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를 만든 8할은 삶의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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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7일 0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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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은 민주노동당 세 명의 대선 후보 쪽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독자투고와는 달리 각 캠프에서 선정한 사람들이 쓰게 되는 이번 기획에는 후보별 3인씩 선정해 지지 글을 보내올 예정이다.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 이어 하종강 소장의 노회찬 후보 지지 글을 싣는다. 권영길 후보 지지 글은 다음 주 초에 게재될 예정이다. 각 후보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 선수’로 내보낼지 독자들과 함께 지켜보면서 그들의 즐거운 글쓰기 경쟁을 감상해보자. <편집자 주>

    나는 노회찬 의원보다 그의 부인 김지선 씨를 먼저 알았다. 30년쯤 전, 김지선 씨는 많은 지식인 노동운동가들이 열등감을 느낄 만큼 훌륭한 알짜배기 여성 노동운동가였다. 김지선 씨가 결혼할 무렵, 남편 노회찬 씨는 지금처럼 많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는데, 나는 김지선 씨가 선택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노회찬 씨를 신뢰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김지선이 선택한 남성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

       
      ▲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홍세화 선생님은 일찍이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그 사람의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김지선 씨는 내가 처음 그 이를 만난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여성운동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로서 김지선 씨는 민주노동당의 다른 후보들과 견준다 해도 결코 뒤질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노동자대회에 참석했을 때, 그 많은 수백 개의 깃발들 가운데 따라갈 깃발이 없는 사람이다. 꽤 오랫동안 조직과 전혀 관계없이 살아왔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규정해 나에게 덧씌운 한계이기도 하지만, 조직 없는 사람의 비애를 나만큼 아는 사람도 드물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노회찬 의원 역시 조직적 기반이 취약한 사람이다. 지금은 노회찬 의원이 없는 민주노동당을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의원은 자칫하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지 못할 뻔했다.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대부분 생생할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지닌 정치적 영향력이나 당 내에서의 위상과 다르게 그의 전국구 후보 순위가 낮았던 것 역시 그가 조직의 결정에 따른 지원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조직 기반 취약한 노회찬 삶의 진정성을 보자

    조직이 없는 사람이 역사 속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근거는 삶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적 기반이 취약한 노회찬 의원이 지금의 위치와 역할을 갖게 되기까지에는 그 삶의 진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삶의 진정성이란 무릇 대통령 후보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대중적 친화력과 본선경쟁력 등 노회찬 의원이 갖춘 많은 장점들 못지않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들에게 보여 준 삶의 진정성 역시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조직이 없는 사람 편에 서는 이유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판단과 무관하게 ‘조직’의 결정에 따라 투표한다면, 그것은 아무 생각 없이 ‘고향’에 따라 투표하는 행태와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내가 아는 노회찬 의원은, 지방의 작은 노동현장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달려와 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정치인은 “노동자들이 평소에는 정치세력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자신들에게 급박한 문제가 터졌을 때에만 정치인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기분 나빠하기도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그럴 때는 당연히 이용당해줘야 한다. 그렇게 이용하라고 우리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몇 달 전에도 지방의 한 작은 사업장에 노조 위원장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투입됐을 때, 연락을 받은 노회찬 의원이 급히 나서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 경찰 병력을 철수시킨 적이 있었다.

       
      ▲ 지난 17일 열린 노회찬 의원 중앙선거대책본부 출범식. 좌로부터 문성현 당대표, 부인 김지선 여사, 노회찬 의원, 이소선 어머니 (사진=민주노동당)
     

    작은 노조의 급한 요청 마다 않고 다닌 사람

    그런 도움을 몇 차례 받은 그 노동조합은 이번 싸움이 끝나면 조합원 전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했다. 그 노동자들은 “3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니 입당 행사에 오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노회찬 의원은 아마 열 일 제켜놓고 달려갈 것이다.

    그런 경험을 직접 몇 차례 겪은 나는 그동안 진 빚들을 갚는 마음으로 아들아이에게 노회찬 의원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것을 권했고 아들아이는 기꺼이 응해 주었다. 처음 자원봉사하러 가는 날, 나는 아들아이에게 말했다.

    “운동권이라고 다 인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니까, 혹시 꼴사납게 구는 놈이 보이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일해라.” 내 말에 아들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내가 잘 알지. 평소 집에서 아빠를 봐왔으니까… 흐흐”

    그러한 우리의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요즘 아들아이는 처음보다 많이 활발해지고, 관심도 많아지고, 시키지 않은 일도 나서서 하고, 위 아래 사람들과 갈수록 잘 어울리고 있다는 소식을 가끔 사람들이 전해주기도 한다. 삶의 진정성으로 충만한 사람들의 집단 속에서는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삶의 진정성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대중 친화력과 본선 경쟁력이라는 가장 뚜렷한 강점을 가진 노회찬 의원이 선전하는 것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만들고, 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하고, 우리나라 진보세력이 외연을 확장해서 장차 집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응원을 보낸다.

    노회찬 의원, 힘 냅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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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종강 소장 프로필

    –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 한겨레신문 객원논설위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 인천대학교 강사
    –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 노동자교육센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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