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생도 고리채 시장에 노출
        2007년 07월 12일 1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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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대의 심각성을 고발한 드라마 ‘쩐의 전쟁’이 번외 편까지 방영하며 인기몰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번외 편에서는 새로운 대부업 종사자들이 등장해 연 200%의 연체 이자를 불법으로 물리며 외주 형태로 추심원을 운영하는 기업형 대부업체까지 나왔다.

       
      ▲ 출처=SBS
     

    실제 현실에서도 1998년 금리상한을 연25%로 규제한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후 2007년 고리대 시장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대부시장은 10배로 급증했고, 극중 젊은 대부업체 종사자들처럼 현실에서도 대부업체를 마치 벤처 시장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 외국 업체들이 국내 사채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청소년들마저 대부시장에 노출됐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본부장 이선근)는 드라마 ‘쩐의 전쟁’ 번외 편에서 생생히 묘사된 국내 고리대 시장의 ‘10년 전과 달라진 현실’을 소개한다.

    ▶대부업은 고수익 벤처사업?

    연66%의 폭리 수취가 합법화하면서 서민 피해가 급증하는 반대편에서는 대부업을 마치 벤처 사업이나 신흥사업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극중에서도 금나라(박신양 분)의 연인 이수영(김옥빈 분)은 직장을 나와 목돈을 대부업에 투자했다. 하우성(신동욱)은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은행원을 그만두고 대부업계로 진출했다.

    실제 현실에서도 20~30대 연령의 남녀 10명 중 4명은 ‘고수익의 유혹’ 때문에 사채업자의 제자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지난 달 발표되기도 했다. 온라인 대출경매 사이트 같은 신종 대부업도 등장했다. KB크레디트, 국민대출, 신한뱅크론, 신한종합금융, 우리금융론, 하나론처럼 은행 상표를 사용하는 대부업체도 생겼다.

    ▶미국·일본계 대형 대부업체가 국내시장 장악

    극중에서 하우성의 비서 강혜원(정소영 분)은 “외국계 업체가 대부 시장의 80%를 장악했다”고 보고한다. 역시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지만, 지금 국내 대부 시장도 미국계와 일본계 대부 업체에 잠식돼 있다. 2006년에는 산와머니, 아프로FC그룹(러시앤캐시로 유명) 등 일본계가 대부 시장의 1위~10위를 휩쓸었다.

    이어 페닌슐라캐피탈은 미국계인 메릴린치가 대주주로 곧 국내 대부 시장의 1위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며, 스탠다드차타드도 우리나라에서 대부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씨티파이낸셜이나 GE캐피털도 대부업체는 아니지만 여신전문금융업체로 고리대를 수취하고 있다.

    ▶고리대와 불법추심도 도를 넘어

    하우성이 맡게 된 대부 업체는 연66%의 금리상한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체 이자율은 연200%에 달한다. 현행 대부업법상 연66% 이상의 금리부과는 연체이자나 수수료 등 어떤 명목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우성의 업체는 추심 기능을 다른 사채업자에게 맡기고 10%의 성과급을 주는데,이도 역시 불법이다. 현행법상 신용정보회사가 아닌 자가 타인을 대신해 빚 독촉을 할 경우, 대부업체라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타인을 대행한 대부업체의 빚 독촉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재정경제부는 제도권 금융 기관의 채권 추심을 사채업자에게 맡기는 위험천만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자칫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은행 대출을 받았을 뿐인데, 어느 날 대부업자가 당신 앞에 나타나 “빚 갚으라”고 윽박지를지도 모른다.

    ▶청소년도 대부시장에 무차별 노출, 중학생 보증세운 사채업자도

    요즘 어린이들이 잘 부르는 노래가 TV대부 광고에 나오는 ‘무이자송’이다. 인터넷과 이메일에는 사채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길거리에는 대부업체와 사채업자의 광고 전단이 널려 있다. 감수성 예민하고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무차별적 대부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도 중학생이 사채 전단지를 보고 금나라의 사무실을 찾는다. 여주인공은 사채 이용을 말리고 학생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만 현실은 어떨까?  민주노동당 경북도당은 채무자의 중학생 자녀(1994년생)에게 빚보증을 세운 내용의 차용증(2007년 4월30일자)을 입수했다.

    이 사채업자는 처음에 채무자의 어머니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이자를 불려가다가 최후에는 자녀의 보증을 강요했다. 결국 채무자 가정의 한계 상황을 악용해 청소년의 미래마저 저당잡고, 온 가정을 파탄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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