보 세 명이 치열하게 경합하는데도 언론이 받지 않는 걸 봐라. 당의 후보가 선출되고 나면 더할 것이다. 본선에서 후보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큰 현재의 상황은 안정적인 삼각구도가 형성됐던 지난 대선과는 다르다. 미디어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민중대회 지역 조직위가 대선 총선 조직적 기반될 것"

– 100만 민중대회는 언제부터 제기한 것인가.

= 지난 6월 중앙위에서 민중경선제가 부결되기 2~3주 전부터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중경선제를 제안하는 것을 보고 그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중경선제라는 것을 살려내고 끌고 가려면 1백만 민중대회와 같은 방식이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 후보와 그 문제를 상의했고, 추진하기로 정리했다.

   
▲ 백만 민중대회 개념도.
 

– 민중경선제의 문제의식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모색됐다는 얘긴가.

= 민중경선제의 대안으로서 마련된 방안이다. 설혹 민중경선제가 중앙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당 대회까지 다시 가야하는 것이고 절차장 복잡한 문제들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관철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민중견선제를 표결하는 중앙위에서 무리하게 찬성표를 조직하거나 하지 않았다.

–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 권 후보께서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던졌고, 나와 후보가 얘기하면서 뼈대와 살을 만들었다.

– 캠프 내부에 이견은 없었나.

= 처음 얘기했을 때는 다들 황당해 했다. 지금 다른 후보쪽에서 보이는 반응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 어떻게 내부를 설득했나.

= 기록과 근거를 가지고 설득했다. 여러 대중집회의 사례를 제시했다. 87년에 집회 한 번 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하는 데이터까지 뽑아봤다. 그런 끝에 실패나 성공을 떠나 1백만 민중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이번 대선을 돌파하지 않으면 당이 살아남을 공간이 없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1백만 민중대회는 다용도 포석이다. 지금 당에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지난 총선 당시 기조실장 할 때와 비교하면 그렇다.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이 뼈대가 돼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

게다가 지금 당 사정도 좋지 않다. 재정문제도 있고 지도력도 떨어진 상태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당이 대선과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일단 총선 출마자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나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1백만 민중대회 지역별 조직위원회를 두고, 거기에 민주노총 조합원과 전농과 당 조직이 결합된다면, 거기서 총선 후보를 준비한다면, 그렇게 당 외곽 조직과의 소통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당의 체계나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 그건 문제의식이라면 1백만 민중대회는 특정 후보의 캠프보다는 당의 전략 단위에서 고민해야 할 것 아닌가.

= 당에 제안하는 방법도 생각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해 보니 당에 제안하는 것에만 매달려 있다가는 이도 저도 안될 것 같더라. 당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민중경선제 아니냐 하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고. 그러다 보면 개를 그리라고 했는데 돼지가 나오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겠다 싶었다. 결국 우리가 직접 추진하면서 설득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기존 집회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 100만 민중대회는 누가 주체가 돼서 어떻게 조직하나.

= 민중연대 쪽에서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지금까지 보통 전국 집회를 하면 많아야 1~2만 명이 나오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집회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렇게 동력이 떨어지는 집회는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제기된다.

지금까지의 집회는 집회를 준비하는 쪽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금이 그어지는 집회였다. 집회하는 사람들이 작업복 입고 깃발 들고 가면, 당장 나만 해도 겁이 나서 감히 들어가기 힘들더라. 게다가 경찰이 집회와 시민 사이를 가로 막는다.

그렇게 고립되다 보니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목소리를 더 높이게 되고, 또 그것이 일반 시민과의 거리를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런 집회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시민들이 더 붙을 수 있어야 한다. 집회와 시민들 사이의 경계선이 허물어져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집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집회 방식을 극복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창조돼야 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이런 가능성이 확인됐다. 100만 대회를 해도 많은 사람을 모으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렇지 않다. 월드컵 당시의 동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을 보라. 콘서트에 10만 명이나 20만 명 모이는 것은 기본이다.

– 한미FTA 저지 집회나 비정규직 관련 집회에도 기대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은 집회의 방식 때문인가.

= 그렇다. 집회를 하는 방식이 문제다. 보여주는 집회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미선이, 효순이 추모 집회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 촛불시위라는, 일반 시민들어 언제라도 참여할 수 있는 소프트한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회장 곳곳에서 축제도 벌이고 콘서트도 하고 연극도 상연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무엇을 위한 집회인가 토론도 벌이는 그런 집회가 되어야 한다.

