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기의 '원색'과 관록의 '파스텔 톤'
        2007년 07월 11일 09: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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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까지 빨간 넥타이 맸으면 어쩔 뻔했나”

    지난 달 30일 대전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노회찬 후보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심상정 후보가 빨간 정장을 입고 오자 권영길 후보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의 의상이 합동 유세 및 토론회를 거치면서 점점 화려해지고 강렬해지는 느낌이다.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가 강렬한 원색을 통해 ‘패기’를 강조한 반면, 권 후보는 연한 파스텔톤의 넥타이로 안정된 자신감을 내세우며 차별성을 드러내 세 후보의 패션 전략을 훔쳐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권영길 "역동성을 잡아라"

       
      ▲ 사진=권영길 의원실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옷 잘 입는 국회의원’으로 인정받은 권 후보는 온화한 친화력을 부각했던 기존의 전략을 보완해 ‘역동성’을 덧입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권 후보는 두 후보와 달리 두 번의 대선을 통해 알게 된 전문 코디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 권 후보는 평소 즐겨입던, 체구보다 헐렁한 폼의 짙은 감색 양복 대신 몸에 더 붙는 밝은 색상의 옷을 입기시작했다. 

    동시에 권 후보는 여전히 토론회 등 안정감을 요하는 자리에서는 기존의 컨셉을 바탕으로 오렌지, 연두 등 남들이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며 베스트 드레서로서의 세련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권 후보 측은 "권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스트 드레서로서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 "그런 안정감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스트라이프가 있거나 도발적인 은회색 양복을 입는 등 역동성을 살려 자신감을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 빨간 사람’

    권 후보가 하얀 피부에 잘 어울리는 단색의 남방과 파스텔 색감의 화사한 넥타이를 즐기는 반면, 노 후보는 검은 피부에 잘 어울리는 주황 빛이나 붉은 계열이 감도는 강렬한 넥타이와 밝은 색의 경쾌한 남방을 즐겨 입는다.

       
      ▲ 사진=노회찬 의원실
     

    특히, 노회찬 후보의 ‘빨간 넥타이’ 선호는 단순한 색감 선택 이상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간 다섯 차례의 민주노동당 정책 토론회에서 노 후보는 매번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는 노 후보를 지지하는 새꿈틀 회원 중 넥타이 전문 디자이너가 권해준 것으로써, 노 후보는 빨간 넥타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철학을 드러내고자 한다.

    노 후보 측은 "노 후보는 삼성 ‘X 파일’ 등 항상 거대 권력과 맞서 강한 도전을 해왔고, 빨간 사회주의 노선을 꾸준히 견지한 사람"이라며 "노 후보는 그런 이미지를 온화하게 다듬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빨간 모습을 국민 앞에 당당히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빨간 넥타이와 함께 소매를 걷어 올린 남방 차림의 유세 의상도 눈길을 끈다. 이는 도전하는 진보의 기수, 힘과 패기, 혁신을 강조하는 전략으로써 앞으로도 계속 당원을 만나는 자리나 유세 현장 등에서는 그러한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심상정 ‘당당한 여성미 강조’

    세 후보 중 의상과 관련해 가장 도드라진 변화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단연 심상정 후보이다. 심 후보가 국회에 처음 들어왔을때만 해도 민주노동당의 주 뉴스 가운데 하나는 심 후보의 치마 입은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눈 화장을 하는 등 심 후보의 치마 입기는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심 후보는 의상이나 화장 등을 도와주는 전속 코디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전문가 조언을 듣는 수준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얘기다.

       
      ▲ 사진=심상정 의원실
     

    대선 출마 선언 후 심 후보는 평소 즐겨입었던 회색, 곤색 등의 차분한 단색 대신 체리 핑크, 빨강, 파랑, 흰색 등 밝고 강렬한 원색 계열의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 정책 토론회에 출연하면서 빨간 정장을 즐겨 입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심 후보 특유의 ‘당당함’ 을 부각시키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성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하는 전략으로 향후 ‘빨깐색’ 을 선호하는 노 후보와 미묘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선을 준비하면서 머리 스타일도 단발 머리에서 텔레비전 토론회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컷트 단발로 자를 만큼 심 후보는 토론회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토론회가 열리는 날이면 미리 토론회 배경 색을 확인하고 남성 후보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색감의 의상을 미리 선별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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