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작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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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4일 08: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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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지부장 황영수)가 4일 회사 쪽과 노사기본합의서를 체결해 대화의 물꼬를 트고 노조활동을 보장받는 작은 승리를 거뒀다.

       
     △ 어려운 투쟁 끝에 작은 승리를 얻고 기뻐하는 조합원들.(사진=사무금융연맹)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지난 5월 19일 지부를 설립했으며 기본협약 체결, 노동조합 인정,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6월 28일 저녁부터 여의도 코스콤 본사(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를 점거하고 7일째 작업거부 투쟁을 펼쳐왔다.

    강종면 증권노조 위원장, 황영수 지부장은 이날 이종규 대표이사와 함께 코스콤 본사 회의실에서 조인식을 열고 △비정규문제 해결 대책 회의 구성 △지부 노동활동 보장 △투쟁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 것 △부당노동 행위 발생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조인식에 함께 참석한 김창섭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두 달여 동안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이번 기본 합의서 체결은 첫 시작”이라며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 회사 쪽에 성실 대화를 촉구했다. 황영수 지부장도 “대화 채널을 열었고 앞으로도 잘 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종규 대표이사는 “우리 생각과 다르더라도 더 검토해 보면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갈 것”이라면서 “노동조합도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인식에 앞서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은 본사 1층 강당에서 총회를 열고 잠정합의서를 놓고 찬반 투표를 했다. 투쟁에 참가한 전체 87명 조합원 가운데 86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해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 총회에서는 조별로 7일간 투쟁을 평가하고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조합원은 “투쟁을 하면서 우리만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조합원은 “투쟁 과정에서 코스콤 정규직 직원들이 우리 행동을 좋지 않게 보고 마찰이 있었지만 인간적 마음으로 대화의 채널을 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정용건 연맹 위원장도 격려사를 통해 “연맹이 코스콤 정규직 노조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것인 만큼 비정규조합원들도 현장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시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회사 쪽에 쳐야 할 전선을 정규직을 향해 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지난 2일 밤 회사 쪽과 마라톤협상 끝에 이미 합의서를 작성해 서명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쪽이 돌연 합의서 서명을 거부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당시 이종규 대표이사는 “(노사합의서에 대해) 코스콤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면서 서명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조가 합의서에 반대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규직 노조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정규직 노조와 잠시 마찰을 빚기도 했다. 4일 오전에는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이 정규직 노조 사무실을 점거한 것에 대해 분노한 정규직 조합원 20여 명이 연맹 사무실을 방문해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인식을 마친 대표자들과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은 로비에서 승리보고대회를 열고 점거 투쟁을 마무리했다. 황영수 지부장은 조인식 보고를 하며 “이제 물꼬를 튼 것에 불과하다”면서 “정규직 직접 고용을 쟁취할 때까지 안주하지 말고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강종면 위원장은 “대화 채널을 여는 작은 승리로 희망을 얻기도 했겠지만 투쟁하는 과정에서 회사 쪽으로 상처받기도 하고 정규직과의 오해로 힘들기도 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직 조합원들도 비정규 투쟁에 연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고대회를 마친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은 점거 농성장을 정리하고 나서 6월 30일부터 홈에버 상암점에서 무기한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이랜드 비정규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려고 상암동으로 향했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다음 주 주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정규직 직접고용 세부 요구안과 이후 투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영재 _ 사무금융연맹 교육선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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