– 광장이라는 미디어를 통한 쌍방향 소통을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미선이 효순이 추모집회나 월드컵 당시의 거리 응원은 자생적인 것이었다. 반면 1백만 민중대회는 집회를 의식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출발이 좀 다른데 그렇게 광범위한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가.

=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는 형성되었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랜드 투쟁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비정규직 하면 할인점의 계산원을 떠올리게 됐고, 바로 내 집과 내 이웃의 현실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미FTA도 농민의 절박한 문제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대선이라는 계기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적 욕구가 폭발할 잠재력이 있는 것인데, 바로 1백만 민중대회를 통해 그런 에너지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의도대로 과연 집회가 성사될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 완전히 확신하기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1백만 민중대회와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앞으로 남은 몇 개월간 새로운 방식의 창출이 가능하겠나. 또 몇 가지 기술적인 보완책이 있다고 해서 집회의 참여 폭이 획기적으로 넓혀지겠는가.

= 대중조직의 입장에서 봐도 새로운 집회방식의 창출은 절실하다. 과거와 같이 조직을 단순 동원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 민주노총이나 전농이나 위기의식이 크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한다. 권 후보는 새로운 집회문화나 정치문화, 대중조직 문화를 제안하게 될 것이다.

– 집회에 대한 홍보가 조직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미디어에 의존해야 할 텐데, 현재의 불리한 미디어 환경에서 그게 가능하겠나.

= 미디어 선거와 대중투쟁 결합하자고 한 것이지 미디어를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권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1백만 민중대회의 필요성을 말하고 조직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 보수언론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우리의 의제로 만들고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도록 해서 관심을 집중시켜 나가야 한다.

"가장 오래된 투쟁 방식이 가장 진보적인 투쟁 방식"

– 실제 집회를 조직하다 보면 민주노총이나 전농, 당 조직이 축이 되지 않겠나.

= 그 조직이 1백만 민중대회의 홍보조직이 되는 것이다.

– 어느 정도의 사람이 참여하면 1백만 민중대회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나.

= 지난 97년 민주노총 총파업 할 때 경찰 추산으로 7만 명이 모였다. 이후 대중조직에서 그만한 규모의 집회를 조직한 적이 없다. 단순히 수치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국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집회의 감도가 우리의 스스로 놀랄 정도면 성공적이라 본다.

   
▲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사진=민중의 소리)
 

예를 들어 보통 1~2만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하면 시민들이 길 막힌다고 욕을 하지만 그 숫자가 4만이 되고 5만이 되면 반응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집회 참여 인원이 5만을 넘으면 언론이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진폭이 달라진다.

– 일반 국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고 해도, 진보 진영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집회의 주 동력이 될 텐데, 지금 중요한 건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느끼지 않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 아닌가.

= 이 대회를 일반 국민들에게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를 홍보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지역 조직이 집회를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홍보하는 과정이 대중조직을 활성화하는 과정이고 또 대중들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선거의 과정이다. 그렇게 해야 죽어있는 한미FTA나 비정규직 의제를 살릴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극단적으로 보면 두 가지 밖에 없다. TV 보고 앉아서 우리 후보 나오면 박수치는 것과, 후보 유세 쫓아다니는 것. 3개월간의 대선 기간동안 조직은 조직대로 할 일이 없고 대중도 TV에 앉아 있는 것 말고 달리 할 일이 없다면 되겠는가. 모든 조직과 개인이 명쾌한 주제를 가지고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 노회찬 후보는 ‘집회의 상을 그려놓고 모입시다’고 하는 것은 낡은 운동방식이라고 했다.

= 껍데기만 보고 하는 말이다. 나는 오히려 오래된 투쟁방식이 가장 진보적인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나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대중투쟁이 진보의 가장 기본적인 투쟁 방식이다. 미디어도 아니고 인터넷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결과물이라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사람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돼야 한다. 노 후보가 말하는 제7공화국에서도 집회 방식을 통한 대중들의 직접적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옛날부터 해왔던 방식이라고 해서 낡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

– 1백만 민중대회의 전술적 유효성을 인정한다는 것과 그것을 대선주자의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1백만 민중대회는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권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누가 후보가 되건 1백만 민중대회를 조직하자’고 말할 수 있다면, 정작 권 후보가 제시해야 할 것은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이 제시할 비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 선거판의 속성상 아무리 옳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제안을 하면 쉽게 받기 힘들다. 오히려 상대로부터 비판받으면서 내용이 정교해지고 내성도 길러진다. 그런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렇게 보면 상대 후보에게 제안을 하는 것 보다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제기되는 것이 좋은 게 아닌가 싶다.

