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근해선원 건보료 경감 문제 있다
        2007년 07월 09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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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국민건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의결하였다. 문제는 그 개정안의 내용이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들의 건강보험료를 50% 깎아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안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담당자 회의와 실국장 회의를 통해 다른 직장 가입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보험료 경감이 적절치 않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민주선원노조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민주노동당이 법률 개정에 나서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하였고, 이에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개정안 발의를 의결하였다.

       
      ▲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결론적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 입장은 옳지 않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가 연근해 어업 선원의 건강보험료를 깎아줘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논거 역시 부적절하다.

    “원양 어선원들은 국내 연근해 어선원들과 같은 어업에 종사하면서도 단지 해외에서 근무한다는 이유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왔음. 도서 벽지에 거주하면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국민건강보험법 제62조(보험료) 제6항 제1호에 의거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관으로 보험료를 경감 받고 있음. 근무여건과 환경은 원양어선원들과 마찬가지이면서 임금과 혜택은 훨씬 열악하고, 또한 도서 벽지 어민보다도 못한 도심의 빈곤층이면서도 국민건강보험료를 경감받지 못하고 있음.” –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어선원 보험료 경감) 심의 건」

    원양 어선원들이 건강보험료를 50% 경감받는 것은 ‘국외에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 가입자’, 즉 국내 건강보험 시스템의 보장을 못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근해 어업과 원양 어업의 건강보험료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병원 약국 등이 없는 도서 벽지 지역 가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UN 해양법 협약에 따른 신국제 질서의 재편 등으로 많은 어장을 상실하고 어장원의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 국제적인 석유소비가 증대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어선어업의 임금은 육상의 임금에 밀리고 있음.”

    위와 같은 사업 환경의 악화는 연근해 어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업성 악화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경감하자면, 전체 건강보험 수입의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걸 감수해야 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사업성 악화를 노동자의 공적 부담 축소로 모면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올바른 방향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연근해 어업과 그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크겠지만,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그것을 타개해 나가야지, 사회보험료를 깎아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노동조합 총연맹으로서의 민주노총이나 그 정치적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민주노동당의 역할로 보기 어렵다.

    시장을 놓고 다투는 데이콤과 KT 노동자들 중 어느 한 쪽 편에 서는 것이 노동운동은 아닐 것이다. 자기네 회사에 국유지를 불하해 달라는 재벌회사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노동운동은 아니다.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핵발전소를 계속 지을 수도 없고, 카지노 노동자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영업 제한을 풀어줄 수도 없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할 일은 이러저러한 업종이나 직종,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즉자적 요구를 그대로 받아 안아 그 산술합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서로 경합하고 때로 충돌하기도 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조정하여 장기적 다중 이익을 도출해내는 어려운 일을 하라고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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