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 경찰진압 항의 전국 확산
        2007년 07월 21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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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아침 10시. 부천 원미구 중동에 위치한 홈에버 중동점 정문은 이미 100여명의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뒤편 주차장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이따금씩 부슬비가 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 아줌마 조합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가 올 필요도 없네. 경찰이 아예 불매운동을 하는구만.”
    “그러게 말야. 경찰들이 우리 조합원 저렇게 끌어내는데 고객이 무서워서 홈에버 오겠어? 자동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꼴 아냐?”

       
     
    ▲ 21일 오전 10시부터 이랜드 공권력 투입 강제연행에 항의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부천 홈에버 중동점 앞에서 매장 봉쇄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아예 불매운동을 하는구만”

    50이 넘어보이는 아주머니들이 홈에버 앞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눈다. 한 조합원은 가방에서 ‘비정규직 차별과 해고를 중단하라’고 씌여진 옷을 꺼내 입는다. 빗방울이 거칠어지자 조합원들은 우비를 꺼내 입고 피켓을 하나씩 챙긴다.

    지난 7월 1일 이곳 홈에버 중동점에서 파업을 벌이고 거리로 나온 60여명의 조합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노동당 당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모였다. 용역경비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이 매장 안을 지키고 있었고, 경찰은 50여명의 여경을 매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8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파업할 때 만이라도 앉아서 하고 싶은 걸까? 아줌마 노동자들은 사회자가 시키지도 않는데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가방에서 돗자리를 꺼내 깔고 피켓을 하나씩 든다.

    ‘비정규직 철폐 연행자 전원 석방 이랜드 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부천시흥지구협의회 권오광 의장은 “노무현 정권은 전두환 정권 시절과 너무나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찰은 이랜드자본을 비호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며 “우리 투쟁은 사회 정의와 우리나라 경제를 바로 세우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의로운 불매운동에 함께 해 주십시오”

    홈에버 불매운동을 모르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홈에버로 들어가려다가 주변을 서성거린다. 아이들과 문화센타에 다니는 사람들도 집회를 지켜본다.

    “오늘 홈에버 중동점은 영업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 홈에버가 정신차릴 때까지, 우리 해고된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올 때까지 다른 매장을 이용해주십시오. 부천시민 여러분, 의로운 행동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이랜드 대책위 이종문 집행위원장이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중동분회 최화진 사무장이 앞에 섰다. “파업을 한 지 21일째가 되었습니다. 강제연행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동료들이 끌려나가는 장면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지켜보던 아주머니들의 눈가도 금새 젖어들었다. 더 이상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눈물이 또 왈칵 쏟아졌다.

    참았던 눈물은 다시 쏟아지고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최화진 사무장은 “회사는 어제 정상영업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는데 우리 조합원들 다 끌어내놓고 어떻게 정상영업을 할 할 생각을 하는지 말이 막힌다”며 “더 강한 투쟁을 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홈에버중동분회 한 조합원도 홈에버 상암점에 있다가 어제 경찰에 끌려갔다. 한 임신부 조합원은 경찰에 의해 5일간 상암점에 갇혀있었는데, 끝까지 남아있겠다고 버티다가 동료들이 간신히 설득해 경찰투입 2시간 전에 밖으로 나왔단다.

    “매일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정말 평화스럽게 농성했는데…”
    “저놈들은 임신부고 아픈 사람이고 다 감금한 놈들이라고.”
    “테레비 보니까 노무현이 직접 공권력 투입을 시켰다던데. 박성수한테 돈받은 거 아냐?”
    조합원들은 어제의 분노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이 도착했다.

    “이랜드 회장이 이 여성노동자들을 끌어내 달라고 하는 기도문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정말 할일이 없습니까. 예수가 이 세상에 온다면 제일 먼저 누구를 만나러 가겠어요? 박성수를 만나겠습니까? 가장 어려운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가장 어렵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만날 것입니다. 한 기독교인으로서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어 그는 “뉴코아에 가서 땀에 젖어서 농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30년 전 제가 신민당사에서 했던 노숙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이 싸움을 온갖 힘을 다해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28개 홈에버-뉴코아 매장 봉쇄

    민주노총은 공권력 침탈 강제연행에 맞선 홈에버 봉쇄투쟁은 서울 홈에버 목도점을 비롯해 전국 28개 매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은 홈에버 목동, 면목, 시흥, 중계, 방학점 등에서, 경기는 중동, 일산, 동수원, 안양, 평촌 등에서 아침 10시부터 매장 봉쇄에 들어갔다.

    또 천안, 청주, 전주, 순천, 대구 내당, 상주, 창원, 울산, 해운대 등도 이날 오전 또는 오후부터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집결해 매장을 봉쇄하는 항의투쟁을 벌였다.

    노무현 정권은 공권력 진압으로 투쟁을 불씨가 꺼지기를 바랐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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