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 군사작전 절대 안된다"
        2007년 08월 02일 10: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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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인질 21명을 억류 중인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해 미국과 아프간 군이 군사작전에 돌입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는 2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작전은 안 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피랍자 가족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 사용은 안된다’, ‘군사작전은 안된다’는 뜻을 이미 미국에 전달한 바 있다. 만약 군사작전으로 한국인의 희생이 늘어난다면, 미국이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권 후보는’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 행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권 후보는 "부시 미 행정부의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이 될 수 없다"면서 "(미국의 태도는) 실체 없는 국익을 앞세운 무관심이고, 무책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무고한 한국인 21명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 국민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전세계인의 관심사가 됐으며, 이들의 무사귀환이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은 전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서신에서 권 후보는 자신을 "아프간에서 탈레반 세력에게 살해당한 한국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자, 모든 침략 전쟁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했다. 권 후보는 이날 오전 공개서신을 주한 미 대사관측에 전달한 직후 그 앞에서 한국인의 무사귀환을 위해 미국의 책임있는 조치와 파병 한국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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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귀하,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에게 살해당한 한국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자, 모든 침략 전쟁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서, 아프간에 억류중인 한국인 21명 전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무고한 한국인 21명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 국민만이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전세계인의 관심사가 됐으며, 이들의 무사귀환이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은 전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아프간, 이라크, 레바논에 대한민국 군대가 가 있는 이유는 한미동맹 때문입니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파병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3년 전 한국인 김선일 씨를 잃었습니다. 또한 아프간에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희생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21명의 한국인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께선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벌어진 두 피랍사건의 공통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 미국이 요청한 ‘파병’으로 인해, 무고한 한국인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2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21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21명 한국인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열쇠는 바로 부시 대통령께서 쥐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최우선 원칙은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가 아니라, ‘피랍 한국인들의 안전한 귀환’이 되어야 합니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께서 보다 책임있는 조치들을 취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미국은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또한 피랍 한국인들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탈레반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작전은 안됩니다. 피랍자 가족들 또한 한결같이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 사용은 안된다’, ‘군사작전은 안된다’라는 뜻을 이미 미국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의 당부와 4,8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을 져버리고 군사작전이 감행된다면, 부시 대통령은 전 인류의 비난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자칫 군사작전으로 한국인의 희생이 늘어난다면, 미국이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의 ‘즉각 철군’을 촉구합니다.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은 증오의 악순환을 통해 테러를 확산시키며, 오히려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도적 지원 강화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어떠한 정치군사적 명분도 생명의 존엄성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인 인질 사태를 방관하거나 수감자 석방 등에 적극적 협조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이 미국의 무책임에 분노할 것이 자명합니다.

    아프간의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 떠난 이들이 하나 둘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부시 미 행정부의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실체 없는 국익을 앞세운 ‘무관심’이고, ‘무책임’에 불과합니다.

    부시 대통령께서 한국민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이고, 평화적인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다시금 촉구하는 바입니다.

    아프간에 억류중인 21명 한국인 전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2007년 8월 2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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