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수술 필요할 때 단순 처방만 주문
    By
        2007년 07월 26일 08:3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후보 캠프에서 심상정 후보의 <세박자 주택정책> 중 택지국유화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레디앙>에 기고했기에 내가 알고 있는 만큼 의문점을 풀어드리려 한다. 핵심은 빈곤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소유문제 해결을 위한 택지국유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글을 쓰다보니 택지국유화와 <세박자 주택정책>의 알맹이를 먼저 적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먼저 그 얘기부터 해보겠다.

    소유문제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스스로 물어본다. 택지 국유화를 왜 하려는 것일까? 60년 부동산 투기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이다. 주택보급률이 107%가 넘어서서 모든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내집을 갖고도 100만 채가 남아돌지만, 최고 집부자 한 명이 1,083채를, 열 명이 5,508채를, 서른 명이 9,923채를 갖고 있는 극단적 소유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기준으로 1%의 땅부자가 사유지 기준 국토 57%를 독차지하며 불로소득의 단꿀을 빨고 있는 ‘소유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는 투기를 뿌리까지 뽑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택지 국유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그 효과는 어떨까?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기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집은 5년 안에 팔도록 한다. 그럴 경우 최소 250만 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며, 집값의 거품은 남김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1차 효과이다. 집값 거품이 빠지고 투기 목적의 주택 소유가 금지되기 때문에 투기의 역사는 일단 멈추게 된다. 극단적 주택 소유의 편중도 해결된다. 물론 집 한 채라도 가격이 최고 100억까지 차이가 있는 것까지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발 더 나아가서 250만 채를 팔 때 땅, 즉 택지는 반드시 국가에 팔게 하고, 국가는 영구채권을 발행해서 이를 사들이게 되면 임기 5년 안에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주택의 택지만큼 국유 택지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향후 20년 안에 전체 택지의 50%를 국유화할 로드맵을 짜서 투기 없는 토지주택공개념의 새역사를 출발시키자는 것이다.

       
     

    토지주택 공개념의 새역사 출발시킬 수 있어

    집부자 비거주용 주택 매각과 택지국유화의 경로 외에도 신도시 공영개발(공공임대주택, 대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도심지 임대주택 매입(택지국유화+주택매입) 등도 아울러 추진한다.

    택지국유화의 계층별 효과는 무엇일까? 제일 많은 손해를 보는 것은 집을 수십 수백 채 심지어 천 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이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은 가구 기준으로 약 105만 정도 된다. 택지국유화 과정에서 집값은 여지없이 떨어지게 돼 집을 여러 채 그것도 비싼 집을 갖고 있는 집부자일수록 손해가 크다.

    더구나 택지는 국가에 팔아야 하는데, 시세대로 값을 쳐주지 않을 게 뻔하고 현금도 아니고 영구채권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세박자> 택지국유화가 타워팰리스를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으나, 타워팰리스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더 큰 일은 앞으로 집을 가지고 투기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게 집부자들에게는 가장 ‘큰 일’이다.

    집을 한 채 가진 855만 가구(유주택 전월세 67만 가구 포함)는 어떨까. 임기 5년간 택지국유화는 집부자의 비거주용 주택에만 해당되니 직접적인 이해득실은 없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수록 집을 한 채 가진 사람도 결국 손해를 보기 때문에, 택지국유화 과정에서 집값이 안정되는 게 1가구1주택자들에게는 이득이다.

    물론 100억대 주택 소유자처럼 거품이 잔뜩 낀 집을 가진 사람은 손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손해날 게 없다.

    택지 국유화의 계층별 효과

    집이 없는 590만 가구는 어떨까. 우선 국유화 대상 택지 자체를 소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손해날 건 하나도 없다. 대신 이득은 크다. 집값이 떨어지고, 더구나 건물값만 내고 집을 살 수 있으니 내집 마련이 쉽다. 현재 수준의 반값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되면 당장 100만 가구가 내 집을 살 수 있다.

    1억으로 떨어진 2억짜리 집을 사는 사람은 1억(땅값) 혜택보지만 2억으로 떨어진 4억짜리 사는 사람은 2억 혜택 보니 혜택의 역진성 아닌가? 내집을 산 후 택지의 가격에 따라서 사용료가 달라지니 그렇지 않다.

    집값이 반값으로 떨어져도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집부자들의 택지를 국유화하면 집값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도 떨어지니 셋방사는 사람들도 이득이다. 또 여기에 ‘셋방살이 스트레스 푸는’ 다섯가지 주택정책이 실행되면 훨씬 나아진다.

