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텃밭은 망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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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12일 01: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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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인천지역 합동 연설회 (사진=노회찬 의원실)
     

    조금은 수줍은 분위기와 행동. 목표만큼은 되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하루. 7월 11일 있었던 세 명의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들의 인천 일정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이다.

    지역 방송이 없는 관계로 인천에서 후보 정책 토론회는 개최하지 못했다. 대신 후보들 앞에는 훨씬 센 노동 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연설회 1시간 30분 전인 저녁 6시까지 콜트악기 노조, 대우자동차 판매 노조, 부평 재래시장 상인, 동구 관통 산업도로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 두산 인프라코어 노조, 현대제철 노조 등이 후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행군 일정에 "너무한 거 아냐"

    그리고 기자 간담회가 오전 11시에, 지역 인사들과의 간담회가 낮 12시에 있었다. ‘너무 하는 거 아니냐’는 후보 수행원들의 항의가 나올법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려는 순간 후보들의 몸과 마음은 그들 자신만의 것이 아닌 것을.

    나는 인천시당 계획에 따라 지역 인사들 간담회, 노회찬 의원과 동구 관통 산업도로 주민 대책위원회와 두산 노조 방문, 권영길 의원과 현대제철 노조 방문에 함께했다. 그럭저럭 구색을 갖춰 진행되었다.

    하지만, 후보들 합동 연설회 전 후보 동행을 통해 내가 느낀 사실은 ‘쉽지 않겠구나’하는 것이었다. 특히, 노동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런 느낌이 더했다. 아직, 우리의 열정은 뜨겁지 못했다. 현장 당원들과 노동조합 간부들이 너무 지쳐보였다. 우리의 텃밭은 망가져 있었다.

    저녁 7시 40분. 예고된 시작 시간을 10분 넘기자마자 400석의 부평구청 대회의실은 꽉 찼다. 450명 정도를 목표로 해서 준비를 했지만, 내심 ‘700여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결국 참여자는 500여명.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천 당원의 8% 정도밖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노조 간부들은 지쳐보였다

    먼저, 세액공제 사업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자발적인 소액 후원자의 힘으로 대통령 선거를 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기에다 적신호가 켜진 당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세액 공제 사업은 그야말로 당의 생존을 위한 중차대한 사업이다. 세액 공제 결의를 담은 슬로건을 외치고 발언들을 하고 결의문을 읽는다. 아직 열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시작하고 있었다.

    연설을 하기에 앞서 후보들 동영상이 상영된다. 연설 순서에 따라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순서로 동영상이 상영된다. 모두가 활동을 통한 자신의 성장 과정, 중심을 두고 했던 의원 활동을 담았고 2007년 대선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권영길 후보는 정서적 접근을 강조한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추구했던 세상을 권영길이 추구하고 있음을 말하고 진보정당을 만들고 키워 온 자신을 부각 시킨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며 내부대립 종식, 남북대립 종식을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진중함을 강조한다.

    심상정 후보는 미싱사 시절과 구로 동맹 파업, 금속노조, 의정 활동과 한미 FTA 반대 활동을 소개하고 핵심이 되는 자신의 정책 줄기를 소개하며 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또한 여성인 자신의 특성에 맞춰 엄마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밝고 박력이 있다.

    노회찬 후보는 용접공으로 시작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활동들, 용산 미군기지 협상, 삼성 X파일, 돋보였던 의정 활동들을 소개하며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또한 인천에서 함께 했던 여러 활동 사진들을 담아 놓은 게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힘을 많이 강조한 느낌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됐다

    이제 연설로 넘어간다. 세 후보 모두 사전에 공지된 연설시간 15분을 지키지 못한다. 애초 공지한 규칙에 따라 마이크가 여지없이 꺼진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절정의 순간에 마이크는 꺼지고 연설은 마이크 없이 1~2분 정도 진행된다.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이후 본선을 염두에 두었을 때 후보들이 유념해야 할 중요한 일이기에 사람들은 특별히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다행이 듣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 전에 기사를 통해 본 내용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당일 있었던 이랜드 점거 투쟁에 대한 공권력 침탈에 대한 규탄과 인천에 대한 간략한 언급 정도가 다르다면 다를 수 있는 내용의 전부였다.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권영길 후보는 새로운 공화국, 1백만 민중대회를 강조했다. 추상적이었지만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역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시대교체와 진보정당 대표선수 교체, 아래로부터의 진보 대연합과 정파에 얽매이지 않는 선택을 주장했다.

    노회찬 후보는 제7공화국과 부동산은 사회주의적으로, 집권의 목표를 분명히 한 당 혁신, 전국 읍면동에 직업적 활동가 1인 이상을 둘 것을 제안했다.

    합동 연설회를 포함해서 대선후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좀 복잡했다. 가장 크게 느낀 우리의 성과물은 이제 비로소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지역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인사들을 만나고 500여명이 함께 모여 대선을 이야기 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였다.

    대선에서 당이 안 보인다

    그동안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복잡하고 지루한 당내 상황, 헤어날 줄 모르는 당의 침체 상황, 한미FTA와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 당의 토대가 하루의 행사로 다 극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원들은 어제(11일) 하루를 후보들과 함께 하며 이 어려움을 뚫고 나갈 정서적, 이론적, 주체적 근거를 미약하나마 마련했다.

    또한, 일 잘하는 의원들을 넘어서서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는 세 사람을 얻은 것 역시 우리의 중요한 성과물이다. 우리는 좋은 무기를 벼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쉬움 역시 적지 않았다. 후보 캠프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의 노력이다. 11일 인천 행사에서 후보들은 눈에 띄었지만 당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아쉬움은 후보 캠프와 당이 함께 채워가야 하는 아쉬움지만 무엇보다 당이 중심에 서서 대선을 끌고 가야만 해결이 되는 것들이었다.

    우선, 확 다가오는 전체적인 담론이 없다. 저들은 선진화 담론을 이야기하는데 우리의 담론은 잘 다가오지 않는다. 어제 나왔던 새로운 공화국, 제7공화국, 세 박자 경제론 모두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에서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주장을 하는 순간 우리는 진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표현의 문제인가, 아니면 지금 민중들이 절절히 원하는 어떤 갈망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 다시 말해 당 또는 후보가 대중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체득하고 공감한 정서와 이론을 집약해낸 우리만의 담론이 아직 없다는 데 있다. 너무 어렵다. 대중들이 우리들을 이해하기에는.

    우리만의 담론이 없다

    둘째, 고통 받는 서민,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 하는 당내 경선에 대한 고민이 적다. 우리의 연설회장이, 당내 경선 활동들이 고통 받고 있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리고 보다 크게 행동할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이 조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선 투쟁이 민중들의 대투쟁이 되게끔 대선 경선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후보들을 TV에 가두고 미디어 전략을 짜고 연고자 모집하는 선거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는 선거 활동을 해보자.

    셋째, 지역 현안을 당의 대선 정책으로 집약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 후보가 확정 된 후인 10월 정도에 나와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 중앙 선거이기는 하지만 지역이 중앙과 무관한 것이 아니고 지역의 다양한 계급 계층을 움직이게 하려면 지역의 대선 공약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대중과 함께 하는 선거를 엮어나갈 수 있다.

    아쉬움이 남았던 하루.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이제,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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