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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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30일 12: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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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그 열기가 삼복더위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연설회를 하는 날 나는 연설회장에서 들어가다가 그만 나오고 말았다. 물론 조금 있다가 다시 들어갔지만 말이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피케팅 응원 분위기가 아직 나에게는 너무나 어색했다.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그런 자리에서 권영길을 연호하거나 자민통 그룹들과 함께 해야할 캠프 활동이 내게는 매우 어색하고 서툴다. 그리고 박용진처럼 권영길 지지를 선언했다가 뭇매를 얻어 맞기 쉽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나는 권영길을 지지하고, 그 이유를 밝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겐 너무 어색하고 서툰 선거운동

       
      ▲ 박창완 민주노동당 성북구 지역위원장 (사진=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어떤 후보는 나와 권영길 후보와의 업종회의(민주노총 출범 전 제조업 노조의 전국조직인 전노협과 함께 민주노조의 한 축을 이뤘던 사무직 노조 연대조직-편집자)으로 민주노총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을 말하면서 내가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섭섭해 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 말씀이 고맙긴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인연만으로 권영길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인연으로만 말하면 나는 지난 번 당 대표 선거 때에 문성현이나 주대환을 지지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분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나는 조승수를 적극 지지했다.

    내가 권영길을 지지하는 이유와 그 이유를 밝힐 수밖에 없는 저변에는 복잡한 정치공학의 고차원 방정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내가 권영길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권영길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민주노동당의 간판이고 대표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은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에서 짜내는 선거공학적인 정신노동의 산물로서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해에 구청장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두 번의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하여 성북구의 시장과 골목 구석구석을 땀 흘려 발로 뛰면서 유권자인 주민들로부터 확인한 현장노동의 산물이다.

    "민주노동당 하면 권영길이지"

    주민들이 더러는 “노회찬 의원, 참 말 잘하더라!”고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심상정 의원, 정말 똑똑해요”라고 반가와 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주민들은 “아! 민주노동당, 권열길!”, “아 민노당, 그거 권영길당이잖아”라고 하거나 경상도식으로 “권영길이 당”이라고 말하면서 악수까지 하고 격려해 주었다.

    당내에서야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 진영에서 대표주자 교체론을 주장하지만 본선에서 우리 당에 표를 던질 유권자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민주노동당의 얼굴은 권영길이다. 짧지 않는 대선 과정 기간,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라고 호소해야 할 최일선의 당원들의 대표 상품은 여전히 권영길이다.

    우리는 세일즈맨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자를 만나듯이 대중을 만나 우리의 대표 상품을 팔아야 한다. 이때까지도 우리가 상품의 이름과 특징을 알리고, 거기다가 성능의 우수함까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식으로는 선거를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선거전에 돌입하면 더 이상의 상품 설명이 없이 상품명으로만 소비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믿을만한 상품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대중들에겐 ‘역시, 권영길’이다

    메이커는 민주노동당, 상품명은 권영길.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텔레비전 수상기로 말하면 파브냐 엑스켄버스냐를 말해서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물건이 ‘케이전자’에서 2012년 올림픽 겨냥하여 개발한 차세대 제품인데 아직 품질과 안정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화질이 좋으니 우선 한번 써보시고 평가해 주세요"라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치인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 1위 권영길은 우리 당의 최고의 자산이다.

    두 번째로 정치라는 것이 모름지기 계급과 계층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지역이라는 공간에서부터 출발하여 전국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격돌하는 것인데, 권영길이야말로 당의 유일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견실한 지역적 기반과 함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망라한 노동계급의 가장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의 행보가 심히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만든 민주노동당에 수천의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조직적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의 당원으로서 긍지를 잃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은 창당시기부터 통합적 리더십으로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가리지 않고 활동해온 권영길의 공이 크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한국노총에서 활동했었던 나의 판단에 권영길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한국노총의 많은 조합원들도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노총 조합원들까지 움직일 수 있다

    세 번째로 내가 권영길을 지지하는 이유는 모두가 부정하지 못하는 그의 우직함과 결단, 그리고 소신이다. 민주노총의 역사가 그렇고 민주노동당의 역사가 웅변하듯이 어려운 시기에 그는 결단하고 몸을 던짐으로써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전국적인 정치파업을 승리로 이끌었고, 당을 건설하여 반석에 올려 놓았다.

    정치적 입지나 영광이라고 하기엔 그 행색이 초라했기에 그 누구도 나서기 꺼렸던 두 번의 대통령 후보에도 몸을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당 대표를 맡은 시기에 나는 당의 상임집행위원으로서 가까이에서 그를 수년 동안 보좌하면서 지켜보았다.

    때로는 좌고우면하느라 느려터져 속 썩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가 결심하면 미련한 소처럼 오직 앞으로만 걸어갔다. 한 번도 이리저리 기웃거리거나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더구나 변절도 훼절도 없었다. 오로지 성난 황소처럼 앞으로만 간 권영길이다.

    그 밖에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면 그는 자민통의 후보가 아닐뿐더러 자민통에게 그를 빼앗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당 대표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가끔씩 북한 문제와 그와 관련된 일에 대한 당의 대응 방식을 두고 자민통 쪽으로부터 비난받고 험한 꼴 당해가면서도 절대로 휘둘리는 법이 없었다.

    중심을 잡고 통합하는 그는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거목이었다. 그런 그를 낡은 정파구도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직하지도 사실이지도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것이 아닌가?

    권영길은 자민통 후보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조용히 지지하면 그만일 것을 가지고 글발도 없으면서 내가 이렇게 커밍아웃까지 하면서 권영길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로부터 권영길을 구출하기 위해서다.

    나도 힘들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는 자민통 사람들과 같은 캠프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어색하다. 어느새 자민통에게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듯한 내가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하다.

    자민통의 어제와 오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권영길은 자민통이 아니고, 권영길은 자민통의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이 염려하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권영길의 자민통 후보화를 막기 위해 나는 권영길 캠프 깊숙하게 들어간다. 이 야심한 밤에 ‘트로이의 목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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