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두 후보 구체적 득표전략 없다"
    노 "세박자 경제 당론 채택 어려워"
    심 "노 후보 비전없이 창고 얘기만"
        2007년 07월 18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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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MBC 공개홀에서 18일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정책토론회에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 울산MBC 공개홀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사진=민주노동당)
     

    노 후보는 심 후보의 핵심 정책인 동북아호혜경제론과 택지국유화 정책이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비판했고, 심 후보는 노 후보의 정책관을 ‘창고론’으로 명명한 뒤 "서민경제의 새로운 틀과 집을 지을 비전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받아쳤다.

    심 후보로부터 "발표용 공약 아니냐. 집행할 의지가 있는 공약이냐"는 지적을 받은 권 후보는 "공약만 있고 구체적인 득표 전략이 없다"고 노, 심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비교적 완만하게 흐르던 토론은 공약에 대한 상호 검증에서 급류를 탔다. 먼저 심 후보가 노 후보를 겨눴다.

    심 "노후보 시대적 질문 회피, 창고만 가리켜" 

    심 후보는 "노 후보의 공약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해온 내용을 재가공한 것"이라며 "서민경제를 총체적으로 살리기 위한 경제발전론, 한미FTA에 대한 대안,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해법 같은 시대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한 채 ‘창고’만 가리키고 있다"고 맹공했다.

    노 후보가 즉각 반론에 나섰다. "정책 공약을 비판하라고 했더니 정치적인 비난을 하는 걸로 봐서 (심 후보도) 정치에 물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입을 뗀 노 후보는 "내 공약은 당론에 충실한 것도 있고 당론을 진일보시켜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심 후보의) 세박자 경제론은 포장만 세박자다. 서민경제론의 80~90%는 당의 공약을 재가공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당원 가운데 자신의 가족들에게 세박자 경제론을 자신있게 선전할 사람이 1%라도 되느냐"고 역공했다.

    노 후보는 특히 심 후보의 동북아호혜경제론을 겨냥해 "한미FTA의 대안은 한미FTA를 막는 것이고, 다른 무역체제를 발명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노력"이라며 "주류 기득권층의 발상에서 나오는 것 속에서 진보의 할 말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은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노 "동북아 호혜경제론 부질없는 노력"

    심 후보가 재반박에 나섰다. 심 후보는 "노 후보가 세박자 경제론을 포장지로 매도했는데 타 후보의 공약을 딴지걸 듯 비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민주노동당의 창고에 세박자 경제론처럼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튼튼하고 촘촘한 프로그램은 없다. 정책을 새롭게 제기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데, 노 후보가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건 경악스럽다"고 반박했다.

    특히 "협정 체결을 막는 것 이외에 한미FTA에 대한 다른 대안은 필요없다고 했는데,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용감하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에 깊숙히 편입돼 있기 때문에 서민경제의 틀을 새롭게 짜려고 해도 국제관계를 그냥 방치하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노 후보는 서민경제의 새로운 틀과 집을 지을 비전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심 후보는 또 "비전과 집권을 책임질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권, 노) 두 분처럼 2002년, 2004년과 똑같은 무기로는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동북아호혜경제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노 후보는 "심 후보의 동아시아 경제체제론은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회의 구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뒤 "청와대는 한중FTA, 한일FTA를 전제로 동아시아 경제체제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런대로 그럴 만하다. 하지만 심 후보는 한중, 한일FTA를 부정하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말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지 국유화론 노-심 양보없는 한판 겨루기

    노 후보는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론에 대해서도 "택지국유화 정책의 경우 그 정신은 대단히 반가운 것이지만 누구를 위한 국유화냐, 부자냐 가난한 사람이냐,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론은 당론으로 채택하기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분이 후보가 되건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과 정책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심 후보의 세박자 경제론은 현재 상태로는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는 심 후보가 제시한 핵심 공약의 유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이후 경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가 마지막 반론에 나섰다. 노 후보의 택지국유화 비판에 대한 반론에 초점이 맞춰졌다. 심 후보는 "택지국유화는 부동산 투기 근절과 집 없는 서민의 집 장만을 위해 1가구 1주택의 실수요를 상회하는 주택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고 국가가 이를 유상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후보는) 타워팰리스 같은 비싼 땅을 국민의 돈으로 사서 결국 투기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경제적 식견이 의심스럽다"며 "택지국유화가 시행되면 타워팰리스의 가격이 그대로 있겠느냐. 오히려 전문가들은 택지국유화가 시행되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역기능이 초래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타워팰리스와 같은 경우에 대해서는 초과수익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택지매입 방도를 찾겠다는 것"이라며 "노 후보가 무상몰수를 주장한다면 논점이 제대로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의 주장에 대해 노 후보는 "택지를 무분별하게 국유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중산층 가운데도 집 없는 사람이 있는데, (자금 여력이 있는) 중산층의 집 문제 해결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면 된다. 이들보다 사정이 심각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려면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권 "노-심 득표전략이 없다"

    노, 심 후보의 공방에서 다소 비껴나 있던 권영길 후보는 두 후보가 공약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득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디어 선거와 대중운동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대중운동의 핵심 방편으로 ‘100만 민중대회’를 거듭 강조했다.

    권 후보는 "한미FTA에 대한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싸움도 어렵고 민주노동당의 대선 승리도 어렵다. 절대적인 지지세력을 다시 결집시켜 돌파구를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100만이 모이는 것은 물론 어렵다. 그러나 96년, 97년 총파업 때처럼 현장을 누비면서 조직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100만이 모이면 그것 자체로도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노 후보는 "민주노총이나 전농에 속한 분들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한미FTA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감을 않고 있는 분들 속으로 들어가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나 역시 민주노동당의 대선 승리는 선거운동만으로 불가능하다고 여러 번 지적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와 한미FTA 문제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존권 싸움을 당이 중심이 돼서 강력하게 묶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울산 지역의 당 활동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후보별로 강조점이 좀 달랐다.

    권 후보는 정부와 자본의 ‘노동자 책임론’에 대해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주로 지적했다. 노 후보는 지역의 노동자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일상적 정치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그를 위한 한 방편으로 당직에 대한 노동부문 할당 비율(28%) 가운데 절반을 비정규직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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