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안정적'-노 '대중적'- 심 '공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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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5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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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으로부터 기사를 부탁받고 솔직히 약간 부담스러웠다. 세 후보 측 모두와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요즘 <레디앙> 댓글의 분위기로 봐서 자칫하면 욕을 얻어먹기 십상인 유세 참관기란 잘 써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기사란 글쓴이의 주관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것. 그냥 편하게 느낀 대로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제목에서부터 아주 주관적임을 못박고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이렇게 느꼈으니 독자 여러분들은 알아서 판단하시라. 선택은 결국 독자의 몫이니까.

    잘 써봐야 본전인 참관기

    행사는 7시부터 시작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사전문화공연이 꽤 오래 지속되었고 이승필 경남도당 위원장과 문성현 당대표의 인사말 및 각 후보의 홍보동영상 상영까지 마치고 나니 8시 반이 되어서야 이 날의 본행사인 각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행사 준비에 힘쓴 경남도당 관계자들의 노력에는 감사드리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전공연은 좀 줄이고 차라리 각 후보의 연설이 모두 끝난 뒤에 후보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게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이 날의 주연은 세 후보였으니까. 당원들이 후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에 더 맞지 않았을까.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행사장의 마이크 문제였다. 다시 말하겠지만, 이날 세 후보의 연설은 상당히 훌륭했다. 좀 더 집중이 가능하고 후보연설의 톤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더라면 분위기가 상당히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마이크가 계속 울리고 종종 꺼지기도 하는 바람에 연설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맥이 자주 끊겼다. 노회찬 후보의 표현대로 "지금 당면한 최대의 장애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마이크"였으며 이 점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 자료사진=민주노동당
     

    권영길, 안정적이거나 방어적이거나

    본격적인 후보 연설은 5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8시 30분부터 시작되었으며, 사전 추첨에 따라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의 순으로 이루어졌다. 맨 처음 연설에 나선 권영길 후보는 본인의 표현대로 창원지역이 ‘텃밭’이어선지 상당한 여유가 느껴졌고 안정적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및 연금법 개악을 강력히 비판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한 권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권영길을 선택한 창원시민에게 감사드리며 최근 이른바 ‘언론노조 불법정치자금’ 건으로 자신 등을 소환한 검찰의 행태는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탄압임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의 한미FTA 재협상에서 국제기준에 맞는 노동권 보장을 약속한 정부가 금속노조의 파업을 탄압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노조의 모든 파업은 정치파업’이며 과거 96년 총파업을 이끈 사람으로서 정치파업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우리 농업을 몰락시키는 한미FTA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으며, 비정규악법 시행령 발효에 맞서 비정규직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정당임을 강조하며 통합과 단결의 선봉에 서서 당을 다시 세울 것임을 천명했고 민중참여와 진보대연합에는 자신이 가장 적임자임을 자부했다. 평화통일을 기필코 실현할 것이며 2번의 대선출마의 경륜으로 다시 한 번 진보의 힘을 모아 진정한 진보의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었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주요한 현안들을 쭉 짚으면서 자신의 경륜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권 후보 연설의 주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회찬, 힘과 대중적 설득력 보여줘

    두 번째로 등단한 노회찬 후보의 연설은 힘이 있었으며 대중적 설득력이 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힘있게 이야기한 노 후보의 연설은 다른 후보 지지자들조차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이 날 창원으로 내려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한나라당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제발 부산에는 출마하지 말아달라"고 하자 "현역 대통령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냐"고 응수했다는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한 노 후보는 대통령 당선이 결코 꿈이 아님을 강조했다.

    17살의 나이로 반유신운동을 시작할 때 유신체제를 끝장내는 것은 꿈이라고 생각했건만 결국 유신체제는 붕괴되었고,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합법적인 민주노조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민주노조가 건설되었으며, 진보정당을 시작했을 때 누구나 이 땅에서 진보정당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고 의회에 진출했듯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도 꿈이라 생각하겠지만 결코 꿈이 아님을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12%의 지지율까지 기록한 자신이 본선에 나갈 경우 본선에서 3강구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충분히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무엇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가. 저쪽에서 일자리 200만개를 말하면 우리는 300만개를 말하는 식으로 좀 더 서민적인 정책을 내세우면 되는가라고 반문한 노 후보는 우리에게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서 정책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임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대선의 핵심이며, 이번 대선은 87년 이후의 지난 20년을 완전히 극복하는 선거가 되어야 하고 ‘제7공화국’ 수립을 통해 새로운 민중의 세상을 만들 것임을 다짐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자신이며 강자와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후보가 자신임을 강조했다. "누가 미군기지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으며 누가 삼성과 맞짱을 떴느냐"면서 자신이야말로 본선에서 자본과 권력에 확실히 맞설 수 있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음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결국 본선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자신이 가장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이 이 날 노 후보 연설의 주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심상정, 대표선수 교체론 내세우며 가장 공세적

    세 번째로 등단한 심상정 후보의 연설은 가장 공세적이었으며 대표선수 교체론을 강력하게 내세웠다. 창원이 권 후보의 텃밭이지만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겠다는 말로 포문을 연 심상정 후보는 한미FTA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둘러싼 한 판 싸움이며 한미FTA 저지투쟁을 확실히 하는 것이야말로 대선승리의 관건임을, 그리고 자신이 이를 반드시 저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경선은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와 한 판 겨룰 진보의 대표선수를 뽑는 것이며 자신의 상대는 권 후보나 노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임을 강조했다.

    노 후보가 강조하는 본선경쟁력이나 권 후보가 이야기하는 인지도 측면에서 비록 지금은 좀 떨어지겠지만 실제로 본선에 나가는 순간 예전의 인지도는 무의미하며, 노 후보의 12% 지지율은 당의 지지율이 포함된 것으로서 지금보다 인지도 및 지지도가 올라갈 후보는 자신뿐임을 강조했다.

    또한 본선에서 보수와 맞설 무기는 정책이며 자신은 세박자 경제론이나 최초의 택지국유화 주장 등 풍부한 정책을 제시했거니와 이런 정책들은 본선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임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권 후보의 1백만 민중대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빠져있고 노 후보의 제7공화국은 당선 후에 이야기해도 된다면서 보수를 박살낼 정책적 무기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심후보는 강한 민주노동당과 당의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거듭나야 하며 자신이야말로 당의 혁신을 이루어낼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보수에 이길려면 진보의 대표선수를 교체해야 하며 지명도나 개인기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대선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임을 말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당의 혁신과 대표선수 교체를 내세운 것이 이날 심 후보 연설의 핵심이었다.

    이 날 세 후보는 모두 다 자신의 강점들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당원들의 판단기준 또한 그것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상대 후보의 단점보다는 스스로가 내세우는 각자의 장점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경륜과 안정적인 성장을 바란다면 권영길 후보를 찍으시라. 국민을 상대로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노회찬 후보를 찍으시라. 정책적 무기와 당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심상정 후보를 찍으시라. 선택은 바로 당신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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