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지면 그 담엔 내가 싸워야 돼?"
        2007년 07월 20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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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경찰 투입이 예상되던 19일 밤과 20일 새벽에 현장에 있던 기사가 쓴 글이다. 경찰 투입이 20일에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배반한 정부 당국의 강공이 아래 기사에 나오는 아줌마들을 연행해갔다. 경찰 투입 이전에 송고한 기사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마음이 들어있는 글이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다시 이 자리에 백번, 만번, 또 백만번 앉아 있는 것"

    감금(?) 상태가 풀려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영자씨(43)는 19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남편과의 재회도, 군대간 아들의 면회도, 휴식도, 친구와의 수다도 아니었다.

    머리털 나고 난생 처음 해보는 20일간의 파업. 여전히 ‘투쟁’ 이라는 단어가 "너무 과격해서 싫고 어색하다"는 영자씨는 "그냥 이 자리에 그저 앉아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영자씨만이 아니었다. 비정규직이  ‘신규 직업'(?)인 줄로만 알았던 유명숙씨(35)도 주저없이 다시 이 자리에 모이고 싶다고 밝혔다.

    "엄마가 싸움에서 지면 그 다음엔 내가 싸워야 돼? 또 내가 지면 그 다음엔 내 아들이 싸워야 돼?"라고 묻는
    9살 짜리 외동 아들을 위해 유씨는 다시 그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영자씨도 유씨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말했다.

       
      ▲ 창문을 통해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지난밤 19일 함께 연대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는 홈에버 노동자. (사진=민주노동당)
     

    이랜드 파업을 통해 만난 세상은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니라고.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노동자 편을 들어야 할 노동부가, 이랜드 박성수 사장을 옹호해주며 그녀들을 ‘나쁜 파업꾼’으로 선전하는 ‘현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랜드 노사의 막판 교섭이 결렬되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경찰은 서울 홈에버 상암동 매장과 강남 뉴코아 매장에 각각 5개 중대 및 3개 중대를 배치하고 투입 시기를 조율했으나 새벽에 침투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은 밤 10시경 홈에버 상암점 일대에 조명차 2대, 물대포차 1대, 경고방송차 1대, 병력차량 15대등을 증강 투입하고 여경을 집중 배치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 노희찬 의원 등이 밤 12시경 상암동 농성장에 들어와 현장 사수 투쟁에 결합했으며, 뉴코아 강남점에는 단병호, 최순영, 이영순 의원 등이 농성 현장을 사수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만약 경찰이 투입돼 홈에버 노동자들을 연행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과 함께 연행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진압한다면 다른 정권처럼 그 말로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지난 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야합해 물리력으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 것을 온 몸으로 저지했지만 결국 막지 못해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또 비정규직법에 대한 책임은 노 대통령과 열리우리당, 한나라당에게 있기에 이들도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사태가 이렇게 된 것에는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직접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긴급 소식을 접한 민주노총 조합원 및 각 시민 사회 단체 사람들은 홈에버 상암점 일대에 긴급 집결해 촛불문화제 등을 개최하며 밤새 연대 투쟁을 벌였다.

    한편, 민주노동당 심상정, 천영세 의원,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전병덕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은 새벽 1시경 상암동 농성 현장으로 들어오려다 사측 용역에 의해 약 3시간 가량 억류돼 몸 싸움 끝에 들어오기도 했다.

    짙은 밤 안개와 경찰 병력에 둘러쌓인 채 긴장감을 연출했던 상암점 일대 외부와 달리  6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던 내부는 투쟁 의지를 분명히 하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송국 기자들은 나를 취재하지 말고 그냥 스카웃해야 한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넨 영자씨는 "수 만번 인터뷰하고, 수 만번 사진을 찍어도 단 한줄도 우리의 의사가 정확히 전달된 적이 없다. 여기에 앉아 있음으로 해서 나와 똑같은 순진한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 양미경 부회장은 “썩어빠진 정부가 비정규 법을 만들어 놓고 우리에게 아이를 나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비정규직 인생으로 비참하게 살아갈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무릎끊고 노동자들에게 회계할때까지 더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숙씨는 "비정규직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직업"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회사에 단순히 복직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이 설움을 내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싸운다"며 투쟁 의지를 분명히 했다.

    7년 전 첫 취업을 했을 때만해도 아들 같은 매니저에게 질타를 받느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 김영희씨(54)는 “이제는 당당해 졌다. 내 권리는 내가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오히려 우리보다 더 어렵게 일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격려에 의해 더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세 대선 후보와 문성현 대표, 천영세 원내 대표,이해삼 최고위원등이 계속 이랜드 상암점에서 비상 대기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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