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치료 중 날아온 문자 "넌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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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1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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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 507일차, 단식 18일차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KTX 승무원, 21일 간의 이랜드 매장 농성으로 민간 부문 비정규투쟁의 상징이 된 이랜드일반노조, 뉴코아노조 조합원들이 한 곳에 모였다.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투쟁문화제는 민주노총이 KTX 승무원들의 단식 18일째를 맞이해 준비했으나, 이날 오전 이랜드 농성장 2곳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홈에버, 뉴코아,  KTX, 새마을 투쟁 승리 민주노총 문화제’로 바뀌었다.

    "온 몸으로 비정규법 문제 국민에 알렸다"

    비정규법 시행으로 해고되어 투쟁 중인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이날 투쟁문화제에 함께 했다. 7월 1일 서울 성신여고와 송파구청에서 해고된 정수운 조합원과 임정재 조합원 등이 그들이다.

    학교비정규직인 정수운 조합원은 “이랜드 농성장에 애가 와서 엄마한테 보내는 편지를 봤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이 싸움은 정규직이 붙어야 된다. 이랜드 투쟁도 정규직이 함께 해서 가능했다”며 “경찰에 의해 끌려나왔지만 이것도 성과며, 비정규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운 조합원은 학교로부터 ‘비정규법 때문’이라며 해고통보를 받고 지난 달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이 있었다. 정 조합원은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치료를 위해 병상에 누워 있는데, 학교는 누워 있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해고됐다고. 

    성신여고는 지난달 30일 “6월 30일부로 해고가 종료된다”며 해고 확인사실을 병상에 누워 있는 정수운 조합원(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서경지회)에게 문자로 보냈다. 그는 “병상에 있는 사람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을 사람이 할 짓이냐”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퇴원해 지난 2일부터 학교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심장은 뛰고 있긴 한 건가

    서울 송파구청 민원봉사과에서 5년이 넘도록 전화안내를 해온 임정재 조합원(공공노조 서경공공서비스지부)은 지난달 30일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수운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비정규법 시행 때문이었다.

    지난 달 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7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지만, 서울 송파구청은 195명의 비정규노동자 중 ‘의료급여관리사’ 단 1명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35명의 비정규직은 6월 30일자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지난 2일부터 부당해고에 맞서 출근 투쟁을 시작한 임 조합원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다.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500일을 넘기고, 단식이 18일째를 맞이하는데도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이철 사장님, 눈과 귀를 열어 이들의 소리를 듣고, 당신의 심장 고동소리를 다시 울려 KTX 승무원들을 다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임 조합원은 “공권력 투입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며 “모든 부문이 연대해서 하나가 되면 폭발적인 투쟁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자식 비정규직 안 만들려고 참아왔는데

    또 윤성란 이랜드일반노조 사무처장은 “저희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파업이 뭔지, 점거가 뭔지, 농성이 뭔지도 몰랐다”며 “단지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우리 자식들은 비정규직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열심히 일해 80만원 돈을 받아 자식들 학원 보내고 공부시키면서 쥐죽은 듯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사로 변했을까? 비정규법 시행 때문이라며 하루아침에 비정규노동자를 내쫓는 학교장과 구청장 탓이다. ‘십일조’로 한 해 매출의 10분의 1인 130억원을 교회에 헌납하면서 회사 사정 때문에 비정규직을 자를 수밖에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기독교도 사장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허울뿐인 ‘비정규 보호법’을 제정한 노무현 정부와 보수정치인에게 그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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