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꿎은 연예인들 탓하긴 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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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6일 09: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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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업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서민들이 사금융에 얼마나 호되게 당했으면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을 비난할까? 사금융 연이율을 합법적으로 66%까지 보장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들은 밤잠을 설치고, 재정경제부 관리들은 두발 뻗고 자고 있다.

    경실련이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10명의 연예인들에게 출연을 자제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연예인들이 아파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선전하지만, 그 이면에는 건설회사의 폭리과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차창 밖의 아파트를 구경하다 보면 웃음이 난다. 겉보기만으로도 광고에서 보여주는 고풍스런 유럽풍 디자인과 숲에 둘러싸인 이미지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녹색인 척 하는 기업들

    애꿎은 연예인들 탓하긴 싫지만 연예인들이 원자력 발전소 광고에는 안나왔으면 싶다. 최근 한 유명한 가수는 “온실가스 걱정 없는 깨끗한 에너지, 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만들어갑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푸른 에너지”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그래픽과 깨끗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청량한 느낌을 준다. 그것이 원자력발전소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고, 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면, 원자력에너지는 결코 경제적인 에너지도 친환경적인 에너지도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광고는 대표적인 그린워시(Green Wash) 전략이다.

    그린워시는 기업이 ‘환경’에 대해 책임감 있는 듯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 기업감시(CorpWatch)는 매년 지구의 날, 대표적인 그린워시 기업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기분 좋은 상은 아니다.

       
      ▲ 2002년 그린워시상 수상작.  
     

    제너럴 모터스가 제작한 SUV가 북극곰을 비롯한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야생동물들과 함께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지만 기름 많이 먹기로 소문난 SUV와 북극곰은 안 어울린다. 누가 봐도 어색한 이 광고는 2002년 그린워시상 수상작이다. 역대 그린워시상 수상기업에는 쉘, 포드, 미쯔비시, 몬산토, BP Amoco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00오일을 넣으면 자연도 반가워합니다”, “00오일은 자연을 사랑합니다”’라는 광고, 또 “00에어컨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지구가 더 시원해집니다”라는 광고가 방송을 탔다. 사실은 석유소비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이고, 에어컨을 사용할 때마다 도시열섬현상이 일어나 도시전체는 더 더워진다.

    그렇다면 자동차나 석유회사는 환경 친화적인 경영 자체를 포기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 그린워시를 판별하는 기준이 있다. 이미지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할 때, 즉 아름다운 화면이 그 기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 그것은 그린워시이다.

    위의 SUV와 북극곰을 나란히 배치한 것이 그 사례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아이들, 나무와 숲의 푸르른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실제 제품이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환경친화적 프로그램을 선전할 때, 프로그램의 비용보다 광고비용이 훨씬 많다면 그것도 그린워시이다.

    주력사업이 아닌 주변부의 ‘안전한’ 사업들을 선전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려 할 때, 그 기업이 여전히 핵에너지, 살충제, 유기염소계화학품, 석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린워시다. 대표적인 사례로가 롯데그룹이 인천의 마지막 남은 숲 계양산에 골프장 건설을 몰아붙이면서, 다른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을 통해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환경보호정책에 동참하는 듯이 발표하고는 실제로 대안에너지 개발이나 석유에너지 사용 축소를 위해 투자한 바가 별로 없다면 그것도 그린워시이다.

    녹색인 척 하는 정부

    기업만 녹색인 척하는 게 아니다. 서울시의 청계천도 대표적인 그린워시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청계천은 도시의 온갖 오염물질이 흘러들어가면서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오른다. 한강물을 청계천에 끌어들인 뒤 다시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그곳이 어떻게 환경적이란 말인가?

    대구 YMCA의 김경원 국장은 서울 사람들이 “수세식 화장실 같은 청계천”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토건국가를 지향하는 ‘건교부’는 겉으로는 “친환경 국토계획”을 표방한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원자력문화재단의 광고는 또 어떠한가. 2005년 핵폐기장 부지 선정 때 원자력문화재단 광고가 온갖 방송, 신문 지면을 뒤덮었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네모난 병원, 원전수거물센터’ 라는 광고가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일본 로카쇼무라의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지역주민이 나와 방폐장 덕에 더 잘살게 되었다고 했다. 같은 해 로캬쇼무라 시의원인 야마다 기요히코 씨는 한국을 찾아 “한국정부가 로캬쇼무라를 이용하고 있다며, 주변 산업공단에는 입주하는 산업체가 없어 황무지가 됐고, 오징어는 원산지 표기를 숨기고 덤핑 판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과 정부, 가면을 벗어라

    기업들이 그린 워시라는 비판을 안받으려면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환경친화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친환경적인 기업이 환경 광고를 해야 신뢰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너무 이미지 포장에만 의존한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하면, 죄다 갑자기 착해져서는 공익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나선다. 생보사가 상장하는 대신 1조5천억 원 공익기금 출연, 삼성자동차 부실경영에 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8천억 사회 헌납, 비자금 혐의로 구속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1조원 환원 등. 사회공헌은 평소에 하는 것이다.

    궁지에 몰려 마지못해 명분 쌓는 용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돈으로 민심을 사고, 녹색의 이미지를 사려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를 그만둬야 한다.

    그런가하면 정부의 일방적인 광고는 국민에 대한 폭력이다. 정부는 원자력만이 아니라 FTA광고도 일방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돈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매수하는 행위이다. 정책 ‘홍보’라는 미명하에 정책 ‘주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고 어른이고 우리는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광고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이성과 상식으로 잘못된 광고들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녹색’ 가면을 쓴 정부와 기업들은 가면을 벗어야 한다. 그들이 자꾸 가면 뒤에 숨는다면 우리가 벗겨내야 한다. 소비자이면서 유권자인 우리가 ‘녹색상품’, ‘녹색정책’의 옥석을 가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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