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 겨냥한, 대안 없는 비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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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19일 12: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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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이 대전, 경기에 이어 18일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울산 정책토론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이와 관련 노회찬 후보 캠프의 재반론(‘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에 불과’ <레디앙> 7월 18일)을 반갑게 잘 읽었다.

    보다 뜻 깊은 논쟁이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가지 오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세박자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 다시 기고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실제 내용에서 큰 견해 차이가 없는 문제들은 빼고 좁힐 수 있는 몇 개 쟁점들에 대해 의견을 밝히려 한다.

    우선 ‘주택정책의 우선 순위는 무주택 빈곤층의 주택문제 해결에 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주장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 다만, 택지국유화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혜택의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는 노 후보 쪽의 지적은 결이 다른 문제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살 수 있게 하거나, 집을 사지 않고도 집 걱정 안 해도 되게 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국가가 해줘야 한다. 그래서 내집 마련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주택정책의 두 가지 축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뭐니뭐니 해도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게 급선무이다. 그래서 2005년도에 노무현 정부가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을 100만 채 짓겠다고 했을 때, 민주노동당은 "그것 가지고 되느냐 200만 채로 늘려라" 이렇게 반박했다.

    ‘실제 공급 가능한 길’의 제시가 핵심

    노 후보는 150만 채를 얘기했다 하고, 권영길 후보는 400만 채 공급을 말하고 있다. 올해 1월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를 포함한 장기임대주택을 230만호로 늘려 공급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다 좋은데 공공임대주택 짓는 데 5년 정도 걸리니 100만 채든 400만 채든 임기 5년 안에 입주시켜주겠다는 공약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셋방 사는 가구가 600만이 넘기 때문에 200만 채가 아니라 400만 채, 아니 600만 채를 당장 공급해도 충분하지 않다.

    이미 200만 채 공급을 당론으로 내놓은 마당이니, ‘어떻게’가 문제이다. 택지국유화는 영구채권을 발행하는 것이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직접적인 재원 투입 대책이 있어야 가능하고, 현재 가장 어려운 문제인 택지 확보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언이나 의지, 목표가 아니라 ‘실제 공급 가능한 길’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심상정 후보의 ‘세박자 주택정책’은 ‘송파모델’과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즉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상은 수도권이 핵심이며, 공공택지는 민간건설업체에 넘기지 않고 공영개발을 통해 100%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송파모델’ 방식으로 수도권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민주노동당의 200만 채는커녕 노무현 정부가 2005년에 제시한 100만 채도 불가능하다.

    물론 공공택지 공영개발은 당론이고 노 후보도 얘기하고 있다. 다만 심후보가 송파거여 신도시를 대상으로 정교한 분석을 거쳐 가능성과 현실성을 손에 잡히게 제시한 차이가 있다.

    공공택지 – 공영개발 – 100% 공공임대주택의 ‘송파모델’은 현재 선언 수준으로 머물 수 있는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재원과 택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안이다. 또 노후보가 말하는 ‘주택까지 국유화’하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주택 극빈층 위한 도심지 임대주택 방안도 포함돼 있다

    ‘세박자 주택정책’은 아파트 중심의 임대주택과 구별되는 지하방이나 비닐하우스, 쪽방 등에 사는 68만여 가구의 극빈층을 위한 도심지 임대주택을 임기 내에 30만 채 공급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고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다가구-다세대 주택 대상의 도심지 임대주택은 노무현 정부가 중앙 정책으로 발전시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재정이 국민임대주택 보다 더 많이 들어 확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재정의 어려움은 민주노동당이 집권해도 똑같이 부딪힌다. 그러나 영구채권 발행을 통한 택지국유화를 병행할 경우 전반적인 주택가격 하락세에 택지비 부담까지 줄어 대폭 늘려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노 후보가 말하는 ‘국가선매제’도 빌려올만한 선진국 제도이지만, 택지 국유화 과정에서 정부가 판단해서 주택까지 살 필요가 있는 곳은 주택까지 사면되기 때문에 택지와 주택을 다 국유화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더구나 5년 걸리는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의욕적인 공약을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직접적인 재정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한편 지하방 등에 사는 극빈층과 내집 마련이 가능한 계층 사이의 400만여 전월세 가구에 대한 대책은 뭘까? 역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고 하면 편하고 확실하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재정 대책을 뒷받침해야 하고, 또 공공임대주택을 짓더라도 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되기 어렵다.

