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제 권영길의 유시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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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5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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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그랬으면 좋겠다.

    자주파 동지들이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정치 세력이 자기의 정치적 입장을 정리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려먹이기식’ 투표방침은 없었으면 좋겠다.

    2004년 첫 최고위원회 선거때 이른바 ‘쪽지 투표’가 소위 좌파 내에서도 횡행했었다는 증언을 듣고 나는 남원연수원에서 폭음을 했다. 자주파의 줄투표를 비난하던 좌파가 당원과 노동자를 표찍는 기계로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줄투표, 쪽지투표로부터 누가 자유로운가 

    당을 망쳐오는데 자주대오나 좌파나, 너나 할 것 없이 부끄러운 줄 몰랐고 자기 욕심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의 상처를 더 헤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젠 안 그랬으면 좋겠다. 자주파 동지들이 권영길을 지지하기로 했다면, 투표 조직과 정파적 논리가 아니라 ‘왜 권영길이 미래인가?’를 당원들과 자기 조직원들에게 자신있게 말해주어야 한다.

    노회찬 후보나 심상정 후보의 과거 행동에 대한 ‘뒷담화’를 가지고 권영길의 승리를 건져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선거는 시작되었고 당원들의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자주대오가 권영길을 선택하기로 했다면 ‘투표행위’를 조직하기 이전에, ‘왜 권영길인가?’에 대한 짧고 분명한 답을 당원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자주대오가 ‘독자 후보’ 출마에 골몰하던 시기, 이호성 보좌관 한 명만 데리고 외로운 출마 결심을 했던 권영길의 결단을, 자주대오가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나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3월 중순 쯤 권영길 후보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나는 솔직히 다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 연설회가 있었던 지난 22일 여성 플라자에서 나는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로부터 ‘퇴물 취급’ 당하는 권영길을 보면서 부글부글 속을 끓였다. 나 같으면 화도 내고 격렬한 반박을 할텐데 ‘겸손과 다독임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권영길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다면 ‘권영길의 유시민’이라도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두 후보 진영에서 지적하는 권영길의 초라한 성적표, 낡은 경력은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서울 연설회에서 내가 부글부글 끓은 이유

    권영길은 97년 대선,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 이렇게 모두 세 번의 대전(大戰)에 아무도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패배가 명백한 전쟁”에 나갔다.

    그의 찢어진 갑옷과 피투성이 몸을 만지며 모두가 흐트러짐 없는 당 건설과 성장을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의 패배의 기록이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되고 무능력의 증거처럼 손가락질 받고 있다.

    다른 두 후보는 당을 만들고 성장시켜온 세 번의 대전에서 무관심했거나 혹은 몸을 사리고 있었지만 권영길은 묵묵히 자기 몸으로 패배의 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주파의 선택이 어찌되었든 간에 나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단호해지고 있다. 누구든 권영길의 패배와 승리하지 못한 ‘패배의 횟수’를 조롱하려거든, 갓 태어난 당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패배의 길로 나섰던 21명 2000년 총선의 출마자들을 비웃어야 하고 십년간 지역에서 정치를 하면서도 단 한번 이겨보지 못한 나를 비웃어야 할 것이다.

    한번 민중들의 바다에 몸 던져보지 않고 한번 시장바닥 야채장수 할머니의 한 표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보지 않고 한 번 패배가 명확한 싸움에 나서 장렬한 전투를 해보지 않고, 이번 전쟁에 나가면 무조건 내가 이긴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없는 자신감”에 박수 치기가 너무 민망했고, 말도 되지 않는 매도와 공격에도 “선거라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배시시 웃고마는 권영길이 너무 답답해서, 나는 ‘권영길의 유시민’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의 경선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의 패배 기록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자주파 동지들이 내부적 판단에 바빠 ‘왜 권영길이 미래인가?’ 라는 답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들과 함께 그 답을 만들어 가면서라도 권영길의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권영길의 승리가 당의 승리이고, 패배밖에 모르고 있는 나와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말없이 몸을 던져 온 수많은 지역의 ‘총알받이’들에게 미래를 여는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7년전 총알받이가 되어 당을 지키기 위해
    패배의 길에 나선 21명의 민주노동당 후보

    서울 양연수 – 종로, 이호영 – 용산, 박용진 – 강북, 이상현 – 노원갑, 정윤광 – 노원을, 최규엽 – 금천, 신장식 – 관악 부산 박순보 – 연제구 대구 김기수 – 서구 인천 김창한 – 서구, 강화군갑 대전 이성우 – 유성구 울산 윤인섭 – 남구 이갑용 – 동구 최용규 – 북구 경기 정형주 – 성남시중원구 노세극 – 안산시을 유기수 – 고양시덕양구을 김두수 – 고양시 일산구을 김종구 – 용인시을 충남 이용길 – 천안시을 경남 권영길 – 창원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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