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때문에 일본도 비정규직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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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13일 0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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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벌써 단식 10일째다. 12일에는 KTX 민세원 지부장이 복통을 호소,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14일이면 투쟁 5백일째다. 장대비가 그쳐서인지 참가한 조합원 전체의 표정이 밝다. 12일부터 공공운수연맹 차원의 지지 방문과 릴레이 단식투쟁이 시작되었다.

    공공연구전문노조, 정보통신노조, 그리고 공공노조의 건설엔지니어링지부, 서울상용직지부, 사회연대연금지부, 중소기업진흥공단지부, 그리고 철도노조 지방본부 등에서 천막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손님(?)을 맞을 지부장은 지친 몸을 누이고 누워 있었다.

    대신 함께 단식을 시작한 박성수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밀려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단식 10일차를 맞으며 연대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7월 12일 오전 10시 투쟁을 알리는 집회에 낯선 얼굴이 마이크를 잡았다.

    때 아닌 일본말이 마이크를 통해 나오고, 석치순 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유창하게 통역을 했다. 일본 철도(JR) 총련에서 온 요모노 부위원장이 지지 단식 투쟁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약 300여명이 지지의 뜻을 서명한 붉은 색 구호천과 함께 투쟁기금도 전달했다. 요모노 부위원장은 동경대 출신으로 오랜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베테랑급 활동가다.

       
    ▲ KTX 지지 단식 투쟁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철도(JR) 총련의 요모노 부위원장.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KTX 투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오늘로 10일째라고 들었는데 열흘도 정말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처해 있는 조건이 어쩔 수 없이 밥을 굶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비정규직의 투쟁이 있는가?

    일본도 지금 비정규직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파견 노동자의 경우 투쟁을 통해 체불 임금을 다시 찾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식 투쟁은 흔치 않다.

    지금은 단식 투쟁은 많지 않지만 예를 들면 전쟁 반대 등의 사안을 가지고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단식투쟁을 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비정규직 자신들이 조직해서 성과를 얻는 경우는 꽤 있다. 

    인력축소나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은?

    일본 노동운동 몇 십년 역사 속에서는 수십 년 동안 싸워왔지만 최근 10여년 동안에는 거의 없었다. 이긴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 직접 단식에 참가한 것 말고도 다른 지원도 했다고 하던데?

    지난 3월 28일에서 4월 4일까지 KTX 조합원 5명을 초청해 투쟁 상황에 대한 보고와 강연을 했었다. 처음 듣는 얘기라 전부 깜짝 놀랐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자기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하는 격렬한 투쟁에 쇼크를 받았다. 그 덕분에 일본 철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일본 철도에서도 세분화해서 보면 계약직이 늘어나고 있어서 집행부에서 몇 년전부터 적극적인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한국처럼 실제로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관심이 덜했다. 이제 그걸 문제 제기하고 있다. KTX 동지들의 방문 이후에 조합원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비정규직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X 투쟁 보고 등을 계기로 사실은 우리 조합원들로 하여금 일본 철도안의 비정규직의 문제에 눈을 뜨게 만들고 있다.

    오늘 단식 때문에 일부러 한국에 온 것인가? 흔치 않은 경우인데 이유가 뭔가?

    같은 동지가 싸우는 데 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열흘 전에 단식 투쟁 얘기를 듣고 바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밖에 하지 못해 미안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KTX 동지들에 대한 연대를 통해서 일본 안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KTX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우선 무엇보다도 긴 투쟁으로 무척 지쳐 있을 텐데 거기에 지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부터 어떻게 싸워야 할 지 전망이 안 보일 수도 있다. 그게 제일 힘든 것이다. 그럴 때는 현실을 다시 한번 냉정하게 좀 더 폭넓게 보면서 분석을 하면 판단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분노와 고통을 씨로 삼아서, 투쟁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확실히 보고 그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열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들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같이 토론했으면 한다. 뜨거운 열정과 냉정한 판단을 동시에 했으면 좋겠다.

       
      ▲ 일본 철도총련(JR)의 FTX 지지 플랭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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