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행경로, 점진적 기업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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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31일 05: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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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교역

차베스는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이라는 지역 통합 구상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중남미 통합 없이 중남미 미래는 없다’는 신념에서 기초한 이 중남미 통합 구상은 분명 지긋지긋한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종속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노력임과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역의 원리와 지역 경제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거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세계화와 동시에 동전의 양면처럼 진행되는 기존의 지역 통합과 국가 간 협정들이 기본적으로 자본과 권력, 기득권 세력, 그리고 경제적 우위에 있는 국가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라면, ALBA는 지역 내 노동 대중의 삶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이념에 기초한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3국간에 체결한 민중교역 협정은 비교 우위에 입각해 서로의 약한 부분을 뜯어 먹는 방식이 아닌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새로운 교역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민중교역의 가능성과 한계

미국의 가공할만한 자유무역협정의 선전과 중남미 국가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친미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반격에 대한 대비와 함께 근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 우고 차베스(오른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왼쪽) 브라질 대통령.
 

과연 이러한 상호 호혜적 교역 원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주도로 미국으로부터의 금융시장 독립을 위해 중남미 통합 은행과 중남미 공동 화폐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중동의 부유한 산유국들은 비산유국인 여타 아랍 국가에 대해 호혜적 지원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국 내 빈곤층 지원도 없어 부자 나라 산유국의 가난한 사람들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느라 바쁜 중동의 부패한 지배 계급의 무능과 부패, 자국 민중들에 대한 분배에 대한 책임 방기 외에도 중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지역 내 금융 제도의 미비이다.

이는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집요하고도 끈질긴 미국과 서방의 방해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이익의 대부분은 친미 부패 왕족들과 지배층들에 의해 안전한 서방 금융 기관에 모셔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남미 자체 금융 시스템 확립과 중남미 통합 화폐 제정 시도는 역사적인 일이다. 또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 이것이 민중적 교역의 원리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과연 베네수엘라가 현재 역내 좌파 블록들과 맺고 있는 민중 교역의 원리가 중남미 영역 바깥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쿠바 의사들 활동에 반발하는 이유

가령, 베네수엘라가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과 민중 교역을 맺기 위해서는 상대국 역시 사회 체제 변혁을 추진하고,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미국 없이 교역이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의 문제보다 중요한 지점이다.

최근 러시아, 카타르, 이란과 더불어 베네수엘라도 가스 OPEC를 창설을 위해 분주하다. 현재 볼리바리안 혁명의 물질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중남미 석유회사(PDVSA)도 에너지 분야 거대 자본의 본연의 역할로 돌아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실험은 이렇듯 한계 또한 명백한 것이다.

중남미 내로만 한정해도 이 원칙이 지속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가령, 쿠바의 의사들과 교사들이 볼리비아나 베네수엘라로 가서 가난한 민중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는 있지만, 사적 영역이 존재하는 상대 당사국들 내의 자본은 물론 이 부문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쿠바 의사들에 대해 심각한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 정도로 취급되었다. 이러한 반발은 기득권층이 아니라 민중으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 가령, 볼리비아의 농산물이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베네수엘라의 농민 혹은 농산물 가공업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석유 생산 0%인 한국에 베네수엘라가 저가로 석유를 주는 경우와 같이 어느 한 쪽이 관련 생산이 0%가 아닌 이상 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이다.

설사 중남미 공동체가 미국으로부터의 종속 탈피에 역사적인 성공을 해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차베스와 같은 개인적 치부에 관심 없는 혁명가가 사라질 경우 혹은 초기 혁명의 열정이 사라지고 체제가 안정화되고 그 안의 관료제가 공고화되면 새로운 기득권 세력 나타날 수 있다.

중남미 공동체 공통점은 취약한 산업과 극심한 빈곤

이들이 다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될 경우 자원의 보고인 중남미에서의 공동체는 여타의 자원 빈국이나 주변부 국가들에게는 또 하나의 거대한 몬스터일 수 밖에 없다.

중남미 공동체 내에서도 공통점이라고는 취약한 산업과 어마어마한 빈곤뿐이다. 각국마다 계급 지형이 다르고 군부의 저항 정도가 다르다. 또 좌파들의 정치적 한계 또한 매우 다양한데, 좌파가 계속 집권하지 못 하거나 좌파가 권력을 획득했다 할지라도 민중에게 곧바로 가시적으로 줄 수 있는 기본적 혜택 제공 능력이 부재한 자원 빈국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경우, 민중적 교역으로 인해 이해가 충돌하는 분야의 자본가 계급과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에 의해 동요하는 노동대중 자신들에 의해 공동체는 언제든지 붕괴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공작 같은 외부 요인과 별도로 발생할 수 있는 내부적 위협이다.

