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 피랍 여성 "모두 아프고 처참…구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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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7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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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23명의 한국인 인질 중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고 한 때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인 인질 8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같은 날 노무현 대통령은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급파했다. 27일자 한겨레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특히 8명 우선 석방 계획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다양한 성향의 탈레반 무장세력들과의 일괄 타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CBS방송이 임현주씨로 추정되는 여성 인질 1명과 전화 인터뷰에 성공해 사태 발생 8일만에 한국인 인질의 육성이 처음 공개됐다. 대다수 27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인터뷰 내용을 1면 머리에 올렸다.

    다음은 27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피랍 여성인질 1명 미 CBS방송과 통화/"모두 아프고 탈진…제발 도와달라">
    -국민일보 <피랍 여성 1명 미 CBS와 통화/"너무나 힘든 나날…구해달라">
    -동아일보 <"피랍자 모두 아프고 처참한 상황"/억류 임현주씨 미 방송 인터뷰…"빨리 풀려나게 도와달라" 호소>
    -서울신문 <미 CBS, 피랍 임현주씨와 전화통화 육성 공개/"모두 매우 아프다…도와 달라">
    -세계일보 <탈레반 "한국인 나머지 인질 22명 무사"/석방설 8명 재억류…추가 살해 위협>
    -조선일보 <"너무 힘들어…제발 구해주세요/여성 18명 함께 있어…남성 인질들은 다른 곳에">
    -중앙일보 <"우리 모두 아프고 끔찍한 상황/빨리 빠져나오게 구해주세요">
    -한겨레 <"남은 22명은 꼭 무사히…" 대통령 특사 파견>
    -한국일보 <"유일한 남은 조건은 22명 인질-22명 죄수 맞교환">

    한국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 첫 인터뷰"

    탈레반 무장단체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의 26일 인터뷰에서 "유일한 남은 조건은 탈레반 수감자 22명과 한국인 인질 22명을 맞교환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일보는 "아마디의 행적과 연락처는 지금까지 서방언론 어디에도 정확히 노출된 적이 없다. 아마디는…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시지를 그때 그때 가장 효과가 높다고 판단되는 언론사를 선정,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방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쳐오고 있다"며 "서방언론으로서 아마디와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시도, 성사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불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를 메신저로 내세워 사건 발생 초기부터 끈질기게 아마디의 연락처를 추적한 끝에 마침내 그를 통한 3각 인터뷰에 성공했다"며 인터뷰 방식과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의 경과를 전했다. 한국의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다른 언론들이 외신과 정부 소식통에 의존해 이번 인질 사태의 배경과 탈레반 무장단체의 의도, 향후 계획 등에 대한 관측만을 내놓고 있는 탈레반 쪽 입장의 핵심을 직접 명확하게 전했다는 점에서 개가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따르면 탈레반 쪽의 요구는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이다. 아마디는 "인질 석방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있어 조금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뒤 "우리는 인질 석방 대가로 몸값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5일 인질 8명이 풀려났다 다시 억류된 것에 대한 질문에 아마디는 "한국 협상팀과 탈레반이 인질 8명과 수감자 8명의 맞교환 안에 합의했기 때문에 풀어 주려 했으나, 아프간 정부가 개입하는 바람에 거래를 첫 단계부터 망쳤다"며 아프간 정부를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이유는 "한국인들을 압박하고 ‘탈레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은 인질들도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가 밝힌 것으로 한국은 보도했다.

    아마디는 "인질 중 누군가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의료 처치를 하거나 무더위로부터 보호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하는 한편 "한국과 아프간 협상팀이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면 지금 당장이라도 석방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랍 임현주씨, "피랍자 아프고 처참해…구해 달라"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를 제외한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아프간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피랍된 임현주씨로 추정되는 여성 인질이 미국 CBS방송과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1면 머리로 올렸다. 한국은 1면에, 한겨레는 3면에 인터뷰 내용을 실었지만, 세계의 지면에서는 관련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가족의 확인 등을 거쳐 인터뷰이가 32세의 임현주씨임을 기정 사실화한 반면, 한국일보는 "여춘주(Yo Cyun Ju)는 현지에서 3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간호사 임현주씨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경향신문도 "CBS가 밝힌 이 여성의 이름은 피랍자 명단에는 없지만, 아프간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피랍된 임현주씨(32)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신중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그는 현지에서 합류한 가이드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천주라는 이름은 납치명단에 없어,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질 여성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임씨는 "우리는 지금 모두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아픈 사람도 꽤 있다.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제발 빨리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인터뷰는 탈레반 지휘관의 주선을 이뤄졌으며, 임씨는 현지어인 파시어와 한국어를 섞어 3분여 동안 인터뷰했다. 임씨는 "현재 인질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17명의 다른 여성과 함께 억류돼 있다. 남자들은 다른 곳에 감금돼 있다"며 "남녀가 격리돼 있기 때문에 배 목사님이 희생됐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 "탈레반 외국인 납치 목적, 동료 석방+돈"…"남은 22명 안전은 탈레반 강경파에 달려"

    중앙일보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인터뷰를 허용한 배경을 "한국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했다.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인질의 절박한 목소리는 한국에서 반드시 그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중앙은 "25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직후 제기된 인질들의 안전 여부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며 "탈레반은 외국인 납치에서 동료 수감자 석방과 몸값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 또 탈레반 쪽이 "인질 살해로 인해 들끓는 국제 여론을 여성 인질 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 3면 <‘외국인 납치’ 탈레반 진짜 목적은/동료 석방+돈 ‘일석이조’>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25일 한국인 인질 중 1명을 살해한 것은 그들의 목적이 감옥에 수감된 동료의 석방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방국가가 탈레반에 몸값을 지불하고 자국민 인질을 빼온 사례는 적지 않다. 따라서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석방과 몸값 모두를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중앙은 같은 면 머리기사 <남은 22명 안전은/배 목사 쏜 탈레반 강경파가 변수>에서 "사태 해결의 관건은 역시 탈레반 내부의 강경 기류와 아프간·미국 정부의 원칙론(테러세력과의 타협 불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라며 "문제는 강경 그룹"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은 "배 목사 살해에서 드러난 것처럼 강경파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당분간 전원 조기 석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가 살해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며 전문가들을 인용해 "온건파가 잡고있는 인질들이 먼저 풀려나도록 역량을 집중,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프간 정보의 협조를 얻기 위해 경제협력 방안을 제안할 필요성도 지적된다"며 "26일 대통령 특사로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겨레 "인질 8명 석방 오보, 사과 드립니다"

    대다수 26일자 아침신문들이 한국인 8명이 석방됐다는 외신 보도들에 대해 정부의 공식 확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등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8명의 석방 쪽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이튿날인 27일 ‘8명 석방’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를 1면 왼쪽 아래 싣고 "26일치 신문에서 기사 마감시간 관계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한국인 인질 사태 소식을 정확하게 전하지 못했습니다. 협상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외신들마저 서로 엇갈리는 보도를 하는 상황에서…결국 탈레반이 인질 8명을 석방했다는 오보가 나갔습니다"라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중앙일보에서는 별도의 사과문을 찾을 수 없었다. /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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