    결국 우선 선진국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분을 확보하기 전까지 민간 임대시장에서 겪어야 하는 온갖 어려움을 당장 해결해야 한다. ‘세박자 주택정책’ 중 하나인 ‘셋방살이 스트레스 푸는 주택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방살이 스트레스…’에는 임대 기간 10년으로 실질적 연장, 임대료 상한제 등 기존 당 정책을 발전시켜 최우선 변제금 상향 조정, 전월세금 보증센터 등의 새로운 공약이 포함돼 있다. 나아가서 공공임대주택 입주 이전에 가구 형편에 맞게 주거보조비를 국가가 대주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을 떨어뜨려 전월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노 후보 지적하는 내용 이미 담고  있어

    이상에서 봤듯이 ‘세박자 주택정책’은 노 후보 쪽이 지적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비롯한 무주택 극빈층 및 빈곤층을 위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이미 담고 있고, 그게 우선시해야 할 정책이라면 ‘최우선시해야 할 정책’이라 맞장구치고 있다. 다만, 노후보가 비판 대상으로 삼고 있는 택지국유화 공약과는 다른 항목에 담겨 있다.

    되풀이하지만 ‘세박자 주택정책’은 우리나라 주택계급을 ‘집 있는 계급’(다주택자, 1주택자, 유주택전월세로 세분)과 ‘집없는 계급’(내집마련 가능계급과 불가능계급으로 세분) 그리고 ‘주거빈곤층’으로 나눈 뒤 주택계급별 맞춤형 주택정책을 다섯 가지로 나눠 각각 제시하고 있다.

    택지국유화 공약은 이 가운데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집부자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나머지 네 가지 정책이 별도 자료로 이미 발표돼 있다. 따라서 주거빈곤층이나 집없는 계급에 대한 정책이 집 부자에 대한 택지국유화 공약에서 빠져 있다고 비판하는 식의 논리는 재검토해주기 바란다.

       
     
     

    도대체 택지 국유화 왜 하려는 거지? 반복되는 자문자답

    이제 다시 택지국유화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오늘도 나는 스스로 묻고 대답해본다. 도대체 택지 국유화를 왜 하려 하는 거야? 국유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어서? 노후보쪽 말처럼 ‘달콤한 국유화’ 그 자체를 신성시해서 그런 거야? 그렇다. 국유화는 ‘달콤하고’ 좋은 거다. 왜? 너무 사유화 돼 있으니까.

    더구나 사유 주택과 토지도 일부 부유층이 독점하고 있으니, 이들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국유화해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거지. 특히 임기 내 20%는 물론 20년 내 택지의 50% 국유화 로드맵을 짜려는 거지.

    여기엔 공공택지 공영개발, 다가구 주택 매입 등 다양한 국유화 경로가 포함돼 있지. 또 택지국유화를 추진하게 되면 부동산 투기는 결정적으로 발 붙일 곳을 찾기 어렵게 되지. 소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공적 통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지.

    그건 동의가 되는 데, 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먼저 생각해야지 택지국유화를 꺼내드는 거야? 그 대답은 간단하다. ‘세박자 주택정책’이 좀 긴 데, 앞 부분만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공공임대주택 공약은 택지국유화와 별도로 있잖아.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공급만으로는 안되는 게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이지. 소유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돼.

    그래도 유상매입 방식으로 택지 국유화 하다 보면 공공임대주택 공급할 돈이 없어지는 거 아냐? 영구채권 발행하는 택지 국유화와 직접적인 재정 투입하는 공공임대주택은 다르니까 별도로 생각해야 돼.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열심히 공급하겠다는데 왜 자꾸 아니라고 그럴까?

    국유화 정책이 왜 ‘선정적’ 비판을 듣는 거지?

    그럼, 택지국유화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해가 되는 건가? 극빈층한테 우선 필요한 도심지 공공임대주택(다가구 또는 다세대 주택)은 국민임대주택 보다 돈이 더 드는 데, 택지국유화와 병행하면 재정 부담을 덜어줘 훨씬 도움이 되지.

