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복지-통일 지향 새로운 공화국"
    노 "세후보 비슷 7공화국으로 수렴"
    심 "공화국이 아니라 체제 교체를"
        2007년 07월 08일 07: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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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지역 토론회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
     

     

    이번엔 공화국 논쟁이 불꽃을 튀었다. 표면적으로 단순화시키면 일종의 ‘작명 논쟁’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훨씬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또 민주노동당과 후보들의 각종 공약과 정책들, 또 이것들을 토대로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의 ‘정수(精髓)’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논쟁이었다.

    작명, 그 이상의 묵직하고 치열했던 논쟁

    지난 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5차 정책토론회의 주제는 정치와 농업 문제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자신들이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에 이름을 붙이고 대중 앞으로 불러 세웠으며, 왜 자신이 지은 이름이 더 좋은가, 상대방이 지은 이름은 무엇이 문제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심상정 후보가 최근 노 후보 쪽에서 ‘주력 상품’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7공화국’ 건설론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날 논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혹시 좀 예민한 사람이라면 권영길 후보가 이보다 조금 앞서 ‘새로운 공화국’을 언급했을 때, 아니면 심 후보가 질문에 앞서 ‘사회공공체제’를 얘기하고 나왔을 때 이날 논쟁의 주제를 예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심 후보는 “노 후보는 7공화국 건설을 제시했다. 헌법을 바꾸자는 운동인데 지금 서민이 도탄에 빠긴 게 헌법 때문인가. 나쁜 정치와 약한 민주노동당 때문 아닌가”라며 “서민의 진보적 열망을 헌법 조문 바꾸는 운동으로 환원시킬 것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면서 높은 수위로 ‘7공화국론’을 비판했다.

    서민의 진보적 열망 헌법 조문 변경 투쟁으로 환원시키는 거 아닌가

    심 후보는 이어 “진보진영의 비전은 헌법을 바꾸는 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적 사회체제를 건설하는 체제 건설운동이어야 한다”고 말해 7공화국론과 자신이 말하는 ‘사회공공체제’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7공화국을 얘기한 것이 헌법 전면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6공화국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이란 점을 강조했다.

    노 후보는 “6공화국 20년 동안 정권이 네 번 바뀌고, 집권당이 여러 차례 변화됐지만, 실제로 똑같은 정책 이념 노선을 견지해왔다”며 “이런 체제와 확연하게 선을 긋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는 것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해가는 과정”이 7공화국 건설 운동임을 설명했다.

    노 후보는 또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해도)6공화국을 계속할 것인가”라며 “7공화국은 헌법 조항 몇 개를 고치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지난 20년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자 전망의 제시”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절과 확연히 다른 세상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과  전망 제시

    심 후보가 응수했다. 심 후보는 “저는 한국 진보정당의 비전이 8공화국에 의해서 대체돼야할 7공화국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20년 6공화국 체제를 허물겠다는 노 후보와 과거 60년 보수체제를 끝장내겠다는 자신을 대비시키며 ‘7공화국 대 사회공공체제’에 대한 당 안팎의 생산적 논쟁을 주문했다.

    공화국 논쟁 2탄은 노회찬 후보의 질문에서 다시 시작됐다.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표현은 더 직접적이 됐다. 노 후보는 자신의 7공화국론의 의미와 배경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설명하면서 권 후보에게 물었다. “권 후보가 얘기한 새로운 공화국과 7공화국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이에 대해 권 후보는 “거의 차이점이 없다”고 전제하고 약간의 차이와 관련돼서는 노 후보의 헌법 개정안 가운데 영토 조항을 빼자고 한 부분을 언급했다. 권 후보는 새 헌법을 만든다면 영도는 잠정적으로 ‘이남’만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논쟁의 초점은 영토 조항이 아니었으며, 권-노 두 후보가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토론 중에 확인됐다. 노 후보는 “(권 후보의)새로운 공화국과 7공화국이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사회의 상은 거의 비슷한 거 아니냐”며 “그렇다면 용어를 7공화국으로 통일하면 어떻겠냐”는 공격적 권유형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공화국, 우리들의 공화국을 만들어야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숫자적으로 1공화국 2공화국 하는 건 의미가 없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아예 바꿀 바엔 화끈하게 ‘새로운 공화국, 우리들의 공화국’으로 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모든 공화국은 새로운 공화국”이라며 7공화국 우위론을 강조하면서 1차 논쟁 때의 심 후보 발언을 비판적으로 재언급했다. 노 후보는 “심 후보가 7공화국은 6공화국만 청산하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말한 ‘20년 청산 대 60년 청산’의 대비를 “말 표현을 가지고” 따지는 수준이라며 “(60년 과거가 녹아 있는)6공화국 청산이 바로 60년 청산”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의 질문이 이번에는 심 후보를 향했다. “심 후보가 얘기하는 ‘시대 교체’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만들어진 시대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이 권 후보의 새로운 공화국과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

    심 후보가 이 대목에서 ‘확연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차이가 아주 크다. 두 후보께서 의기투합을 하였듯이 두 분이 생각하는 공화국은 비슷하다. 7공화국 정도의 내용은 발달한 민주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다 수용하는 수준”이라며 “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체제를 지향하며 이것이 사회공공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체제의 골조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제가 아는 한 어느 나라 진보정당도 핵심 슬로건으로 공화국 숫자를 제시하는 건 못 봤다”며 “세상을 바꿔야 되겠다는 서민들의 열정이 이런 보수정당식의 정치적 수사에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7공화국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공화국 교체론과 새로운 체제 건설론

    심 후보는 “헌법을 이야기 하려면 권력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민중권력을 만드는 제헌의회와 민중헌법이 있을 뿐”이라며 두 후보의 공화국론과 자신의 체제론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권 후보의 새로운 공화국과 심 후보의 시대교체론을 7공화국으로 수렴하려는 ‘의욕’을 보여준 노 후보는 “심 후보가 나중에 발표할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세 후보가 그리는 새로운 사회의 상이) 그렇게 크게 차이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럼에도)차이를 벌리려는 노력이 중요한 건지, 공통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건지, 당원들이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에 앞서 권 후보는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 등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빈곤과 실업 부패에서 탈출된, 강한 당과 강한 정부와 정치가 있는, 부자 중심에서 서민이 중심이 된, 복지국가와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새로운 공화국”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60년 보수체제를 들어내고, 재벌-외국자본-관료의 삼각동맹을 뿌리 뽑고 서민이 주인인 체제, 생산 수단의 소유, 재정의 운용, 정책 결정권을 서민에게 주는 체제, 이를 위해 강한 민주노동당과 광범한 진보세력의 규합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사회공공체제”를 제시했다.

    민주노동당과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들고 나갈 새로운 사회의 상으로, 권 후보의 화끈한 ‘새로운 공화국’이 적절할 것인지, 대중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노 후보의 ‘7공화국’이 좋을 것인지, 공화국 교체론을 비판하며 내세운 ‘사회공공체제’를 들고 나가는 것이 맞는 건지,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한 건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흥미진진한 관심을 끌게 만든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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