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안의 성장담론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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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30일 06: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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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언을 환영하며

    지난 7월 22일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선언’이 있었다. 진즉부터 민주노동당에서의 녹색담론의 주류화를 희망하였던 한 사람으로 이번 선언을 환영한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치공학적 관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기에 잘 모를 뿐더러, 외부에서 이러 저러한 말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이번 녹색정치 선언이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환경-생태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점이 되고, 한국사회를 생태사회로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자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지난 7월 22일 열린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선언’ (사진=민주노동당)
     

    ‘녹색정치’ 선언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특히 한국사회에서 ‘녹색 혹은 초록’으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본 보수 정치와 대변되는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실험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희망한다.

    되돌아보면 한국사회의 정치공간에서 환경 혹은 생태 문제가 정치적 이슈이자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별로 없다. 현실 환경운동의 사회적 영향력과 별개로 정치공간에서의 환경운동의 영향력은 거의 부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의 원인 역시 다양하게 지적되고 분석되지만 별반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환경 현안의 발생과 갈등의 증폭 과정에서 정치공간의 무능력과 반환경성만 확인될 뿐이며, 이러한 정치공간이 또 다른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 주범이 되곤 하였다. 특히 성장 패러다임을 근거로 하는 개발주의가 정치공간에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움직임은 부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은 선언의 대상이 당 내부이든 혹은 외부이든, 혹은 그 선언의 내용이 추상적이든 혹은 구체적이든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녹색정치를 염원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2. 녹색정치 선언 즈음의 우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녹색정치 선언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우선은 민주노동당이 녹색정치 선언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대다수 환경단체들은 남의 집 잔치인 양 바라볼 뿐, 이와 관련한 연대를 어떤 방식과 방법으로 구체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문제이며, 다음으로는 민주노동당 녹색정치 선언의 구체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선 후자의 문제를 살펴보면,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이 선언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동력을 가지고 진보운동 뿐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전반에 있는 ‘내 안의 성장주의 담론’을 극복하기 위한 분명한 ‘대응 프로그램’이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당의 주요한 사업으로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선언을 구체적 정책으로 만들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역시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고백하는 녹색정치 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언을 구체화하고 당의 주요한 자기과제로 제시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을 현실로 이끈 분들의 또 다른 노고와 역량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선언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녹색씨앗을 싹틔우기를 진심으로 기대할 뿐이다.

    반면 이번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 과정과 이후 과정을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단체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녹색정치 ‘선언’을 하였다는 사실 하나로 각 환경진영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뭐가를 제시하고 함께 하여야 한다는 당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당 내 선언’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모두 동일한 입장을 보일 수도 없으며, 현실적으로 그러한 상황도 아니라 판단한다.

    다만, 오랜 기간 노력하였고 주목하였던 ‘녹색정치 혹은 초록정치의 주류화’에 대한 논쟁이 사라지고, 심지어 녹색정치 실험에 주도적으로 앞장섰던 일부 인사들의 기존 정치권으로의 편입 현상마저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조차도 아무런 논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환경단체의 침묵이 우려스럽다

    ‘녹색의 주류화’를 내세우며 진행되었던 ‘녹색정치’라는 오랜 실험은 망각되어지고 논쟁은 사라지고 녹색정치에 대한 실험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상황이 이러하니, 민주노동당의 선언에 대해서조차도 어떤 방식과 방법으로 연대를 구체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한 녹색정치를 위한 활동과 지금 이 순간에도 녹색-초록정치의 실현을 위해 풀뿌리 주민자치 현장에서부터 지방의회의 공간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 환경운동과 기존 정치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녹색의 주류화를 위한 이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환경진영의 녹색정치를 위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상황 역시 현실이다.

    3. 더 넓은 녹색을 바라며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과 녹색정치를 위한 환경운동 진영의 노력이 어느 시점과 내용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흔히들 생태-환경 운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색깔로 정의되기 힘들며, 오히려 만 가지 색깔이라고 한다. 한국사회 생태-환경운동 역시 다르지 않다.

    저마다의 주의와 주장이 있고, 개인에서부터 단체 모두 다양한 입장과 지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와 기존 생태-환경운동의 접목은 다양한 지점에서 다양한 수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향후 녹색정치를 위한 생태-환경운동 진영의 더 많은 실험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 역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당 내외의 다양한 실험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바라마지 않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가 특정의 이념과 주의를 내세운 녹색정치가 아니라 더 많은 대상과 시민을 만나는 녹색정치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생태-환경운동의 새로운 변화가 함께 만나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선언이 한국사회의 생태사회로의 진전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선언의 현실화를 위한 즐거운 여정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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