– 1백만 민중대회에서 권 후보가 제시하게 될 비전이 뭔가.

= 나도 권 후보의 의중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이런 방향이 아닐까 짐작된다. 비정규직 법안이나 한미FTA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뭔가. 국민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처리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내 문제인데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내 문제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의 강화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다.

– 자신의 문제에 대한 주권적 결정은 광장에서 국민들 스스로 해야한다는 점을 제기하는 것이 핵심인가.

= 그렇다. 그래서 지역에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해서 서울까지 올라오자는 말도 한다. 지역에서 1백만 민중대회를 위한 만민공동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이 단련되고 집회에 대한 동의의 수준과 폭이 넓어질 것이다.

– 1백만 민중대회를 권 후보가 가장 잘 조직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가 뭔가.

= 민중진영에 대해 권 후보가 가장 발이 넓다. 설득이 가능하다. 범여권이건 국민들이건 설득할 수 있는 위상과 경륜을 갖추고 있다.

"민주노총에 돌 던진다고 민주노총 혁신 되나?"

– 잘 아시겠지만 100만 민중대회를 당내 정치적 맥락에서 보는 시각도 많다. 이와 관련된 것인데, 권 후보는 지난 울산토론회에서 당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당이 노동자 책임론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했다’고 했다. 또 도라산 토론회의 ‘친북당’ 비판에 대해선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우선시했다. 전체적으로 당의 혁신보다는 당의 현재에 대한 옹호에 강조점이 있는 것 같다.

= 그렇게 이해할 소지도 있다. 권 후보는 출마하면서 두 가지를 놓고 고민했다. 내년 총선까지의 국면에서 지금까지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진보정당의 성과라도 지켜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까지의 성과를 밑천 삼아 도박을 해야 하는 것인가. 권 후보는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한 측면이 강하다.

당 혁신은 방안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당을 혁신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문제를 단순화하고 단순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회 등원 이후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에 문제가 있었다.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이라크 파병, 한미FTA 네 개의 큰 싸움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사학법이나 국민연금법 같은 큰 싸움에서 판판이 깨졌다.

권 후보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원내 의정활동을 통해 민중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 게 없지 않은가. 의원들의 이름은 알려졌지만 민중들에게 10원짜리 한 장 보탬이 된 것이 있는가. 이런 의정활동 방식, 정당운영 방식은 변모해야 한다. 대중조직이 살아나고 그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의 현실적 의미라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지역위원회 활동으론 안 된다. 30대, 40대 동네 통닭집 아저씨가 지구당 운영위에 들어와서 자기 의견을 마음껏 얘기하고, 또 그런 얘기가 집행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지역에서 열심히 일해도 위원장이 될 수 없다. 정파의 덫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권 후보가 지난 4월 진성당원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대중조직에 대한 당의 접근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

=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대로 고립되고, 민주노총은 노동자들 속에서 고립되고 있다. 이 두 가지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당이 혼자 변모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 혁신만으론 안 된다. 당도 변하고 대중조직도 변해야 한다. 둘이 같이 가는 문제다. 당과 대중조직은 쌍생아다.

– 권 후보의 발언은 일반 대중들을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중조직의 간부들을 겨냥한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민주노총이 포괄하고 있는 다수 조합원, 조직되지 않은 일반 민중들과의 직접 소통이 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

= 대중조직용 멘트라고 비난하면 인정할 수박에 없다. 지금 민주노총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대한민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대중조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상징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지금 어려운 상황인데 같이 돌을 던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외부의 공격에는 함께 맞서고,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내부의 소통구조를 갖춰서 고쳐나가야 한다. 같이 돌 던진다고 달라지나.

