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결과, 캠프들의 해석 전쟁
        2007년 08월 02일 1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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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기간에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 먼저 득표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또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홍보의 소재로 활용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전략 수립의 기초이지만, 그것을 공개, 혹은 비공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전략적 판단의 소산이다.

    심 캠프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 둘러싸고 내부 격론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측이 1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도 그렇다. 심 후보측 조사 결과는 크게 네 가지의 경향을 보여준다. 우선 선두권에서 노회찬 후보가 권영길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심 후보의 지지율이 연초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최근 심상정 노회찬 후보 진영에서 당원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3위를 기록
    한 심상정 쪽에서는 뚜껑을 열었고, 1위를 기록한 노 후보  쪽은 공식적으로 공개
    하지 않고 있다. 왜 일까?

    이와 함께 당원들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본선경쟁력’과 ‘정책대안’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본선경쟁력’과 관련해선 역시 선두권에서 노 후보가 권 후보보다 다소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심 후보는 ‘정책대안’ 부문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본선경쟁력’에선 멀찍이 처져 있다.

    끝으로 판세 자체가 대단히 유동적(‘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 41.2%)이고, ‘정책대안’이 표심 이동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향후 지지후보 선택 기준’에 대해 ‘정책대안’이라고 답한 비율 49.7%)는 점이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지 여부에 대해 심 캠프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심 후보의 상승세와 판세의 유동성이라는 ‘내세우고 싶은 것’의 반대 급부로 노, 권 후보가 멀찍이 앞서 있음을 확인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선경쟁력 6.6%는 심 후보에게는 ‘감추고 싶은 것’이다. 

    심 캠프는 격론 끝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전체 지지율 순위를 헤드라인으로 뽑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심 후보가 상승세에 있다는 점, 그리고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캠프들의 해석전쟁

    심 캠프의 여론조사 결과 공개 이후 각 캠프들은 물밑에서 ‘해석 전쟁’을 벌였다.

    심 캠프는 ‘심 상승, 권 추락, 노 하향 정체’라는 추세를 강조했다. 심 캠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3강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아직 바닥에서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고 휴가가 끝나야 관심이 높아질텐데, 이 시점이 심 후보의 상승기와 맞물려 있어 예측 불허의 혼전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권 캠프는 심 후보측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현재의 판세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놨다.

    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심 후보측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노, 권의 양강구도를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하면서 권, 노 후보로의 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 심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데, 이는 당의 간판을 교체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며 "문제는 ‘누구로 교체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당원들은 ‘본선경쟁력’이 있는 노 후보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노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자체 조사보다 심 캠프의 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는데, 심 후보가 실시한 ARS 조사의 경우 대개 적극적인 투표 의향층의 응답 비율이 높다"면서 "심 후보가 적극적인 투표 의향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평균적인 ‘당심’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권 캠프의 한 관계자는 "심 후보측 조사 결과는 큰 추세를 보여주는 것일 뿐, 세세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일단 현재의 판세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캠프가 앞선 조사 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심 상승, 권 추락, 노 하향 정체’라는 추세분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ARS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는 조사 기법 자체가 다른데, 이것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추세 분석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각종 국민 지지율 조사에서 권 후보와 노 후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는데, 7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10개 중 7개는 권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일반 국민들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조만간 당내로 유입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한편 노 캠프도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여론조사의 목적이 내부 전략 수립용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노 캠프의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조사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고 있어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방법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노 캠프는 서울 500명, 인천 500명, 경기 500명, 기타 지역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노 후보가 권 후보를 30%대 초중반에서 오차범위 이내로 앞섰고, 심 후보는 15%를 약간 밑돌았다.

    그러나 이 조사치에 대해 당내 투표권자 비율에 맞게 지역별로 가중치를 둬서 수치를 뽑은 결과 노 후보 38% 수준, 권 후보 36% 수준, 심 후보 16~17% 수준을 나타냈다. 1일 일부 언론이 노 캠프의 여론조사 결과라고 인용한 수치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다 무응답층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들이 장차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를 예측해 봤는데, 그 결과 노 후보 45%, 권 후보 42%, 심 후보 15%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이 세 가지의 조사치에서 모두 노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난 셈인데, 일각에선 노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자주계열의 표 결집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권 캠프도 조만간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캠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역 정치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아 지역별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 지역의 경우 특정 사업장과 지역위원회에 따라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달리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가중치가 두어져야 정확한 판세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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