    무엇보다도 택지국유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 국가가 주거복지정책을 펼 수 있는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나아가서 주택문제가 심각한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를 공영개발해 100%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송파모델’ 방식을 적용해 재원과 택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경우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을 전체주택의 20% 수준까지 확보하는 지름길이 열릴 것이다.

    또 택지 국유화 주택 중 다가구 또는 다세대 주택을 더 싼 값에 국가가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지하방이나 비닐집 등에 사는 주거극빈층을 위한 도심지 임대주택 공급이 훨씬 쉽다. <세박자 주택정책>은 이에 근거해서 임기 5년 동안 도심지 임대주택 30만 채를 공급해 지하방이나 비닐집에 사는 극빈층에게 싼값에 임대해주자는 것이다.

    대지임대부면 안 될 게 뭐 있나

    제기된 네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겠다.

    첫째, 택지국유화 공약에 담긴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방식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냐 새로 지은 아파트냐는 차이가 있지만, 땅은 국가 것이고 건물만 사는 것이라 반값만 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형편이 안돼서 문제지, 같은 돈으로 2년마다 이사 다니지 않고 평생을 내집에서 살 수 있는 대지임대부 주택에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무주택자들은 줄을 서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 열 중 아홉이 여기에 산다. 대지임대부이면 뭐가 문제가 되는 걸까?

    둘째, ‘집부자의 비거주용 주택에 대한 국유화를 단행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집부자들의 택지를 국유화하고 그 중에서 건물은 필요에 따라 사들이는 택지국유화하겠다’고도 하는 데 어느 게 맞냐 물었다.

    처음 발표할 때부터 택지국유화의 세 가지 경로(집부자 비거주용 택지 국유화 + 공공택지 공영개발(송파모델) + 도심지 임대주택)를 제시했다. 굳이 말한다면 집부자 택지 국유화는 좁은 의미의 국유화이고, 세 가지를 포함한 것은 넓은 의미의 개념이라 하겠다.

    부동산 복합 질환에는 종합 수술이 필요

    셋째,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우선 사업으로 해야지 택지국유화를 우선하는 게 적절한가 물었다. 60년간 내성을 키워온 부동산 투기는 복합 질환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극빈층이다. 고통이 심한 극빈층 치료부터 해야 하지만 그것만 해가지고는 안되고 투기병을 치료할 종합수술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주택계급별 맞춤형 정책 성격을 띤 <세박자 주택정책>은 그래서 종합적이다.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하고 택지국유화도 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재정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재정상의 이유로도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극단적인 부동산 소유 격차를 해결할 대책 없이 세계 최악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공공임대주택 사업만 우선해야지, 아울러 소유 문제 해결과 투기근절책을 함께 우선하면 민주노동당이 아니라는 비판이 맞는지 되묻고 싶다.

    <세박자 주택정책>에서는 복지부에 주택청을 신설해서 부동산 관벌들의 손아귀에 있는 주택정책을 복지와 인권정책으로 옮겨와 주거복지정책을 맘껏 펼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복합질환인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을 소유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그만큼 한계가 있다.

    넷째, 택지국유화 과정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건물값만 내면 집을 사게 되니 집없는 사람 중 그래도 형편이 나은 사람은 집을 살 수 있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집을 못 사게 되니 형편이 나은 사람이 더 혜택을 보는 것 아닌가 물었다. 택지국유화 결과 비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일수록 손해를 보고, 고가주택을 제외한 1가구 1주택은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며, 집없는 사람은 이득을 본다는 점을 앞에서 살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좁은 의미의) 택지국유화는 집부자들의 투기용 주택을 팔게 하고 그 택지를 국가가 소유함으로써 주택 소유의 극단적 편중을 해소하고 집값 거품을 빼는 한편 투기 자체를 근절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선의의 정책 경쟁 당 발전 기여하기를

    영구채권 150~200조를 투입해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대성공이 될 것이다. 모든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뺌으로써 나라경제와 서민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내는 게 아니고 그 가치만큼의 택지를 국가가 소유하게 된다.

    물론 앞에서 살폈듯 택지국유화 그 자체로도 극빈층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투기용 주택의 택지를 국유화하는 것 자체로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 성격의 문제는 별도의 정책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 송파모델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270만 채 공급, 셋방 스트레스 푸는 주택정책, 부동산 특권 폐지 등 <세박자 주택정책>이 아울러 제시한 정책이 그것이다.

    심후보에 이어서 노후보도 주택정책을 발표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선의의 정책경쟁을 하다 보면 민주노동당이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