더욱이 지금의 역내 민중교역의 형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판매로 인한 막대한 금액을 기반으로 하는 비시장적/비경제적 교역 원리에 입각한 교역이 많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무한정으로 자국의 석유를 팔아 볼리비아 학생 수 천명을 매년 무상으로 교육시킬 수 없고, 볼리비아의 생산 시설에 기금을 쏟아 부을 수도 없다.

이런 형태의 교역은 국가의 막대한 부담 때문에 현존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원인이 되기까지 했다. 소비에트 연방 15 개국 사이의 교역 원리나 여타 동유럽, 중국, 쿠바 등과의 교역 원리야말로, 비자본주의적, 비신자유주의적 교역 원리에 가까웠다.

비경제적 교역에서 오는 손해에 대한 국가의 과중한 부담이 사회주의 국제경제체제의 붕괴에 일조한 것의 근본적 이유도, 그러한 형태의 교역이 특정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도 양자 모두 자본주의적 원칙에 입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역설적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따라서, 현재 시장체제를 거부하지 않은 채, 중남미 일부 국가간 이루어지고 있는 민중적 교역은 그 자체로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노정하고 있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국영석유회사를 시찰 중인 차베스 대통령(사진=뉴시스)
 

석유 문제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이야기할 때 석유를 빼놓으면 매우 공허해진다.. 베네수엘라의 각종 빈곤 퇴치 사업,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모두 석유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타국에게까지 미치는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관계 실험 역시 석유라는 물적 토대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국민의 압도적 다수를 빈곤층으로 내몰아 오면서, 미국과 극소수 지배 계급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했던 석유 부문이 국유화되었고, 현재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혁명 추진의 물질적 토대는 이 석유 부문에서 만들어진 사회 발전 기금 등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 부문뿐 아니라 기간 산업과 타에너지 산업을 국유화하는 정책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종속과 반식민 상태의 국가들이 실시한 국유화는 국제 거대 자본과 자국 지배 세력에 의한 착취를 철폐시키고, 공정한 분배를 실현함으로써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들을 가져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효율과 낭비, 관료주의의 문제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국유화 정책의 명암

현재 러시아는 자원으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부를 국민이 아닌 극소수 올리가르히(과두 재벌)들이 나누어 먹는다. 이에 비하면 베네수엘라의 조치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오래 가지 못 할 위험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고유가 구조가 무너질 경우에 올 수 있는 위험만큼이나 구조적으로 위험한 것이다. 

정부가 국유화된 산업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비석유 부문에서의 성장이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현재 ‘정치적’ 생산을 하고 있는 석유 부문에 대한 문제를 상쇄시키는 것이 되면 안 된다. 베네수엘라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석유 부문을 비롯한 자원 중심 경제에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그토록 폐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유화의 비효율성과 낭비, 경영의 방만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련과 같은 전 사회적인 비시장 체제에서의 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국유 기업들의 한계와 성과는 끊임없이 논의되어야 한다.

기업과 부자들이 국가에 저항하지 않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회 보장을 위한 세금으로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 낸 스웨덴의 경우 국유화된 기업은 전체 기업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자본의 협력이 구조화된 북구 복지 국가와 그러한 전통이 없는 현재 중남미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간 기업들과 미국이 반격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중남미에서 현재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란 기간 산업 국유화와 그로부터의 사회 기금 조성 외에는 많지 않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재 노동자 공동경영이나 협동조합 등 생산 과정에서도 권력을 노동 대중에게 주는 정책은 이러한 반동을 구조적으로 막아 내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점진적 기업 통제

혁명을 지속시키고 성공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이익의 50%를 발전 기금으로 내놓는 국영 석유회사만큼 사기업들도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데, 자본주의 자체의 폐지가 불가능하다면 점진적인 기업 통제 방안으로서 스웨덴식이나 베네수엘라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세제 자체도 불평등하고, 그나마 있는 세금 제도조차 각종 불법적 방법으로 회피하는 한국의 재벌들, 기득권 세력들을 통제하지 못 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각 기업의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수하라는 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저항을 야기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이러한 요구가 오히려 뒤늦은 것임을 알려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이 방안은 고전적 사회주의 혁명의 내용도 아니며 체제의 근본적 변혁이 아니기에 여전히 한국 좌파들의 관심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며, 지금까지도 바뀌어지지 않는 완고한 구조를 어떻게 뚫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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