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금야금 사라져가는 공휴일 어찌 할까?
        2007년 07월 17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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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제헌절이 빨간날인 게 올해가 마지막이래. 공휴일에서 제외됐대.
    노조간부 누가 그래? 누구 맘대로?

    공무원 정부가 그렇게 정했대. 민주노총이 좀 나서서 반대해야 하는 것 아냐?
    노조간부 아니, 법정공휴일을 국무회의에서 맘대로 정할 수 있는 거야?

    공무원 대통령령으로 공휴일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대.
    노조간부 힘있는 노동조합이야 단체협약으로 정해서 공휴일에서 사라져도 휴일이 되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또 휴일이 하루가 줄어들었네.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서 공휴일을 정부가 맘대로 줄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반대 시위라도 할 수 있잖아.
     

       
     

    16일 밤 서울 영등포의 한 술집에서 금속노조 이상우 비정규국장과 영등포구청에 다니는 그의 친구가 나눈 대화다. 그의 말대로 2008년부터 제헌절은 공휴일에서 사라져 7월은 ‘빨간 날’ 없는 달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는 주5일 근무제를 핑계로 공휴일을 줄여달라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2005년 대통령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4월 5일 식목일은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사라져 ‘검은 날’로 변했고, 내년부터는 제헌절까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는 야금야금 법정 공휴일을 줄여왔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국군의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고 곧이어 1991년 한글날도 제외됐다. 한글날을 기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2005년 말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켰지만 공휴일이 많다는 핑계로 법정 공휴일로 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들은 지난 17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야금야금 ‘빨간 날’ 4개를 빼앗긴 셈이 됐다. 1990~91년 순식간에 공휴일 2개를 빼앗긴 노동조합들은 정부와 자본의 음모를 깨닫고 단체협약에 휴일을 ‘공휴일’이라고 정하지 않고 아예 제헌절, 식목일 등으로 명시해왔다.

    노동조합들은 ‘투쟁’을 통해 설날과 추석연휴를 4일 확보했고, 더 나아가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쳤을 경우는 다음날을 유급휴일로 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해 ‘빨간 날’을 지켜왔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대대수의 노동자들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휴일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이 있어도 힘이 없으면 마찬가지였다. 교사나 공무원들도 국무회의의 망치 한 방으로 공휴일을 강탈당했다.

    SBS 라디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6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헌절은 공휴일로 계속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58.8%로 나타났다. ‘공휴일로 꼭 지킬 필요 없다’는 의견은 35.2%였다.

    그러나 사용자들과 정부는 여전히 공휴일이 많다며 저항이 적은 공휴일을 없앨 궁리를 계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이상우 비정규국장은 “정부가 맘대로 법정 공휴일을 줄일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휴일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공휴일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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