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국유화, 누굴 우선하는 공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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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3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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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 비판에 대한 심 후보측의 답변을 잘 읽었다. 그런데 답변 내용을 보니 일부 내용은 핵심적인 비판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일부 내용은 문제 제기한 논점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렇게 다시 재질문을 하고자 한다.

    이번 반론 글을 보면서 왜 이렇게 문제 제기의 핵심이 전달되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다. 심 후보가 발표한 주택공약을 안보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그 모든 공약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것도 아니다. 토지국유화의 정신 그 자체를 비판한 것도 아니다.

    단지 심 후보식 택지국유화 공약을 검토해 보니 민주노동당의 정책 목표에 비추어 그토록 많은 재정을 투입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정책이 아니라는 비판을 했을 뿐이고, 또한 의도하지 않게 더 많은 소득과 자산을 가진 무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설계가 되어 있어 문제라는 지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결이 다른 문제”라거나 “노 후보쪽이 지적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비롯한 무주택 극빈층 및 빈곤층을 위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이미 다른 공약에서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구채권 발행을 통한 재원조달 방안이나 다른 공약에 포함된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언급하기 전에 심 후보식 택지국유화 공약의 정책대상과 그 대상들이 보는 혜택이 이렇다는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어 아쉽다.

    각설하고 당 차원의 생산적인 정책검증이 사회양극화 심화로 고통받는 저소득 빈곤층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무기를 만드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재질문을 하겠다. 그리고 간략하게 심 후보측이 오해하고 있는 점에 대해 답변하려고 한다.

    심후보 국유화 공약의 정책대상은 누구이고 그 혜택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우선 심 후보측은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에 담긴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방식이 사실상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를 답해야 한다.

    아울러 보도자료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1가구 1주택 외에 주택을 팔거나, 상속, 양도할 때 택지는 정부에 판매하고 건물만 판매, 상속, 양도하도록 함으로써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2주택 이상 택지에 대한 국유화를 단행하겠다”고 한 말과 이번 반론 글에서는 “집부자들의 택지를 국유화하고 그 중에서 건물은 필요에 따라 사들이는 택지국유화 공약”이라는 주장이 어떻게 같은 것인지 다르다면 비판에 따라 수정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

    둘째,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 무주택자 상위계층인지 아닌지’, ‘무주택자 상위계층 중에서도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심 후보측은 전세보증금 5천만원 이상의 무주택 서민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무주택 서민의 대부분은 월 200만원 미만의 소득을 벌기 때문에 이들이 분양가격 기준으로 1억 4천만원짜리 아파트(실제는 시세로 가격 산출을 한다고 볼때 더 높은 가격이 될 것임)를 일년에 9백만원 이상씩 4년 동안 저축해서 구입하는 일이 현실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연 평균 300~400만원의 택지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생활하는 것도 집 장만 이후의 부담이다. 반면에 전세 보증금 2억원 이상 무주택 세입자는 더 많은 혜택을 보면서 33평 아파트를 즉시 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셋째, 매년 30~40조원씩 5년간 200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면 민주노동당 주택 정책의 최우선 순위 사업인데 저소득층과 빈곤층에게 공공임대주택 또는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보다 이런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을 그렇게 더 우선 순위를 둬서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택지국유화 사업은 영구채권을 발행해서 하고, 공공임대주택은 직접적인 재정투입으로 하겠다고 심 후보측은 답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세입을 늘리건 한정된 예산을 우선 수위를 둬서 국가가 지출한다고 볼 때 그런 구분이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렇게 문제 제기하는 이유를 다시 밝히면,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은 영구채권 발행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그렇게 조달한 막대한 재정이 저소득층과 빈곤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무주택자 상위계층 이상의 내집 장만에 쓰인다는 점이다.(정책 우선순위의 문제) 그것도 더 많은 소득과 자산을 가진 가구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혜택의 역진성)

    문제 제기 내용은 공공임대주택정책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아니다

    심 후보측은 이번 반론 글에서 ‘주택정책의 우선 순위는 무주택 빈곤층의 주택문제 해결에 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에 둬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 후보가 지적했다고 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택지국유화 공약이 아닌 다른 공약에 있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가 다른 공약을 발표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의 경제민주운동본부와 정책위원회에서 지난 4~5년동안 공들인 공약도 있고 심 후보가 새롭게 만든 공약도 있다. 그 자체로는 좋은 공약들이다.

    하지만 노 후보의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이 될 수는 없다. 노 후보는 심 후보에게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의 우선수위이다

    심 후보측도 인정한 바와 같이 주거빈곤층과 대다수의 집 없는 계급에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심 후보가 택지국유화 공약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심 후보의 공약을 보면 주거 빈곤층에게는 연 6만호씩 30만호만을 매입 임대로 공급하고 전세 세입자들의 보호 대책만을 공약하고 있다. 송파신도시 공영개발로 4만5천 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그 자체로는 좋은 공약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주택 서민이 약 600만 가구에 이르고 이중 대다수가 내집 마련이 힘든 현실에서 주거빈곤층과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펼치게 될 민주노동당 주택정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에 200조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전체 주택의 20%인 250만호의 택지를 국유화해 무주택자 상위계층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으니 민주노동당의 주택정책으로는 우선 순위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것도 집 살 여력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하니 더 더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노 후보는 심 후보식 택지국유화 공약에 대해 비판하면서 “택지 국유화는 특정지역에 대한 ‘국가선매권 제도’의 적용을 통해 토지는 물론이고 주택에 대해서도 국가가 우선 매수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국가선매권 제도와 도심지내 공공택지 활용(우체국 부지, 군부대, 교정시설 등), 대기업 비업무용 토지 매각, 주택매입 등 다양한 공공택지 확보방안을 마련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서 무주택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근본 부정 주장은 오해

    끝으로 심 후보측이 오해하고 있어 한 가지 해명한다. 노 후보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심 후보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노 후보는 ‘반값 아파트’라고 불렸던 홍준표식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민간업자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한 것이다.

    노 후보는 공공주택 공급방식의 하나로 공적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난 논쟁을 지켜봤다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모쪼록 생산적인 토론과 논쟁이 될 수 있도록 노 후보가 제기한 이런 구체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답변 바란다. 노 후보 또한 이러한 토론의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이 펼칠 주택정책의 대강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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