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동아, 검찰수사 제동 '군불 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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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10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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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은 조간신문을 통해 그 날의 주요 쟁점과 각종 정보를 접하게 된다. 올해는 뭐니뭐니 해도 대통령선거가 최대 관심사이다. 언론이 전하는 주요 뉴스를 접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가다듬게 되고 향후 있을 대선에서 중요한 한 표를 행사할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언론이 진실보도 공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2007년 7월 한국 언론의 정치보도는 어떤 모습일까. 언론계 안팎에서 안타까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한 모습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휘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처남인 김재정씨가 검찰에 고소 고발한 사건의 진행 방향이다. 10일자 조간신문도 관련 기사를 1면에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이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한국 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오늘의 관전 포인트다.

    다음은 10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이 처남 ‘고소취하’ 검토>
    국민일보 <‘차별 극복’ 상생으로>
    동아일보 <3개 공기업 연대 상장 추진>
    서울신문 <"부시, 이라크 철군 검토 착수">
    세계일보 <브로커동원 ‘짝퉁유학생’ 수입 등록금 챙기고 불법취업 알선>
    조선일보 <정부, 남북정상회담·종전 선언 검토 하반기 안보상황 근본적 변화 올 듯>
    중앙일보  <선관위에 물어봤다>
    한 겨 레 <이명박쪽 고소취하 검토>
    한국일보 <500만명 여전히 ‘신용불량자’ 고통>

       
      ▲ 한겨레 7월10일자 1면.  
     

    최근 한나라당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선거캠프의 갈등양상이 점입가경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처남인 김재정씨가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비상등’이 켜졌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의지가 부메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면 <검찰, 국세청·행자부·경찰청 현장조사>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측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최재경)는 9일 오후 국세청과 행정자치부에 수사관들을 보내,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한나라당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매매 내역 자료와 열람 관련 기록을 임의제출 받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검찰 고소고발 취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선거캠프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1면 <이명박쪽 고소취하 검토>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9일 이명박 후보 캠프에 고소 고발 취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후보쪽은 고소 취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경향 "이명박쪽 고소취하 검토"

    경향신문도 1면 <이 처남 ‘고소 취하’ 검토>라는 기사에서 "고소인인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도 이를(고소취하)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후보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어서 수사가 중단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선거캠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뢰의 당사자는 김재정씨라며 한 발 물러서 있지만 내심 고소 고발 취하가 이뤄졌으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중앙일보는 4면 <"취하하면 의혹 더 커질라">라는 기사에서 "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는 하루 종일 ‘고민중’이었다.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의 검찰 고소건을 취하할지를 놓고서다"라며 "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이 수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작아 소 취하의 실익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검찰, 고소 취하하더라도 수사 계속 가능성 시사

    한국일보는 3면 <이측 ‘고소 취하’ 딜레마>라는 기사에서 "(이 전 시장 측은) 고소 취하결정은 당사자인 김씨가 할 문제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해선 군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씨가 캠프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중대한 문제인 고소를 결정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 쪽의 고소 고발 취하와 관계없이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 수사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앙일보는 5면 <검찰 "신속하게 실체규명">이라는 기사에서 "고소가 취하된다 하더라도 수사는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며 "결국 검증 공방의 핵심인 투기 의혹 부분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고소 취하하면 ‘역풍’ 불가피

    세계일보도 4면 <소 취하해도 수사는 계속된다>는 기사에서 "검찰 수사는 결국 이 후보를 ‘검증’하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김혁규 의원 등이 이 후보를 직접 겨냥해 고소할 방침이어서 검찰 수사는 정해진 ‘궤도’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후보 쪽에서 고소 고발을 취하하게 되더라도 적지 않은 ‘역풍’에 시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 7월10일자 4면.  
     

    조선일보는 <검찰 수사 하루 만에 ‘고소 취하’ 들먹이니>라는 사설에서 "검찰은 이런 고소장을 받으면 계약서의 매도 매수인을 불러 진짜 거래 당사자인지 확인하고 계좌를 추적해 거래대금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아보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이 후보측이 고소장을 내면서 이런 생각도 안 해봤다면 무지도 이런 무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7월10일자 사설.  
     

    한겨레는 3면 <소 취하하자니 ‘켕기는 것 있나’ 후폭풍 고심/유지하자니 수사로 새 사실 불거질 우려>라는 기사에서 "모양새가 어떻든, 이 후보 쪽이 고소를 취하한다면 진실 규명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각종 의혹을 시빗거리로 고스란히 남겨두는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검찰 적극적인 실체규명 수사, 법 정신에 어긋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대선 주자의 측근인사가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것이 기본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엉뚱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검찰 수사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우고 있는 정치권은 그렇다고 쳐도 언론까지 그 대열에 동참하거나 여론몰이에 나선다면 그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동아일보는 5면 <한나라 대선주자 의혹 수사 ‘고소취하’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기본적인 성격이 명예훼손 사안인 만큼 검찰의 적극적인 실체 규명 수사 방침이 자칫 법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고소 취하로 검찰 수사 막든"

    동아일보는 "비례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혜택을 줄 때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법 원칙으로, 고소 고발 사건에서도 고소 고발 내용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과잉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명박 선거캠프와 한나라당의 고소 고발 취하 움직임을 비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 후보 측은 검찰수사를 받든 아니면 고소 취하로 검찰 수사를 막든 국민이 납득할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사설을 마무리했다.

    고소 취하가 이뤄지면 검찰 수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일까. 해답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조선일보는 4면 <‘김재정씨 부동산 거래’ 방대한 자료 확보>라는 기사에서 "(검찰이) 수사를 중지했다가 의혹이 계속 제기돼 논란이 확대되거나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라며 "따라서 검찰이 제기된 의혹의 일체를 확인하는 차원의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이 전 시장 고소 취하가 바람직"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이명박씨 측이 고소를 취하한다면>이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이 전 시장 측이 고소를 취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이 전 시장 측으로서는 고소를 취하한다면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물러섰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나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의혹들을 미봉할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서 철저히 해명하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중단돼야 한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전 시장의 해명을 ‘방법’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명박 후보 쪽에서 검찰 수사를 요청해놓고,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고소 최하를 촉구하고, 일부 언론이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듯한 여론몰이를 하려는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향-한국-한겨레 "황당한 한나라당…상식 동떨어진 행동"

    경향신문은 <‘실체적 진실’ 밝혀질 것이 두려워서인가>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우선 한나라당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수사로 예상치 못했던 ‘실제적 진실’이 밝혀질 경우 당이 입을 정치적 상처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나 우리로선 황당함을 느낄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7월10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아직도 ‘대선 공작정치론’ 다툼인가>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는 이미 당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듯한 문제를 검찰에 넘겼다가 뒤늦게 그 악영향을 우려하는 등 상식과 동떨어진 일이 잦아지고 있다. 경계심이야 필요하지만 피해망상과 아집에 신물이 나 있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수사 굳이 피하려는 이유가 뭔가>라는 사설에서 "이번 소동을 보면서 이 후보 진영의 태도나 대응에 고개가 갸웃해지는 게 일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대선주자의 재산형성이나 자질, 도덕성 등과 관련된 의혹을 밝히는 일은 고소 취하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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