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법을 아는 노회찬을 지지합니다
        2007년 07월 19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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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4월, 저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귀신은 저런 것들 안 잡아가고 뭐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미운 보수 정치인들을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들인지 명쾌하게 밝히며 보수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을 대안으로 제시하던 그는 ‘총선 TV 토론회’라는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제대하고 복학한 지 얼마 안 된, 진보운동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저에게 난생 처음으로 ‘선거운동’이라는 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심지어 교수님들에게까지 ‘민주노동당’을 외치고 다닌 저는 마침내 4월 15일, 10명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광경을 보고 ‘나도 쬐끔은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아무도 권유한 적 없는 ‘입당’을 했습니다.

    아니, 저에게 입당을 권유한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늦은 밤 방송 토론회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펼치고 있던 그는 그때 분명 저에게 입당을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TV에 나온 누군가가 내 인생에 있어 그토록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게 만든 것은 기타 치는 서태지의 모습이 좋아 무작정 전자기타를 샀던 중학교 때 경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저는 제가 속한 공간인 성균관대학교에서 당 운동을 펼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입당하기 전에 학생회 활동이라든가 별다른 조직 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던 저였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당 활동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2005년 하계 졸업식날 ‘부패한 김두희 이사 물러나라’, ‘이건희를 구속 수사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당원들과 시위를 벌였다.  
     

    2005년 그 해 여름, “기소할 테면 기소하라”며 그가 공개한 7명의 떡값검사 명단에 성균관대학교 이사 김두희가 포함된 것을 본 저는 성대 당원들과 함께 그를 찾았습니다. 의원회관 7층 그의 방에는 이름 모를 지지자가 보낸 시루떡이 놓여있었고, 저는 그 떡을 함께 먹으며 김두희 이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돌아와서 무척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삼성이 지배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가 학생들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지난 2000년에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저는 ‘나 역시 그들처럼 출교를 당하지는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의원직을 내놓을 각오로 거대 자본 삼성에 맞서 싸우는 그를 보며 저는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하계 졸업식이 열리는 날에 당원들을 조직하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수십 대의 검은색 세단에서 삼성 관계자와 총장, 이사들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패한 김두희 이사 물러나라’, ‘이건희를 구속 수사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교직원들이 우릴 둘러쌓습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졸업생들은 박수를 치고 ‘후배님들, 힘내세요!’라고 외쳐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마침내 김두희는 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2학기엔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삼성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성대에서 [노회찬 의원 강연 : 삼성공화국에 우리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음에도 200명 좌석에 250명이 몰려들어 당시 사회를 맡은 저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노회찬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 한 마디에 그 자리에서 5명이나 당원 가입을 했는데, 하루에 이만큼 많은 학생들이 입당원서를 작성한 것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성대 학위 자체 신기록입니다.

    이듬해인 2006년, 성대 학생위 위원장이 된 저는 5월이 되자 소속 종로지역위원회의 지방선거 유세팀을 맡아 당원들과 함께 종로 구석구석을 누비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중 그 어느 곳에서도 당한 적 없는 푸대접과 냉대를 유독 심하게 받은 곳이 바로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기호 4번을 외치며 율동을 하는 우리에게 지나가는 성대 학생들의 시선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위원장으로써 저는 무척 고민이 됐습니다. 성대 학생들에게 있어 민주노동당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있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어떤 존재인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가? 성대 학생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가? 이런 고민에 답답해 할 무렵,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이메일 한 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회찬의 난중일기 –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의 실정을 잘 파악하여 이들의 고통을 대변하기 위해 자본과 싸우고,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그들의 지지를 확대해가는 모습은 제가 찾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학교 안에서 당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일까 찾던 저는 정부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매년 물어야 하는 이자에 대한 학교의 지원을 촉구하는 운동을 듣게 되었고,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방학 내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9월부터 한 달 동안 성대 학생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수십 통의 격려 문자와 전화로 제 핸드폰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16,000명의 전체 성대 학생 중 서명 인원이 3,000명이 넘어가자 대학본부에서 먼저 협상을 요구해왔습니다.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지원 확대를 최소화하려는 학교 당국자에게 “서명해준 학생들 10분의 1만 모아서 집회를 열겠다”고 호기롭게 외쳤습니다. 올해 결국, 이자 지원은 연 8,000만 원에서 두 배인 1억 6천만 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지난 4년 간의 제 당 활동은 진보정당운동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준 노회찬 의원 덕분에 정신없이 신나고 활기찰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당원들에게 어떤 지시나 지침을 내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앞장서서 실천해왔을 뿐입니다.

    거대한 자본권력(삼성)과의 한판 승부, 민중의 마음을 읽고 조직해내는 탁월한 능력(카드수수료 인하 운동)을 실천으로 보이며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보수세력과 싸우고 어떻게 민중을 조직해야 하는가를 말없이, 하지만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보여준 이가 바로 노회찬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은 통합의 리더십이니 하는 말들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리더십으로 작용해왔습니다. 노회찬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이자 동시에 가장 열심히 실천하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을 주도할 때부터 지금까지 당을 이끌고 온 최대의 동력이 바로 한결같은 그의 실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회찬이 드디어 올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되기 위해 예비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한결같은 실천과 수 차례 큰 선거를 치러본 소중한 경험을 동시에 갖춘 그가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당 내 그 누구보다도 훨씬 큰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제 확신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 유권자들, 특히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진보정당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집권에 성공한 진보정당은 대학생들의 엄청난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 한명의 인물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모든 가치와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올해 대선에서 폭발적인 대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후보가 과연 누구이겠습니까? 대학교 강연장을 그를 보기 위해 온 대학생들로 미어터지게 만든 노회찬입니다! 당내 경선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 중 현재 유일하게 대학생 팬클럽(호빵맨 노회찬의 대학생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노회찬입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노회찬 후보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우리가 거둔 96만표를 올해 대선에서 300만 명의 대학생들만을 상대로 충분히 조직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올해는 민주노동당이 그렇고 그런 군소정당으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최초의 민중권력을 수립할 집권 가능한 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느냐를 가름하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최초의 민주노동당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는 노회찬 후보의 출사표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여겨집니다.

    저는 상상해봅니다. 지난 2004년 총선 TV 토론회에서 자민련을 향해 “곧 사라질 정당”이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노회찬 후보의 모습이 올해 12월 한나라당과 범여권을 상대로 재현되는 것을 말입니다.

    20년 넘게 진보정당운동 한 길만을 걸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의 가치를 당당히 보여주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후보는 바로 노회찬입니다. 그런 그와 함께 올해 또 다시 지난 2004년 4월과 같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민주노동당”을 외치고 싶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학생당원 임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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