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 근본주의자의 인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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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7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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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 불매운동 대열이 전국 홈에버 매장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이 ‘불매동맹’으로 번져 나가면서 홈에버 매출도 뚝뚝 떨어지나 봅니다. 이랜드도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어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는 제목으로 모든 중앙일간지 하단 통광고를 때렸습니다.

    항복선언이냐고요? 그랬다면 마음 편히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으련만, 사과하는 척 눈길을 잡아 끌고는 한다는 얘기가 대뜸 ‘이랜드는 최대의 양보를 하기로 결정하고’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인 외주화 중단,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고용보장 등을 이행하기로 했는데 ‘비정규직 법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정치 투쟁을 위해 특정 기업에게 희생양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으며 ‘이랜드, 뉴코아, 홈에버가 문을 닫게 된다면 우리사회가 이런 횡포를 그대로 용납하는 것’이라고 자못 엄숙한 경고로 되술래잡습니다.

    따져 볼까요? 노조의 핵심 ‘요구대로 외주화를 중단한다’, 그러나 나중에…이미 체결된 외주 계약 때문에 1년 이후에나 하겠답니다. 그동안은 외주 직원에 밀려난 조합원들은 유휴인력으로 뱅뱅 돌면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 1년간 박성수회장의 눈에 ‘사탄’으로 보이는 노조를 와해시키고 나면 외주화에 반대할 세력도 없어지겠지요.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고용보장한다’, 그러나 비조합원은 제외… 이건 이미 작년에 체결된 협약 사항인데 회사는 오히려 조합원에만 한정해서 적용하겠다고 협약을 위반, 축소한 것입니다. 그래서 2천명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2중대인 용역직으로 밀려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법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누구입니까?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이번 싸움에 참여했던 모든 조합원들은 이 싸움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위한 싸움이라고 합니다. 기간제 비정규직과 파견, 용역 비정규직을 오가는 비참한 비정규직의 대물림을 끝장내기 위한 세대간 연대 의식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이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전환점이어야 한다는 역사적 자각도 갖추었습니다.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은 80만원짜리 껌값의 생존권을 넘어 850만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정치적 투쟁이며 노동운동의 새역사를 쓰는 역사적 투쟁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특정기업이 희생양’이 되었다는데 ‘가장 악질적인 기업이 본보기가 되었다’고 써야 정확한 것입니다. 노동기준의 글로벌스탠더드는커녕 생리현상마저 봉쇄하는 12시간 벌세우기 노동에 최소한의 근로기준조차 유린한 악질기업이 비정규직의 정당한 항의마저 짓뭉개고 자본의 철옹성을 지킨다면 그것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 것입니다. 이런 악질자본의 ‘횡포를 그대로 용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의 가면을 뒤집어 쓴 위선적인 이랜드 자본이 급기야 홈에버에 입점한 점주들을 그들의 방패막이로 세워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간에 ‘수평적 폭력’의 주술을 걸고 있습니다. 정권은 홈에버 불매운동 대오에게 손배의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랜드 자본가와 노무현정권은 자기들이 싸지른 똥을 치우지도 않고 여기저기다 게바르고 다니는 역겨운 개똥남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글/그림=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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