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의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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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31일 1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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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본.사”
후배에게 술을 먹자했더니 건네는 말이었다.

닥치고 본방송 사수!!
10시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10시에 본방송으로 보겠다는 소리인 것이다.

재방송도 있고 다운을 받아 볼 수 도 있는 드라마를, 맛난 안주에 그리 좋은 술을 사주겠다는것을! 단호하게 세 글자로 거부를 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닥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사수를 하겠다는데.. 목숨 걸고 지켜야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있는가 잠시 세상사는 이야기와 당 이야기를 접어야만 했다.

왜일까. 무엇일까. 사랑스런 나의 후배를 그토록 모질게 만든 저 본방사수의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후보를 결정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몇 안 되는 기회가 온 것이다. 보나마나 당내 정파 조직의 후보 결정이 있을 것이고 또 지역 상근자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독려 문자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당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그동안 침체되고 우울했던 당원들의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선배들이 술 마시자고 전화할 것이고 나는 복수할 것이다. 나도 확실하게 이야기 할 것이다.

“닥.본.사”라고.
닥치고 본선 경쟁력 사수!!

2002년 당 가입 당시 당은 무척 재미있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차이에서 느꼈던 무게감은 의미 없었다. 당시 대통령 선거운동은 남들의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치면서,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어르신들과 논쟁하면서 빛을 발했다.

이회창과 노무현 사이에서 권영길이 대선후보 대접(?)을 받고 있었고 사회당은 금칠한 스님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 선거운동이 끝나고 우리는 이미 이겼다며 진보장미를 나눠주고 식당에 앉았을 때, 정몽준이 지지 철회 발표를 했다.

개표 방송을 보지도 않았다. 술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누나들 방에 가서 마냥 심각하게 이불에 얼굴 묻고 누웠다. 누나들은 민주노동당을 찍었다며 누나 노릇 했단 듯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나중에 알았지만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놈현을 사랑하는 누나들로 밝혀졌다.)

2004년 총선거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영화배우 문소리가 나보다 당 번호가 늦을 것이라는 유치한 우월감도 느꼈다. 골목과 골목을 오가며 한대수 형님의 ‘희망의 나라로’를 틀었다. 소리 높여.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을 외쳤다. 당원들의 목소리는 걸걸한 대수 형님의 목소리와 닮아 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한대수의 목소리를 닮아가는 당원들이 늘어가는 재미가 알록달록 했다. 개표 방송을 보는 날, 개표 방송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처음 알았다.

액션과 로맨스는 기본이었고 반전도 이런 통쾌한 반전이 없었다. 역사 책의 몇몇 장면들이 사정없이 머리를 필름처럼 스쳤다. 노회찬이 새벽쯤에 김종필의 엉덩이에 수십년간 갈아온 똥침을 날렸다. 저 더러운 3김 시대의 장막을 걷어내는, 손가락에 금칠한 똥침이었다. 김종필은 자리를 박차고 특유의 표정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 후로 당은 재미를 상실했다. 상실의 시대 05년, 06년을 지나면서 이런저런 당 안팎의 선거가 있었지만 지방의원 몇 명 생겼다는 것 말고 당은 전혀 재미있는 구석이 없었다. 나는 당비를 연체했고 <진보정치>를 버렸다. 10만 당원이 되었으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가 당의 구의원을 안다며 시험 정보도 주었다. 학점은 잘 나왔지만 재미는 역시 없었다.

2007년. 일대 격전을 앞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난 권영길의 악수와 웃음 한방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2004년 총선 때 광주에 내려와 선거사무실 구석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심상정을 보면서 웃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노회찬을 지지한다. 노회찬의 선거운동도 할 것이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재미를 찾기 위해서다.

닥치고 본방송을 사수하려는 후배를 이끄는 의지는 생동감과 현장감이다. 드라마 본방송을 같은 시간대에 같이 보는 매니아들이 있다는 일체감이고 역동성이다. 이런 생동감, 현장감, 역동성, 일체감이 사수!! 하겠다는 의지를 불러 일으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에게 당 게시판이 멀게 느껴지고 당 상근자들의 행사, 집회 일정이 부담이 되는 순간에도 노회찬은 꿋꿋하게 브라운관을 지켰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노회찬의 어록에 대해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이고, 웃음 이면에 있는 잔잔하고 깊이 축적된 역사를 되새기게 만든 사람이 노회찬이었다.

독재자의 딸을 차갑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입술을 삐툴게 다물고 상대를 노려볼 줄 아는 사람이 노회찬이었다. 슬픈 눈물과 맑은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람이 노회찬이고 삿대질 하며 적들을 당혹케 했던 사람이 노회찬이다.

이것이 바로 본선 경쟁력이다. 지금의 후보들중 본선 경쟁력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노회찬 말고 누가 있는가? 그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는가?

대선이라는 전국적 굿판에 광대처럼 세상을 풍자하고 가진 자들을 조롱하며, 21세기적 정치해학을 보여줄 배우를 케스팅해보자!! 노회찬 말고 그 누구를 이야기 할 것인가.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의 역할을 맡을 사람이 노회찬 말고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당내 후보 경선의 제일의 선택은 본선 경쟁력뿐이다. 역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고 바위를 끌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삶을 더 이상 당원들에게 요구하지 말아라. 그리고 더 이상 그 짐을 대물림하듯이 넘기려 하지 말아라. 

어제 민주노동당 어린이 캠프에 선생님으로 갔었다. 거의가 당원들의 딸, 아들이었다. 그런 중 아이들이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인당이라 칭하기 시작하며 2박 3일을 지내더라.

“헌 세상을 꿈꾸는 자만이 헌 세상의 주인이 된다. 안 자유로운 민중의 나라…아~~민주노인당이여 이제는 후진이다!!!” 당가를 개사하여 노는 당원들의 딸, 아들을 보면서 나 혼자 심각해졌다.

삶을 살아가는데, 당 활동을 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일선에 나선 우리가 재미없다면 그 무엇으로 가족과 친구를 설득 할 것인가? 당의 움직움이 현장감 있게 느껴지고 전국의 10만 당원이 하나처럼 일체되는 쾌감! 구시대의 정치노름꾼들을 잔혹하게 베어버리는 통쾌함과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 아니 느껴야겠다!

당원 되고 나서 처음으로 전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이번에는 “닥.본.사”를 외치자! 닥치고!!! 본선 경쟁력 사수!!! 노회찬이 민주노동당의 대선 주연 배우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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