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국현, 유시민 왜 이리 똑같나?
        2007년 07월 12일 09: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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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멸렬한 여권은 한나라당 불펜의 손학규를 영입하고, 투수진 보강 차원에서 ‘신인’을 발굴하였으니, 바로 문국현이다. 문국현이 청와대 자문기구의 위원장이었으니, 굳이 분류하자면 ‘중고 신인’으로 치는 게 맞겠으나, 어찌 된 일인지 모두들 ‘시민운동 출신 신인’이라 말한다.

    가끔씩 드나든 정도인 시민운동에서 그의 활약상이 어떠했던가보다는 경영자 문국현의 경제관이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잠재적 대권주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일 것이다. 복지 중심의 양극화 해소책과 중소기업 육성을 주장해온 문국현이 요즘 내놓는 말들은 조금 이상하다.

       
      ▲ 국민운동 발기인대회 축사하는 문국현 사장 (사진=뉴시스)  
     

    요즘 이상해지는 문국현의 말

    “전 세계가 고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이 때, 중국과 연계된 우리 나라가 그 이상의 성장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정치 부패 때문 …국제수준에 맞춰 10% 경제성장을 이뤄야한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2007. 6. 13

    지난 4월에는 “8% 성장(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2007. 4. 13)”을 주장하였으니, 불과 두 달 사이에 현 성장률의 절반쯤 되는 2% 포인트의 성장 요인을 찾은 셈이다. 그 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근혜, 이명박의 ‘7% 성장 논쟁’이 불거지고, 문국현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되는 비경제적 요인 이외에 다른 것을 찾기는 어렵다.

    문국현은 ‘사람’과 ‘지식’을 강조해왔다. 그는 “인적자원 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사회로의 전환만이 우리의 살 길(청와대 비서실 직원 특강, 2005. 2. 17)”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런 관점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술, 지식인데, 전부 사람 속에 있다. 유일한 원천이 사람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21세기 대한민국 국가발전전략」, 2007. 7. 4)”는 유시민의 주장과 같은 것이고, 신자유주의적 국가전략인 <비전2030>의 기조에 이미 반영돼 있다.

    5,000만 인구의 거대한 사회에서 균등한 지식 고도화가 가능할까? 지식 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쫓아가지 못할 압도적 다수의 낙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이사장인 문국현은 그 위험성을 언급하지 않지만,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만인이 생산수단으로써 지식을 손에 넣지만 모두가 이길 수는 없으므로 성공의 가능성만큼 실패의 위험도 커진다. 이들 세 가지 특징으로 인해 다음 사회는 조직과 개인에게 고도로 경쟁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 『드러커 100년의 철학』

    “한중일 경제협력체제에 이어서 간다면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좋아지고 그 다음에 세계적 자유무역에서 FTA를 신 성장전략으로 쓰는 개방형 통상국가라고 할까요. 그리로 가는 첫 국가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효과도 있고 장기적으로요. 그 다음에 우리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개방형 통상국가로 가는데 먼저 미국하고 이렇게 맺으면서 EU라든가 중국, 일본하고 하면 된다고 봅니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2007. 4. 3

    선진 통상국가와 개방형 통상국가

    미국과의 FTA로는 부족하니까, 다른 나라하고도 빨리 FTA를 추진해서 통상 거점국가가 되자는 주장인데, 이것 역시 신자유주의자들의 것과 같다. 앞서 거론한 유시민의 부산 강연에는 ‘노동’이라는 말이 두 번(그 중 한 번은 민주노동당 비판할 때 쓰인다) 나오는 데 비해 ‘통상’이라는 말은 열세 번이나 나온다. 유시민은 선진 통상국가, 문국현은 개방형 통상국가!

    왕성한 상상력의 미국 미래학은 한국의 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두 가지 활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지식’이고, 하나는 ‘통상’이다. 노동력밖에 없는 한국이 고성장을 이룬 것은 그나마 교육 덕분이라는 세속의 상식은 ‘사람 중심’이니 ‘지식 기반’이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었다.

    북한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잇는 거점으로 한몫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투기적 기대는 지정학적 국가 담론을 만들었다. 물론 그 뿌리는 클린턴의 신경제(New Economy)와 헌팅턴 류의 지정학적 외교노선이다.

    문국현의 추대자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시민운동 출신’입네 하는 것은 시민운동을 ‘원조 장충동’처럼 아무나 쓰는 상표로 악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 주변에서 떠돌 문국현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지식론과 거점론의 힘이 너무 막강하여 진보적 연구단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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