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때아닌 '유시민 논쟁'으로 시끌벅적
        2007년 07월 27일 0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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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에 때 아닌 ‘유시민 논쟁’이 일고 있다. 박용진 서울 강북구지역위원장이 25일 <레디앙>에 기고한 ‘나는 권영길의 유시민이 되겠다’는 글 때문이다.

       
      ▲ 박용진 서울 강북구지역위원장  
     

    권영길 후보의 지지자인 박 위원장은 이 글에서 "서울 연설회가 있었던 지난 22일 여성 플라자에서 나는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로부터 ‘퇴물 취급’ 당하는 권영길을 보면서 부글부글 속을 끓였다"면서 "내가 할 수 있다면 ‘권영길의 유시민’이라도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다른 두 후보는 당을 만들고 성장시켜온 세 번의 대전에서 무관심했거나 혹은 몸을 사리고 있었지만 권영길은 묵묵히 자기 몸으로 패배의 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면서 "말도 되지 않는 매도와 공격에도 ‘선거라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배시시 웃고 마는 권영길이 너무 답답해서, 나는 ‘권영길의 유시민’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의 경선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 스스로 권 후보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 경호실장’이란 표현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비판하면서 붙여준 별명이다.

    박 위원장의 글은 <레디앙> 기사 댓글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논란이 됐다. "스스로를 어엿한 정치적 개인으로 밝힌 점"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댓글부터 정작 중요한 ‘왜? 권영길인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었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그 중에는 박 위원장을 "유시민이 아니라 김민석"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박 위원장은 26일 당 게시판에 ‘변명과 지지 이유, 그리고 정파 질서와의 경쟁’이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그는 여기서 자신이 권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본선경쟁력’으로 설명했다.

    또 "자민통 그룹이 지지 후보를 정했다고, 이에 대한 반발로 ‘또다른 정파 투표’를 조직하려 한다면 우리는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면서 "(자민통) 동지들과 어떤 내용, 어떤 방향이냐를 놓고 내부의 갈등과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민통이 다수라서 무섭"거나 "그들이 보여온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면 "권영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끌어안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당내 좌파 성향의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당내 평등파 계열의 최대 정파인 ‘전진’ 소속으로, 얼마 전까지 당 대변인을 지냈다.

    박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권영길의 유시민’을 자임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자민통의 권 후보 지지 결정은 정파적 결정이지만 이를 두고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이 ‘늑대가 몰려온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권 후보를 특정 정파의 후보로 딱지붙이는 것은 정파주의에 대한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또 다른 정파주의이고, 이런 식으로 가면 권 후보는 정파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개인적 의리 문제를 떠나 당의 대선 행보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이런 부당한 공세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유시민 역’ 자임에 대해 심상정 캠프의 한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노회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권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당시 당사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밤을 새웠던 노 후보와 다른 동지들의 헌신적인 모습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이번 글이 당원들에 의해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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