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부문 편향과 농업비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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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0일 07: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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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 박사가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3명에의 경제 공약을 분석한 글을 <레디앙>에 보내왔다. 우박사가 평가한 3명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분석을 싣는다. 우박사의 글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분야 정책 공약에 대한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글은 필자가 보내온 원고 순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의 세 명에 대해서 평을 하거나 판단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또 그럴 생각도 별로 없다. 경선이 끝나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정도로 생각을 하는 정도이고, 경선과정에까지 끼어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는게, ‘가늘고 길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가 내 생각이다.

    특별히 더 친할 사람도, 덜 친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결국 생각한게, 도와달라면 다 살살 도와드리고, 참견도 살살만 하겠다… 나같은 잔챙이들은 어느 짱돌을 맞고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몸조심하겠다는 게, 노선이라면 기본 노선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만 치자면, 단연 권영길 후보다. 이제는 70을 바라보는 나의 어머님이 권 후보님의 사모님과 동창회 선후배라나 뭐라나… 평생 <조선일보>를 최선의 진리로 알고 사셨던 어머님이 지난 대선 때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벌어졌으니, 어머님에게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아니라 후배 남편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뭔지도 모르시지만, 벌써부터 어지간하면 권영길 찍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시는 중이다. 나의 사적인 공간에까지 등장할 정도이니, 인연이라면 가장 큰 인연인 것은 맞다.

    우연한 기회에 세 명의 후보들이 만들어낸 경제공약을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음, 원래 내 입에서 예쁘고 고운 말은 잘 안나가니까, 여기에 대한 나의 솔직한 심경을 피력하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순수 자살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1주일 정도 했는데, 아무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기가 어렵다.

    이 정도면 독자 여러분들은 내 입에서 곱고 순한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짐작하셨을 것이다. 다만 그 말을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한 선택만 남아있었는데, 그래도 그 얘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체적인 토론이 너무 딱딱하고, 판에 박혀서 자칫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거나, 비생산적으로 흐르게 될 위험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여간 최소 15%에서 최대 30%의 지지율 사이를 만들어줄 후보라면 난 누가 되더라도 결국 지지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치사 빤쓰’로 나온다면 누가 되더라도 야유를 보낼 마음을 ‘단디’ 먹었다.

                                                                    * * *

    1. 심상정 편

    심상정의 경제공약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분명히 "니껀 뭔데?"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나, "섭섭하다"는 반응 때문에 곤경에 빠지긴 할테지만…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나?

    세박자 경제론은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두 개는 부차적이고, 하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국제주의적 편향

       
      ▲ 심상정 예비후보 (사진=민주노동당)
     

    가벼운 것부터 다루자. 결국 국민경제 혹은 민중경제, 아니면 서민경제,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한국 정부의 조세 체계와 정책 집행권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TV를 상상해보자. 심상정표 TV를 켜면 뭔가 나올텐데, 이 TV에 다리가 세 개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조금 더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본체가 세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어떤 시스템을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그 다리가 세 개로 구성된 셈인데, 편하게 표현하면 국내 부문, 북한 부문, 그리고 동북아 호혜경제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시스템인 셈이다. 이런 걸 ‘인터페이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아키텍처'(구조물-편집자)는 한 개의 국내 부문, 그리고 두 개의 해외부문으로 구성된 셈이다.

    북한도 해외야? 물론 경제학자에게는 북한도 현재로서는 대외 부문이다. 조금 악랄하게 얘기하자면, 이 자체의 아키텍처로 국제주의적 편향이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라는 판단과는 상관없다. 하여간 시스템 디자인상 대외 부문이 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는 국민경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부문의 이야기가 커지게 된다. 그래서 실제 내용은 국내 부문이라는 하나의 몸통을 북한과 동북아라는 두 개의 다리가 지탱하는 그런 형상이 된다.

    ‘3’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살린다면, 국내 부문을 특징에 따라서 두 개의 축으로 나누고, 북한과 동북아를 연장 선에서 하나의 호혜경제 혹은 비신자유주의 민중경제 블록 같은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다.

    앙상해진 국내 경제 부문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종류의 문제가 나오게 되는데, 대외 부문에 중점을 맞추다 보니 국내 경제 부문이 지나치게 앙상해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클러스터가 너무 강조되면서 심상정 후보가 원래 강했던 부동산 문제나 사실상 깡패들이 해외자본과 결탁해서 운용되는 사채시장과 같은 비공식 부문에 대한 문제들이 중심축에 들어와있지 않고, 부차적인 것들이 조금 더 전면화되어 부각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클러스터가 전국 단위네트워크라는 말과 연결되면서, 과연 지역경제의 기본 축이 반드시 전국 네트워크라야만 하는가, 혹은 이런 외삽 방식의 지원틀이 그냥 작동된다면 결국 지방의 토호들만 배부르게 했던 노무현 시대의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식 ‘선택과 집중’ 전략을 극복할 수 있는가와 같은 궁금증들이 떠오르게 된다.

