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무현의 게토
    2007년 07월 20일 08: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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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는 사실상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빈자의 도시와 부자의 도시가 그것이다. 이 둘은 서로 전쟁 상태에 있다.” – 플라톤, 『공화국』

이랜드 농성 진압은 2,000년 전 플라톤의 언명(言明)이 여전히 진실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도시 또는 국가가 부자들의 물리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사실 역시 냉정하게 보여준다.

이랜드 농성자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포로들이다. 여성이므로, 비정규직이므로 그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영광을 위해 마땅히 봉사해야 한다. 그들이 80만원 받으며 12시간씩 일해야, 사장이 1,300억쯤 벌어 130억쯤 교회에 바칠 수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권리는 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갈 자유권도 있고, 사채를 빌려 아이들 학원 보낼 선택권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線)이 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가도 되지만, 정규직이 되려 노력해서는 안 된다. 나찌 치하의 유태인이 마음대로 게토를 벗어나거나 ‘유태인 출입금지’라고 쓰인 식당이나 공원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처럼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은 언감생심 정규직이 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금지구역이 정해진 건 작년 겨울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해서였다. 그 ‘보호’가 인디언 보호법처럼 비정규 노동자들을 평생 가두어둘 것이라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경고는 자본가들의 경위권 발동에 의해 입막음되었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법은 지켜야 한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법을 어기려는 자들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경찰이든 군대든 동원해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노무현은, 중년 여성노동자 168명을 잡아가려 경찰 7,000명을 보냈다. 더구나, 연봉 4,600억 원짜리 축구 놀음을 앞두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누리꾼들은 “배운 거 없고 능력 없으면 떠나라”며 노무현 시대 참여민주주의의 만개를 호소하고 있지 않는가!

20년 전 거제 대우조선에는 파업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소선, 그는 20년 전 거제에서 그리했던 것처럼 이랜드 노동자들과 함께 “세상을 불태워 달라”고 외쳤다. 이상수, 그는 자신의 20년 전을 잊었는지 “불법 사태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의 거제 파업 지원자였던 노무현은 세종시(市) 기공식에서 “쾌적한 도시, 행복 도시”를 공약했다. 비천한 비정규직들의 되도 않는 도전에서 벗어나 ‘쾌적한 행복 도시’를 만드는 데 8조 5,000억 원이 들어간다. 노무현은 “균형 발전”과 “국민 통합”도 외쳤다. 누구와 누구의 균형인가? 누구와 누구의 통합인가?

그는 말했다. “청와대도 그 좋은 녹지, 서울 시민에게 돌려주고 이곳으로 와서 자리잡는 것이 순리다.” 돌려줄 것이 그깟 알량한 녹지 뿐인가? 우리가 진짜 돌려받아야 하는 것은 거제 파업을 지원하던 노무현의 인간성과 어느 경찰서 유치장인가에서 흐느끼고 있을 이랜드 아줌마들의 인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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