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에 불과
    By
        2007년 07월 18일 12:4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달 30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대전 정책토론회 때 심상정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에 대한 노회찬 후보의 문제점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14일 경기도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노 후보에게 “비판을 취소해야 한다”는 논지의 반론을 제기했고, 노 후보가 다시 한번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에 대한 간략한 비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심 후보 캠프에서 두 번에 걸쳐 노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 비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 지난달 30일 열린 대전 토론회 (사진=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최초의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이렇게 후보간의 정책검증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것 또한 당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에 대한 검토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중심으로 심 후보 캠프의 반론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노회찬 후보는 주택정책의 기본철학이 토지, 주택 공개념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하에서 민간 건설회사와 부동산 투기꾼들에 의해 혼탁해진 주택시장을 공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빈곤층과 서민의 안정된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키는 첫 출발점이라고 주장해왔다.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방안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본 관점에서 검토되었다.

    심 후보 공약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을 하겠다는 것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는 다주택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거주 주택 250만호의 토지분을 매년 30~40조원씩 총 150~200조원의 영구채권을 발행해 5년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택지국유화 방안은 그 표현의 친근함(?)에도 불구하고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영구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건설, 매입해 빈곤층, 서민의 주거 안정과 내 집 마련 꿈을 우선적으로 실현시킨다는 당의 정책노선과 차이가 있다.

    손낙구 실장은 답변에서 택지 사유화의 실상과 그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주택시장의 공공성을 유지, 확대해 나가는 방안은 택지 국유화 그 자체 보다는 그렇게 국유화한 공공택지를 활용해서 주택시장에 공적 통제를 가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주택시장의 탈 시장화 정책의 혜택은 무주택 빈곤층과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는 비주거용 250만호 주택의 ‘택지분만’을 국유화하고 건물은 소유주가 판매, 양도, 상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공택지 확보(또는 택지국유화)라는 수단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인 공공주택 공급을 가까운 장래에는 실현할 수 없도록 한다. 단지 국가가 소유한 택지 위의 집을 무주택자들이 건물 가격만 내고 사도록 하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만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 노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타워팰리스를 예로 들어 국가가 고가 주택의 택지분을 매입해 국유화하고 건물을 대지임대부로 분양하는 방식은 빈곤층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꿈 실현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손낙구 실장이 세부원칙의 문제라고 반론했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이라는 대원칙을 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문제로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다.

    문제 지적의 핵심은 주택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점

    택지국유화는 영구임대주택을 짓거나 매입해서 공공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취해져야 한다. 이때 택지 국유화는 특정 지역에 대한 ‘국가선매권 제도’의 적용을 통해 토지는 물론이고 주택에 대해서도 국가가 우선 매수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공공택지의 확보뿐만 아니라 개발 이익의 환수도 가능하다. 참고로 이러한 국가선매권 제도는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이 도심권 내의 사유지를 공공택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다.

    이러한 점을 검토한 결과 심 후보가 영구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의 공급, 매입보다는 택지국유화라는 수단 그 자체만을 신성시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주택 서민이 약 600만 가구이고, 이들 중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들은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가격을 좀 싸게 해서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영구임대주택을 짓거나 매입해 공급함으로써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의 꿈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1순위 주택정책사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는 이들 무주택 빈곤층과 대다수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는 결국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사업인 반면 무주택 빈곤층과 대다수 서민들은 전세 보증금과 연간 900만원의 저축액을 모아 4년 동안 1억 4천여만 원을 모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주택 빈곤층과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사업을 연간 30~40조원, 5년간 150~200조원을 들여서 민주노동당 정권의 주택정책 우선순위 사업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혜택의 역진성 문제

    또한,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의 정책 목표대로 무주택 상위 계층의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 택지국유화 정책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심 후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세 보증금 5천만원~1억원의 세입자가 연간 900만원씩 4년 동안 저축을 하고, 대출을 받아야 24평 아파트를 분양가기준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실제로는 실거래가를 적용해야 할테니 그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때 얻게 되는 택지비 혜택은 8천만원이다. 반면에 전세 보증금 3억원의 세입자는 33평의 아파트를 즉시 구입할 수 있으며 이때 얻는 택지비 혜택은 약 1억 5천만원이다.

    게다가 영구채권의 이자비용 지불을 위해 택지 이용자가 내야 하는 택지 사용료가 연 평균 300~400만원, 매월 25~33만원(채권이자율 5% 가정)임을 고려하면 이들 무주택 상위 계층이 부담하는 비용도 간단치는 않다.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심 후보 택지국유화 공약은 재고돼야

    다시 정리하면,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공약은 첫째, 30만호의 임대주택의 혜택을 보는 빈곤층 무주택자층과 택지 국유화로 내집 마련을 하게 된 무주택자 상위계층 사이에 있는 무주택 빈곤층 및 서민이 국가의 주택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점’이 있으며, 둘째, 무주택 상위계층 중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혜택의 역진성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노 후보는 지난해 하반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가짜 반값아파트 공약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민간업자가 공급자로 참여하는 사적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임대료 인상, 최악의 주거환경 등 많은 문제점을 외국사례와 은마아파트 사례를 제시하며 비판했었다.

    노 후보는 그 과정과 연말 연초의 정치권 주택정책 논란 과정에서 대안으로 공공택지에 100% 공공주택 건설, 국가선매권제 도입을 통한 공공택지 확보, 저소득층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매입 임대주택 공급 확대, 토공 및 주공 해체와 공공주택청 신설, 전면적인 분양원가 공개, 부도임대아파트의 전면적인 국가책임, 부동산투기 범죄수익 몰수 등에 대해 정책적 입장을 밝히고 주요 사안에 대해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공공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서는 심 후보의 택지국유화 정책보다 적은 예산으로 영구 임대주택 150만호를 우선 공급하고, 이를 위해 토지, 주택 공개념에 기반한 국가선매권제도 도입, 지방자치단체 할당제 등의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80만 가구에게 주거비 지원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끝으로 노 후보와 심 후보의 이런 주택정책 논쟁이 많은 진보적 학자와 전문가들, 빈민운동  진영의 관심을 불러오고 그 과정에서 더욱 풍부하고 구체적인 정책성과물을 남기는데 일조했으면 한다. ‘부동산투기 무관심 당’이라는 오명을 해소하는 방안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