    지역경제가 가지고 있는 자발성과 창발성 그리고 민중들의 협동과 같은 것들을 정책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없었을까? 클러스터를 지방경제의 보조축 정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지만, 클러스터를 기본으로 구성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지방 토호와 실질적인 지역 민중들 사이의 불균등한 관계를 오히려 강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이건 지역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면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다.

    농업에 대한 비전이 너무 없다

    세 번째는, 농업에 대한 비전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문화정책, 농업정책, 그리고 고졸 이하 학력의 노동자들에 관한 얼개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경제 비전에는 짧더라도 이런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그림을 그려줘야 각론에서 각 분과들의 공약이 살아나게 된다. 전체적으로 80년대 운동권의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서울에서 세상을 본 서울중심주의가 좀 강한 경제 비전이 된 셈이다.

    사소하게는 심상정 방식의 북한경제가 북한의 내부식민자화라는 DJ 독트린의 연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사소한 의구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거야 워낙 권영길 대표의 경제 비전이 더 심해서 그것까지 지적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부차적인 것이지만, 대외 부문이 동북아 블록에 너무 강조점을 두다 보니까, 실제로 우리나라가 상품을 수출하는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이런 곳들의 민중들과의 관계 혹은 외교적 관계를 경제적으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들이 송두리째 빠졌다.

    이런 약간의 논의의 틀을 여는 새로운 축을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동북아 호혜경제를 패권주의적 발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정신을 형식적으로나마 계승한 것으로 볼 것인가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자, 경제적 내용으로 심상정 경제비전의 아쉬운 점들만을 간단하게 거론하면 이 정도일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노동자-농민 중 농민에 해당하는 것들이 송두리째 빠져 있다는 현 상황을 시급히 보완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일 것이다.

    후보 강점 전면에 내세우는데 실패

    아마 이런 것들이나 소수자의 문제 그리고 20대와 10대들의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굵직한 내용들을 넣고 나면 세박자라는, 두 개의 대외 부문과 한 개의 국내 부문의 기본 아키텍처의 한계가 더 드러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해본다. 아주 몸통이 커진 한 개와 두 개의 앙상한 다리, 잘못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고 결국 논쟁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심상정의 경제 비전은 심각한 구조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이걸 포장하는 대표 상품이 심상정이라는 점 때문에 그렇다. 부동산과 대형유통할인점 그리고 소상인들과 만났을 때 심상정의 강점이 가장 크게 드러나고, FTA에 대한 논의에서 또 다른 장점이 있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선거에서 원래 정책은 선거 중반을 넘어서면서 사실 별 볼일 없는 부차 변수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핵심 공약을 정확하게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막판에 몇 퍼센트 정도의 지지율을 변동시킬 효과 정도는 있다는 것이 내 경험상의 판단이다. 이번 대선은 정책의 비중이 조금 높아질 것인데,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박자 경제 비전은 심상정 후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조금은 실패한 인상을 준다. 원래 잘 알던 것이 배치상 뒤로 빠졌고, 국제부문이 너무 앞으로 나오게 되면서 자신도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너무 앞선 주장을 하는 것은 선거 국면에서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물론 프레임이 중요하지 않느냐? 프레임 자체가 선거를 좌지우지한 정책 상품이 된 적은 없다. 교과서는 프레임이 중요하지만, 선거에서는 실제 공약이 중요하게 된다.

    구체적 공약에 틀을 끼워 맞춰야

    내 눈이라면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서 3대 핵심공약을 찾아내고, 청소년과 지방경제 그리고 저소득층 등 정신과 흐름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10개 정도의 핵심을 놓고, 거시경제의 틀 혹은 국민경제에 대한 설명방식은 이걸 강조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래서 경제비전을 인터페이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끼워맞추기인 셈인데, 틀에 공약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공약에 인터페이스를 끼워맞추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파괴력도 높다.

    심상정의 삼박자 경제는 내적인 이론틀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치더라도, 심상정의 최대 강점들을 부각시키는 데에 아직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아 보인다.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을 생각해보자. 삼박자? 뭐가 삼박자인데? (… 긴 설명)… 그래서 어쩌라구?

    보통은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바로 공약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정책 대안들이다. 세박자 경제는 얼개 자체가 상품이 되는 경우인데, 프레임이 너무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심상정의 최대 강점들이 가려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여성이라는 강점,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세상에 대한 이해, 이런 것들은 좌파와 상관없느냐? 상관있고, 분명히 다음 시대를 위한 진보의 역할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면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서울에 사는 80년대 운동권들이 그들의 눈으로 한반도와 세상을 보면 이렇게 생긴 결과가 나온다는… 항간의 평이 아주 사실과 다르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무엇인가가 이 세박자 경제론 내에 숨어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걸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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