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진보정당의 야전 사령관이다
        2007년 07월 23일 02:5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실 이러한 글이 민주노동당 내 경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정치에 있어서 중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가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이상 당내 경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2004년도를 기점으로 당내에서 자주파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장악한 국민파와 결합하면서 민주노동당 내에서 깨지지 않는 60%를 형성하였고, 모든 당내 선거는 자주파의 의사에 의하여 그 결과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당 지지율 10% 유지하는 한 정파 영향력 퇴색 않아

    민주노동당이 대략 1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한 정파의 영향력은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집권당 내지 제1야당이라고 하면 권력 장악을 위해서라도 내부 혁신의 압력이 미치겠지만, 이 정도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정당에게는 누구도 집권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혁신의 압력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상당히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노회찬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노동당이 살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살아온 이력이나 정책과 관련된 표피적인 것이 아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한국 민중운동의 역사적 산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보 개인의 정책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원 및 당의 지도부들은 당 정책에 무지하거나 관심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와 함께 경험한 민주노동당 중앙당 상근자 때와 깊은 관련이 있다.

    상근자의 경험이 그를 지지하게 만들어 

    필자는 약 4년 간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일하면서 세 번의 선거를 경험하였다. 그 세 번의 선거는 모두 노회찬 후보가 사무총장으로서 진두지휘하던 선거였고, 사실 영광의 나날이라기보다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훨씬 많았던 시기였다.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매우 불안하고 취약하였고 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들은 많았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도 자원도 없었다.

    2003년에 민주노동당이 9시 뉴스에 나온 것은 단 세 번 정도에 불과하였고,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3~4석 정도로 점쳐졌고, 그것이 정파간 담합 속에 비례대표 1인 4표(남녀 각각 2표)라는 기이한 선거제도로 귀결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당 간부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내부 권력투쟁에 골몰하였지 민주노동당이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현실적 감각을 가지지 못했다. 김대중 당선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2002년 대선후보인 권영길 후보에 대해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 욕하는 통일운동 인사도 있었고, 원로라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대선 개표시에는 중앙당사에서 노무현 우세라는 선거결과에 민주노총 간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 불안하고 위태한 상황은 지금은 먼 옛날로 느껴지지만 현재에도 여러 가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당내 위태로운 경향의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

    총선 이후 개혁공조, 2중대론, 진보개혁세력 교체론과 같이 민주노동당 내에서 형성되었던 정치적 담론들은 과거의 위태로운 경향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미래에 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이러한 위태한 경향과 정반대에 서 있었다. 위태롭고 흔들리는 민주노동당에 그나마 판단력 있는 1등 항해사가 있었기에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렇게 저렇게 꾸려 왔는지 모른다. 그가 만든 정치적 담론은 민주노동당을 뿌리부터 흔들어 버릴 수 있었던 어두운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판갈이론’은 신진세력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당화가 되었다. 탄핵이라는 상황을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잘 타고 넘어가게 만들었으며, 민주노동당이 민중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깊이 각인시켰으며, 주저하는 대중에게 민주노동당 지지의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장강론’과 같은 것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민주당) 사이는 실개천이며 민주노동당과 양당 사이는 장강”이라는 언술을 통해 진보세력의 독자성을 확보한 것이었다. 탄핵이라는 공간은 자칫 민주노동당의 독자적 지위를 매우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양당제가 40년 이상 지속된 한국에서는 3당의 존재는 쉽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독자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후보는 그 어려운 줄타기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탁월하게 전파하였던 것이다.

    원내 진출 이후의 눈부신 활약 때문에 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원내 진출 이전에 노 후보의 역할이 정말로 소중한 것이었고, 민주노동당의 도약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마디로 진보정당의 야전사령관 그 자체였고, 개인기는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 후보 개인기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노 후보가 원내 진출 이후에 당직을 맡지 못함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민주노동당 자체였다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당시 중앙당은 조직 체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었고, 모든 것은 엉망이었다. 필자에게 책상이 배정된 것은 출근한 지 한 달이 다 되어서였다.

    상근자들은 정파에서 파견된 인자였기 때문에 당 자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에 익숙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선에서의 절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다지고, 꾸려 나간 데에는 노 후보의 공이 결정적이었다. 총선 시기에는 거의 모든 상근자들이 정파를 불문하고 혼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그 이전 두 번의 선거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다.

    노 후보의 개인기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말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타고난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촌철살인적 발언 또한 자신의 철학, 정책에 대한 이해, 대중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종합되지 않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원외정당 간부를 오래하다 보면 집회 시위 중심의 활동에 젖어 들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현안에 대한 이해와 대책, 기본 정책 및 당 강령에 대한 이해를 끊임없이 다듬지 않으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제 역할을 절대로 하지 못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원외정당 사무총장 시절, 민주노동당의 논평이나 대책에 대해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시절에도 노 후보는 누구보다도 현안 파악 및 대책 제시, 정책 파악에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현안이 발생하였을 때 유관부서 상근자들과 함께 항상 대책에 대해 숙의했으며,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였다.

    당 강령과 정책 이해도 가장 높은 사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현재 당 강령은 당 내외에서 모욕되고 공격당하고 있지만, 당의 정치인 누구도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당 정책은 2002년 대선 때도 시민단체로부터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당 정치인 누구도 이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전혀 모르더라도 당 간부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나마 노후보가 당 강령과 당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 후보가 TV 토론에 나가면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1,000 페이지짜리 당 공약집을 그냥 던져주고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120% 소화하였고, 그 능력이 만개된 것은 2004년 총선시기 ‘판갈이론’ 때였다.

    미테랑 평전을 쓴 자끄 아딸리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질로 비젼, 카리스마, 경영 능력을 들었고, 이 세 가지를 갖춘 정치인은 드물다고 한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 민주노동당 정치인 중에 이 중 하나라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노 후보는 최소한 이 중 두 가지는 겸비한 인물이다.

    아마도 이런 판단 때문에 필자를 다들 ‘노빠’로 아는 모양이다. 일심회 조작 사건 공소장에도 필자를 진정추계로 분류해 놓았다고 하는데, 필자더러 가입한 적도 없는 진정추 소속이라고 하니 가입이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노 후보라고 해서 비정파적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내에서 비정파적이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보여준 미군기지 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활동과 지방선거 시기 정파를 불문하고 각 지역에서의 요청을 고려해 본다면 그나마 현재 소모적인 정파 투쟁에 신음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내 정파간 대통합 내지 중도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개량주의 당원인 나의 생각

    북핵 문제의 책임이 미제국주의에 있고 국민 대부분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여 북한의 핵자위권을 옹호하는 것, 빈곤과 양극화에 대중들이 시달리고 있다 하여 선거에서 사회주의를 슬로건으로 거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정파의 구성원들은 제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두 극단적 흐름이 당내 양대 정파를 지배하는 한 민주노동당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필자와 같은 ‘개량주의’ 당원의 생각인 것이다. 이러한 무모한 극단주의를 배제하고 애초의 창당정신,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통해 당내 양대 정파에 의하여 중도적으로 합의된 평등과 자주를 살려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 노회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보정당의 야전사령관이자 판갈이론의 주창자, 현실적 진보정치인으로서 극단주의적 정파 투쟁을 통합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춘 노회찬 후보에게 내 한 표를 주저 없이 던진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