예를 들어 내 자식이 도둑질한다고 세상 사람들이 비난한다고 하자. 나도 내 자식을 비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내 자식이기 때문에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건 그냥 욕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권 후보의 문제의식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권 후보가 소위 민주노총당이라는 비판의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 운동의 현재에 대한 옹호가 현 운동의 지배적 경향, 혹은 다수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 굳이 계산이라고 표현하려고 하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영길이라는 사람의 정치적 궤적을 보라. 왜 통합의 정치인이라고 불리는가. 통합하면서 당을 이 만큼 성장시킨 사람이 권영길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과정과 결과를 보고 평가해야지 단순하게 눈 앞의 일만 보고 단순하게 계산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 운동의 현재에 대한 비판이 권 후보 개인의 운동사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인가.

= 그런 면도 있다. 자기가 걸어왔던 길이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될 수 있다.

"비정규 법안, 한미FTA 저지 보장되면 범여권과 선거연합 해야"

– 100만 민중대회에는 이른바 범여권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나.

= 김근태 의원은 한미FTA 반대하는 단식도 했는데, 우리는 그들을 ‘8월 15일에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들도 우리가 던지는 의제에 동의한다면 들어올 수 있다. 우리는 의제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특정한 선호를 갖지 않는 민중대회라면 범여권 사람들이 민중대회에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도 있겠다.

= 우리의 의제나 슬로건에 동의하는 세력은 다 오라는 것이다. 김근태, 천정배, 손학규에게도 발언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누가 됐건 자신이 집권하면 비정규직법에 대한 개정안을 내고 한미FTA를 반대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발언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 그들이 만약 의제와 슬로건에 동의한다면 민중대회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그들을 지지하자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겠나.

= 나는 그래서 1백만 민중대회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권 후보는 거기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설혹 싸워서 진다고 해도 비정규직법 개정과 한미FTA 저지에 대한 결의는 남는 것이다. 그것만이라도 얻어낸다면 커다란 성과가 아닌가. 민주노동당의 의석이 몇 석 줄어든다고 해도 한미FTA가 저지되고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한다면 말이다.

– 몇 가지 의제에서 중요한 양보를 얻어낸다면 선거연합이나 비판적 지지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 일종의 줄타기일 수 있다. 1백만 민중대회에서 진보대연합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되는 면도 있다.

–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 같은 사람은 양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 진보대연합은 보수정권과 진보진영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세 가지다.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는 것, 내년에 당을 만들면 누가 당권을 쥘 것이냐는 것, 그리고 비정규직법 재개정과 한미FTA 저지다.

권 후보가 이런 것을 놓고 거래를 하자고 얘기하면 당 내에서 돌 맞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만약 권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비정규직법을 재개정하고 한미FTA를 저지할 수 있다면 (선거연합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 시기에 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의회활동에서 번번이 무기력하게 꺾여 온 상황에서 당이 이런 의제를 돌파해낸다면 대중들에게는 가장 큰 것을 주는 것 아닌가. 당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듯이 자기를 던지더라도 민중이 뜰 수 있다면 해야하는 것 아닌가. 물론 복잡한 문제이고 당에서 논란이 되겠지만.

– 민중대회를 통해 일정한 수의 지지층을 확인한다면 유동적인 대선 정국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셈법도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예를 들어 범진보 세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범여권에 포섭된 개혁 성향의 지지자를 끌어들이거나 혹은 범여권과 선거연합을 하더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할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건 아닌가.

= 다중포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문을 닫아놓지는 않고 있다. 물론 그런 것을 의도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요동치는 대선정국에서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른다. 현재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전혀 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그에 대한 내 생각이나 후보의 생각을 얘기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

"진보대연합은 민주노동당의 오른편에서 이뤄져야"

– 진보대연합 논의가 정체되고 있는 느낌이다. 보통 진보대연합이라고 하면 ‘노힘에서 미래구장 좌파까지’로 구획한다. 이 구획에 동의하나. 1백만 민중대회는 진보대연합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 당초 내 문제의식은 진보대연합에서 출발했다. 박근혜 후보의 표는 우파의 표다. 시멘트 표다. 박근혜는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면 우에서 좌로 진격할 것이다. 중원을 장악하는 사람이 이기기 때문이다. 지금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만나고 한나라당이 획기적인 통일방안을 내놓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박근혜의 왼쪽 편에 있는 게 이명박 후보다. 그런데 이명박이 좌우의 표를 잠식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표와 민주노동당의 표도 일부 잠식하는 상황이다. 우리 왼쪽의 표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박근혜가 좌향좌를 하면 우리는 우향우 해서 중간지대로 나가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진보대연합을 보고 있다. 지금 범여권 자체가 지리멸렬한 상태이고 설혹 통합된다고 해도 그들과의 상층부 협의를 통한 진보대연합은 당에서 씨도 안 먹힐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대연합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그런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권 후보가 출마선언할 때 제시한 5대 제안이다.

