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하려면 먼저 체포되라고?
        2007년 07월 27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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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를 각오하고 교섭에 나와라."

    이랜드 회사 쪽은 체포 영장이 발부돼 현재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는 노조 쪽 교섭위원들에게 교섭을 위해서 밖으로 나오라고 ‘공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교섭위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을 잘 알고 이 같은 ‘대화 제의’를 하는 것은 회사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당초 이랜드 노사는 지난 26일 대방동 여성회관에서 교섭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노조의 신변 보장 요구를 노동부와 경찰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인해 무산됐다.  

    노조는 신변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에서 교섭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회사 쪽은 민주노총에서 교섭을 할 경우 대표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27일 오전에 민주노총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교섭 역시 무산됐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비정규 운동본부 이창규 국장은 "신변 보장에 대한 답변을 듣지 않은 가운데, 협상에 나설 노조측 관계자 2명이 교섭 예정일 오전 갑자기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치 사측과 정부는 노조가 협의한 장소에 대해 약속을 어긴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그 동안 신변보장을 해주던 관례를 믿고 노조는 협상에 임하려고 했지만, 정부와 경찰이 신변 보장을 해주지 않은 채 외부 협상장에 나서라는 것은 사실상 교섭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쪽은 27일 뉴코아노동조합 위원장의 재청구된 구속영장에 대한 실질 심사가 이뤄지던 3시 대방동 여성 플라에서 협상을 하자는 공문을 노조측에 보내왔다.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이다.

    회사 쪽은 또 이날 협상이 무산되자 공문을 통해 오는 30일 오후 2시 신당동 인근의 한 경제 교육원에서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재개하고, 28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집중 교섭 기간을 갖자고 제의하는 등 ‘속 보이는’ 교섭 공세를 벌이고 있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의 제안은 기존의 주장과 똑같다. 사측은 우리가 신변 보호 없이 민주노총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반면, 사측은 여러가지 선택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참여가 가능한 카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사측의 협상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 뉴코아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탄압하고, 경찰은 진압하고, 검찰은 영장 청구하고, 법원은 가처분 가압류 신청하고, 언론에서도 이랜드는 아프간 사태에 의해 완전 묻혔다"면서 "지금과 같이 사측이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당장 교섭이 진행되기 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외주화 중단 및 고소ㆍ고발 취하 등의 쟁점 사안과 관련해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난 27일 이랜드는 9개 종합일간지와 5개 경제일간지 석간 신문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교섭과정에서 (사측이) 최대한 양보를 했다"고 주장해 교섭 회피와 여론 호도 그리고 교섭 공세 등 실질 대화이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또 정부와 사법부도 회사 쪽 편에 서서 사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5일 이랜드의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조합원들의 투쟁을 원천봉쇄 했으며, 이어 26일엔 검찰이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핵심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한편, 이랜드그룹 제품 불매 운동과 유통 매장 매출저지 시위 등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등 3천여 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서 이랜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으며, 경찰의 물대포 공격에 맞서 격렬하게 투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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