    왜 혜택을 무주택 최상위 계층(말이 좋아 ‘최상위 계층’이지 전월세를 떠도는 보증금 5천만원 이상 가구이다)에게만 준다고 자꾸 비판받는 거야? 글쎄, 왜 자꾸 그런 비판을 하는 지 모르겠어. 택지국유화로 나타나는 여러 효과 중 하나라고 해도 자꾸 그러네.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그리고, 집없는 사람에게 공짜로 집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집값 떨어뜨리고 땅 사는데 들어가는 뭉칫 돈 부담 덜어주는 게 민주노동당 정체성에 어긋나는 거야? 민주노동당 맞아?

    왜 강남의 비싼 아파트 택지까지 국유화한다고 해서 ‘부자한테 혜택 준다’는 ‘선정적’ 비판을 듣는 거지? 민주노동당 활동하면서 부자한테 혜택을 주려는 사람 있겠어? 강남 아파트도 비거주용의 경우 원칙상 국유화 대상이지. ‘호랑이 굴’을 비켜갈 순 없지. 근데 구체적인 통계를 쥐고 입체적인 ‘작전’을 짜서 해야겠지. 정권 잡으면 우리 생각대로 부자한테 ‘혜택’ 안주고 하면 되잖아.

    한 가지 덧붙일 게 있다. 택지국유화 공약을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이라 이해하면서 ‘대지임대부니까 큰 문제가 있다’는 식의 태도에 대해서다. 지난 해 노회찬 의원과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반값 아파트’ 놓고 MBC 100분토론에서 맞붙었을 때의 아쉬움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대지임대부 제도 근본 부정은 부적절

    글쎄-, 국유화를 한다면 건물과 택지를 다 하는 방법이 있고, 택지만 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택지만 국유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까닭은 뭔가? 주택을 분양할 때도 환매조건부, 대지임대부 등을 섞은 공공주택을 분양하는 게 좋다고 법안까지 냈는데, 왜 대지임대부는 안된다는 거지?

    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는 무조건 검토 대상에서 제외할 게 아니라 생각한다. 이 제도의 원조는 싱가포르이다. 정확히 말하면 토지의 90%를 국유화시킨 싱가포르 정부가 ‘환매수’를 조건으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를 시행해 국민 열 중 아홉에게 내집에서 살 게 하는 사상 초유의 주택정책을 폈는데,

    그 중에서 ‘대지임대부’ 제도만 흉내낸 게 한나라당 홍준표식 ‘반값 아파트’이다. 물론 홍의원의 ‘반값아파트’는 환매조건이 없을 뿐 아니라, 용적률 400% 허용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폭리 보장과 콘크리트 도시 우려, 의무공급 비율 누락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홍의원 ‘반값’의 문제점은 지적하더라도 대지임대부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싱가포르 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각국과 지방정부에서 실험되고 정착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토양과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대지임대부’ 또는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이 과연 뿌리내릴 수 있을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현재의 주택분양제도 보다는 훨씬 서민에게 유리한 제도로 함부로 배척할 제도는 아니다. 전월세를 떠도는 대신 ‘대지임대부’에서 반값으로 ‘내집’에 살겠다는 무주택자는 많다. 이들도 구원해야 할 불쌍한 무주택 서민 아닌가?

    노 후보의 대안은 무엇인가

    또 대지임대부 분양 제도는 토지수용권이나 개발권을 재벌에게 송두리째 넘겨주는 현재의 기업도시를 포함한 각종 잘못된 도시개발을 대체할 대안의 하나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집부자들의 택지를 국유화하고 그 중에서 건물은 필요에 따라 사들이는 택지 국유화 공약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에 불과”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대지임대부’에 무슨 똥이나 묻은 것처럼 대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더 어렵다.

    마지막으로 당내 대선 경선이 치열하게 정책을 벼리는 과정이 되려면 최소한 주택정책 분야만큼은 당론을 더 치열하게 갈고닦는 일보 전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후보 쪽 18일치 기고문을 반갑게 받아들이면서도 기존 당론이나 의정활동이 다다른 자리에서 한발 더 나아갔거나 더 구체화한 별도의 대선공약은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난 기존 당론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심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이 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국유화, 노후보의 대안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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