사실은 두 가지 제안을 한 것이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내고 한미FTA 부결시키라는 것이다. 이 요구를 범여권이 받아들인다면 정치적 거래가 가능할 것이다. 범여권의 구도가 정리되는 시기는 10~1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 만약 민중대회를 통해 10만 이건 20만 이건 모여서 우리의 정치적 세를 확인시킨다면, 그 힘을 가지고 범여권과 공개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범여권은 국회의원 숫자를 가지고, 우리는 의제와 대선 때 동원할 수 있는 표를 가지고 만날 수 있는 테이블이 형성되는 것이다.

– 진보대연합의 외연을 굉장히 넓게 그리고 있는 것 같다.

= 나는 집권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하는데 나는 집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보대연합의 폭을 넓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 당도 새로운 방향에서 혁신할 수 있다. 언제까지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진보대연합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급행열차에 제동을 거는 정도의 선거연합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수준이라면 민주노동당의 왼쪽에 있는 연합의 파트너들이 불만이 많을 텐데.

= 저 개인적으로는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후보 되면 힘든 싸움 될 것"

– 이번 대선 구도를 어떻게 보나.

= 1강 다중구도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범여권이 통합을 이뤄서 한 명의 후보를 내보낼 수 있을지 부정적으로 본다.

만약 한나라당 후보로 박근혜가 선출되면 선거가 많이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이명박 지지율은 35% 수준이고, 박근혜의 지지율은 25% 수준이다. 만일 경선에서 이명박이 탈락하면 그의 지지층 가운데 5~10%는 박근혜 쪽으로 갈 것이다.

박근혜의 지지율이 30-35% 선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 박근혜가 정치적 비전을 던지고 좌향좌를 하게 되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이 다 달라붙어서 제동을 걸려고 해도 힘들게 된다.

반면 이명박은 빈틈이 많다. 다양하게 치고 싸울 수 있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고 해도 당내 보수표를 끌어당기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다. 이명박은 보수층을 끌어당기기 위해 오른편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도가 빈다. 이 구석을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이 치고 들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치고 나오는 양상이라면 이명박은 돌아서는 모양새니 이명박이 상대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 이명박은 검증 문제에서도 걸려있는 게 워낙 많기도 하고.

– 이번 대선의 목표가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법 개정인가.

= 내년 총선까지 가져갈 정치적 의제로서, 그런 성과를 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그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인가.

= 그렇다. 그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집권이고, 안전장치는 진보대연합이다. 집권이 안 된다고 해도 진보대연합을 통해 범여권이 이런 의제에 동의한다면, 권 후보가 3백만표, 5백만표를 얻는 것보다 더 큰 성과 아닌가.

전체  파이 키워서 당을 혁신해야

– 당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봐도 그런가.

= 그렇다. 원내에서 깨졌던 의제를 살려내고 우리가 승리로 이끈다면 결국 민주노동당의 승리가 아니겠나. 당 혁신은 내부 수습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전체 파이를 키워서 혁신해야 한다.

– 끝으로 1백만 민중대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 1백만 민중대회는 총선과 대선을 연계짓는 매개고리다. 당 지역위의 조직률이 약화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차원에서 1백만 민중대회 조직위원회를 꾸린다면 당의 외연을 넓히는 조직적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직적 틀이 총선 국면을 돌파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당내에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반감의 정서가 있다. 지역에서 10년 전부터 깃발 들고 돌맞아가면서 운동한 사람들이 당이 주축이 되는 것이 당을 혁신하는 과정이고 당의 중심을 세우는 과정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10~15% 득표를 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5%만 보태도 당선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역위원장의 원내 진출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진보대연합이나 민중대회를 그를 위한 매개고리로 삼자는 것이다. 물론 1백만 민중대회를 진보대연합이나 커다란 대선구도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건 아직은 막연한 바램이고 정치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러나 100만 민중대회를 조직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만 잘 이뤄진다고 해도 당에는 아주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